역사의 쓸모 후기
작가 최태성은 성균관 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역사교사가 되었고, EBS 역사 자문위원, 국사편찬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2001년 시작한 EBS 강의로 역사가 외워야 할 것이 많은 골치 아픈 과목이 아니라 웃음과 교훈이 가득한 감동 스토리임을 알리며 전국 학생들에게 '믿고 듣는 큰별 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MBC <무한도전>, KBS <역사저널 그날>, tvN <수업을 바꿔라>, KBS 라디오 <FM 대행진> 등에 출연하며 일반인에게도 역사 공부의 재미를 전하고 있다.
그의 강의는 단편적인 사실관계를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역사의 본질을 파고 든다. 넘치는 에너지, 균형 잡힌 관점, 그리고 눈물을 쏙 빼게 만드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로 역사가 암기 과목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모든 강의의 1강을 '역사는 왜 배우는가"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시작하는 그는 "역사를 공부할 때는 무엇보다 먼저 왜라고 묻고, 그 시대 사람과 가슴으로 대화하며 답을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진정성 넘치는 태도로 듣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기록이 아닌 사람을 만나는 일
역사학자 E.H. 카의 유명한 말처럼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역사 속의 인물과 이야기를 나눈다면 역사책 속에서의 검은 글자에 불과했던 이야기가 생명력을 얻고 재미와 의미를 전해줄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1597년 원균의 칠천량해전 대패, 이순신의 명량해전 대승으로 원균은 나쁜 놈, 이순신은 영웅, 이런 평면적인 시선으로 역사적 인물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역사적 인물들이 처해 있던 상황으로 들어 가서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면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이순신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일본은 이순신이 지키고 있는 바다에는 침투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다. 그래서 이순신을 내쫓기 위해서 조선 조정에 거짓 정보를 흘린다. 일본 선봉장 가토가 오고 있다는 정보였는데 조정에서는 이걸 고급 정보라고 믿고 이순신에게 나가서 가토를 잡아오라고 명령을 내린다. 이순신응 싸워서 이기는 장수가 아니라 이겨놓고 싸우는 장수이다. 빈틈없이 전략 전술을 세워놓고 백 퍼센트 확신이 들어야 움직이는 완벽주의자이다. 23전 23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제 조정에서 하라는 싸움은 답이 안나오는 것이었다. 이순신은 조정에서 입수했다는 정보가 거짓임을 눈치채고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맞고 틀리고를 떠나 이순신은 군인이고 조정의 입장에서 보면 이순신의 행동은 명령불복종이 되는 거여서 당연히 쫓겨나게 된다. 이순신의 자를 대신한 사람은 원균이었는데 원균도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순신이 왜 그랬는지, 일본의 정보가 거짓인 것도 알고 패배도 예감했었다. 심지어 처음에는 이순신처럼 버티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국 칠천량으로 가게되었다. 군인이니까 명령을 받았으면 가야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에 대패하게 된다. 역사 속 인물은 선택에 있어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할 때 눈앞에 보이는 글자만 읽고 마아서는 안된다. 그러지 말고 역사 속에 들어가서 인물들과 만나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나라면 어땠을까 하고 내 삶에 대입시켜 답해보면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얻지 못했던 것을 얻을 수 있다.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한다.
새학기가 시작되어 학생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대게 "제 꿈은 변호사예요.", "CEO예요.", "공무원이에요."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이건 대부분 직업이다.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꿈은 곧 직업이다. 직업 이름을 대지 않는 학생들의 꿈도 출세, 성공 이런 식이다. 이러니 정작 꿈을 이뤄도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잘 모른다. 달성해야 할 목표가 사라지니 공허하기도 하고 내가 원했던 삶이 이런 것이었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일제에 넘겨준 을사오적은 매국노 이외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고관대작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모두 법관 출신이었다. 모두 지금의 대법원장이나 그와 비슷한 정도의 지위를 가졌던 사람들이었다. 그 시대의 최고 엘리트였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꿈은 없었던 것이다. 살아가는데 직업은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꿈의 최종 종착지는 동사의 꿈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삶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