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역사
이 책의 저자 존 캐리 John Carey는 옥스퍼드 대학교 명예교수, 비평가, 도서평론가, 방송인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역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맨부커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지식의 원전 The Faber book of Science>, <역사의 원전 The Faber book of Reportage> 등을 엮었고, 지은 책으로 <필독 실락원>과 <예술의 효용>, 존 던과 에밀리 디킨슨 연구서, 윌리엄 골딩의 전기가 있다. 회고록 <뜻밖의 교수>는 <선데이 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으며, 최근에는 <100명의 시인들>을 집필했다.
시란 무엇일까? 음악이 특정한 방식으로 조직된 소리라면, 시는 언어를 조직하는 한 방식이다. 언어를 특별하게 빚어내면 시가 되고, 시가 되면 기억되고 가치를 부여받는다. 언제나 목적을 달성하는 건 아니다. 수세기가 흐르는 사이 까맣게 잊힌 시가 수천수만 편에 달한다. 이 간략한 역사는 잊히지 않은 소수의 시를 다룬다. 존 캐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시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무려 4,000년 전에 지어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부터 오늘 날 쓰인 시까지를 아울러 다룬다. 존 캐리는 세계관을 형성한 시인들을 살펴본다. 단테, 초서, 세익스피어, 휘트먼과 예이츠처럼 말이다. 그리고 데렉 윌코트, 메리앤 무어, 마야 안절루처럼 시가 위대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자체를 회의하는 시인들도 다룬다. 이 책에서 간추린 시의 역사는 세계 시의 풍요로움과 다채로움을 조명하며, 시의 매혹을 이룬는 잡히지 않는 자질을 생각한다.
길가메시 서사시
길가메시는 자신이 죽음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지만 그 믿음은 헛된 것으로 밝혀진다. 죽음을 이길 자는 아무도 없다고 우트타피슈팀이 길가메시를 훈계할 때 수백 년에 걸쳐 시라는 장르의 주요 화두가 될 내용이 역사상 최초의 문학적 진술로서 등장한다. 자기의 죽음이던 타인의 죽음이던 죽음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그 경험으로부터 값지고 아름다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한 예로 세익스피어는 <심벨린 Cymbeline>의 노래에서 이 주제를 다룬다.
태양의 열기를 더는 두려워 말라,
무서운 겨울의 분노도 두려워 말라,
그대는 이승의 일을 다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보상을 받았다.
황금빛 청년과 처녀 모두
굴뚝 청소부와 마찬가지로, 재로 돌아가나니.
초서
초서를 처음 접한다면 <새들의 의회>에서 시작해도 좋겠다. 다채로운 영국의 조류가 성 캘런타인 축일에 짝짓기를 위한 의회를 연다. 당연히 새들은 짝짓기를 끝내려 안달이 났지만 가장 위계가 높은 독수리가 절차를 들먹여 계속 지연된다. 알고 보니 수컷 독수리 세마리는 짝짓기 생각이 아예 없는 암컷 한마리를 사랑하고 있었다. 구애자들은 궁정 기사의 매너를 따라 죽을 때까지 그녀만 섬기겠다고 맹세하며 사랑의 경쟁을 한다. 거위와 뻐꾸기와 오리가 이끄는 다른 새들은 독수리들에게 망할 구애를 집어치우라고 재촉하고, 거위가 거친 목소리로 꽥꽥거린다. 그 암컷이 사랑해주지 않으면 그냥 다른 암컷을 사랑하라고 해. 새매는 새침하게 딱 거위가 할법한 말이라고 면박을 준다. 그러나 다른 새들은 거위와 같은 의견이어서 결국 자연의 여신이 독수리는 암컷을 1년을 기다렸다가 결혼을 하라고 판결을 내린다. 시는 새들이 다 가이 성 밸런타인에세 바치는 축가를 노래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세익스피어
윌리엄 세익스피어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위대한 극작가이다. 그러나 희곡이 아닌 시도 썼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1609년에 출간된 소네트다. 가장 유명한 소네트 중에서도 여덟편은 시간으 파괴력을 다룬다. 일부 비평가는 이 주제가 세익스피어 시ㄷ에 흥미를 끌었던 것은 16세기 후반에 시계가 대중화되어 시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시간은 자연물과 연관성을 잃고 기계적이고 외재적인 존재처럼 보이게 되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여덟편의 시간 소네트 중에서 시계의 시간으로 시작되는 시는 단 한편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를 볼때면(소네트 12) 뿐이고 그나마 삽시간에 자연과 보리 추수로 넘어간다.
....남김없이 짚단으로 묶인 여름의 녹음은
하얗고 까슬까슬한 수염이 나서 장례 마차에 실려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