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심리학자이면서 행동경제학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한 대니얼 캐너먼의 저술이라는 점에서 읽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정통 경제학은 그 기본으로 인간은 합리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내재되어 있어 자율적이고 분업적인 경제활동은 최적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우리자신의 판단이나 행동을 살펴 보노라면 합리적인 존재가 아님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해서 나는 경제학의 존재가치에 대하여 회의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차에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비합리적이며 인간 행동의 편견과 오류에 기반하여 경제 및 사회전반에 대하여 설명해 주면서 나의 이목을 끌게 되었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주식시장이 그렇게 자주 버블과 대폭락 장세를 오간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겠다. 사람들은 투자할 때 투자대상의 내재가치를 살펴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 나보다 더 비싸게 사줄 사람들이 있다고 판단하면 아무리 내재가치에 비해 비싸더라도 매수하며, 또한 그 회사의 주식이 아무리 내재가치에 비해 턱없이 저렴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매도하는 모습을 보면 동조하여 팔아버린다. 해서 주식시장은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극단적으로 호황기를 보이던가 극단적으로 불황기를 보이는거다. 그런데도 자본주의 사회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 비하여 우수한 생존능력을 보이면 대부분 국가들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지향한다.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이나 러시아도 경제 운영의 기본원리는 자본주의의 그것이다.
나는 판단을 거듭하며 사회생활은 물론 경제활동을 지속한다. 그러나 그 판단이 자주 나를 실망케 한다. 돌아보면 나의 잘못된 판단의 원인을 이해할 수 있고, 올바른 판단이 무엇이었는지 이해한다. 해서 다음에는 바른 판단으로 원하는 결과를 성취할 수 있겠다 생각하면서 나를 안심시킨다. 이런 일이 무한반복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런 나의 절망에 이 책에서 캐너먼은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캐너먼이 말하길 인간은 기본적으로 인과론적인 사고방식에 천착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결과에 대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면 안절부절 못한다고 한다. 해서 원인분석에 집중하는데 밝혀진 원인이 잘못되어도 상관없다. 원인이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이런 사유로 인간들은 잘못된 판단에도 그리고 원하지 않은 결과물에도 다음에는 올바른 판단으로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고 한다. 결과가 있고 그에 대한 원인을 알게되면 다음에는 바름직한 결과를 얻게 될 거라는 희망!
캐너먼은 판단에는 언제나 노이즈가 있다고 설파한다. 지문판독이라는 객관적인 프로세스에서 조차도 판정관의 판단이 개입되는데 그 판단에도 노이즈가 발생하여 잘못된 지문판독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판사의 판결, 야구심판의 판정, 면접관의 면접점수 등등에는 무수한 노이즈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주변을 살펴보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주장인 것을 알 수 있다.
캐너먼은 이런 판단과정에서의 노이지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며, 그 사례를 다양하게 열거하고 있다. 그리고 노이즈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고찰하고, 이런 노이즈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제시해 주고 있다. 노이즈를 줄이는 것은 효율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가능케 하고 결국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로는 지루할 정도로 세밀하게 노이즈 발생의 원인과 그에 따른 문제점, 그리고 해결방안을 서술하여 처음에는 읽어내려가지 쉽지 않았다. 캐너먼의 탁견에 감탄만 하기에는 책의 두께와 학술적인 용어에 독서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한 번은 볼만한 것 같다. 그리고 인내심을 기른 후에는 좀 더 배우는 자세로 읽어보고 싶기도 하다. 이 책 내용 중 개인적으로 제11장 객관적인 무지와 제12장 정상의 계곡이 가장 흥미로왔다.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우리가 생각해도 혁신적인 발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 자명한 사실은 주기적으로 무시되곤 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예측을 지나치게 자신한다는 부단 사실이 그 증거다." "여전히 우리는 거의 쓸모없는 정보를 가지고서 미래에 대한 대담한 예측을 기꺼이 감햄하려 든다. 이 장에서는 예측할 수 없었던 사건인데도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만연한 오해에 관해 다룰 것이다." "일단 일이 벌어지면 인과적 사고 때문에 그 사건을 완전히 설명할 수 있다는 정말로 예측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등등은 평생 기억할 만한 주장들이다.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럼에도 일독을 다른 이에게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