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은 늘 내게 관심분야였다. 어렵고 깊은 철학을 쉽게 배우고자 하는 욕심은 늘 있었지만 막상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우연치 않게 은행에서 독서통신 연수를 신청하게 되었고 쉽게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3분 철학 서양 현대편이라는 책을 선택할 수 있었다. 먼저 중세편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현대까지 이어지는 철학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중세는 신을 이해하려는 신학이 주류를 이뤘다면 현대는 신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인간의 이성이 얻고자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주일 것이다. 철학은 대부분 신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고 주변을 이해하려는 시도였다면 칼 마르크스는 철학을 통해 사회를 변혁시키려고 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칼 마르크스가 왜 그 당시 그러한 사상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그가 가진 철학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봉건사회가 붕괴하고 산업이 발달하면서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 탈피하여 경제적 계급이 생기게 된다. 그런한 경제적 계급이 매우 열악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만들고 그 위로는 그들보다 훨씬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을 갖는 사람들을 만들게 된 것이다. 서양철학의 현대사중에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칼 마르크스를 선택할 것이다. 그의 등장 이전의 철학자들은 신의 이해, 그리고 진리의 추구 아니면 올바름이나 학문적 사유방법들을 철학의 주제로 삼았다면, 인간의 욕망이 충돌하고 사회체제의 주도권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철학을 끌어내린 실천적 사상가가 바로 칼 마르크스 이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소비에트와 동유럽체제의 붕괴까지 약 반세기 가량 지구촌을 이념으로 나누었던 그의 사상은 현실에서 유용하지 않는 것으로 이미 판명이 났지만 냉전이 한참 지난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마르크스가 본 인간의 모습은 외부환경에 결정되는 피동적 존재이다. 여기서 외부환경이란 물질적 여건을 말하는 것으로서, 예를 들어 부유하고 권력을 가졌을 때와 궁핍하고 열악한 처지일 때 인간의 존재 방식이 다르며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고 사유하는 질적인 측면까지 물적 토대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술의 발달과 같은 물질적 조건이 달라지면 인간의 의식구조 또한 바뀌게 마련이다. 이처럼 인간의 정신과 물질의 관계를 전복시키는 사상이 유물론이다. 물질을 토대로 조성되는 인간관계는 갈등과 모순을 내포하는데 그런 갈등은 계급투쟁으로 이어지고 투쟁의 물적 동력은 역사를 진척시킨다. 인간 사회의 역사는 모두 계급투쟁의 과정이었다는 그 생각을 유물론적 역사관, 혹은 사적유물론이라고 부른다. 마르크스가 살았던 당시는 자본주의가 흥했던 시대였다. 자본주의에서 핵심 개념중 하나는 상품인데 마르크스는 물건이 지닌 두 가지 측면의 가치에 주목했다.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교환관계에서 모든 종류의 물건들은 양적 비율로만 거래되는데 그리하여 질적인 속성을 잃고 양적으로 거듭난 물건이 바로 상품인 것이다. 그럼 상품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은 무었일까. 마르크스는 그걸 노동시간으로 환산했다. 자본주으에서 상품의 교환으로 이익을 얻는 이들이 따로 있었으니 자본가는 축적된 부를 통해 생산수단을 소유하게 된 자, 즉 부르주아들이다. 그들은 생산 현장에서 상품을 만들어줄 노동자를 고용하는데 상품의 교환가치에 비해 항상 노동시간의 가치를 낮게 잡는다. 노동시간의 가치, 즉 노동자의 임금과 교환가치의 차이로 발생하는 잉여가치 그것이 바로 이윤이다. 애초에 자본가의 목적은 상품이 아니라 오직 이윤이기 때문에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그런 과정이 지속되면 계급간 빈부의 차는 더 커지고 노동자는 노동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느끼지 못한채 자기가 만드는 물건과도 영영 멀어지는 소외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빈곤이 확대되면 상품의 구매력도 떨어지게 되고 결국 폐해는 자본가에게까지 미치게 되어 종국에는 경제적 토대가 흔들리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되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이라고 마르크스는 칭하였다. 모순으로 인한 갈등이 임계 지점을 넘어서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질이 열을 받아서 특정 온도에 도달하면 상태가 확 변하는 것처럼 인간 사회의 역사도 극적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혁명이다. 그리고 비로소 모두가 생산수단을 공유하고 이득을 공평하게 누리는 공산주의 사회가 도래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공산주의라는 체제는 붕괴 하였고 사람들은 마르크스 주의는 실패했다가 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유례없는 양극화를 겪고 있는데 무절제한 생산과 소비, 물질 숭배, 탐욕으로 야기되는 기후변화와 잦은 경제 위기 등 우린 어느 때보다 자본주의를 예의 주시하면 성찰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름의 개혁과 복지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칼 마르크스는 사회적 모순을 혁명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면, 그 사상이 실패로 인정받은 현대사회에서는 동일한 도전에 대하여 다른 해결책을 내어 놓아야 한다. 최근 들어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부의 갭은 점점 더 늘어 나고 있으며 국가를 초월하여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새로운 처방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칼 마르크스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우리가 다시 당면하고 있는 것이다. 서양 철학은 동양 철학과는 다른 환경에서 발전하였고 그 사회적 환경이 새로운 이론과 사상 즉 철학을 잉태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르크스가 처한 상황과 그의 이론에 대하여 좀 더 심도있게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