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말 영화 한산(용의출현)이 개봉했다. 이순신 3부작의 두번째 영화다. 1부 명량을 너무 감명깊게 봤었기 때문에 이번 한산의 개봉을 기다리다 유투브에서 평소 자주 보는 황현필 역사강사가 저술한 '이순신의 바다'를 먼저 읽게 되었다. 먼저 책은 폭
ㅏ유ㅏ 넓게 디자인되었고 삽화와 지도가 많아 복잡한 당시 해전 상황이나 역사적 사실들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보면서 기존에 알던 사실들도 있고 새로 알게 된 사실들도 있다. 제일 충격적이었던 것은 선조가 임진왜란에서 가장 큰 전과를 올린 이순신을 죽일 의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나라가 왜적에 의해 망할뻔한 것을 이순신 홀로 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전쟁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자 간신배들의 모함과 선조 자신의 시기심과 불안함에 가장 큰 상을 내려도 모자랄 이순신을 옥에 가두고 고문하고 여차하면 죽일 작정이었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고 선조와 그 주변의 신하들에게 실망과 한탄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하였다.
그 다음 눈길을 끈 것은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에서 일본 왜적들에 대해서는 살을 씹어 먹겠다고 하고 적장의 목을 잘라 배 위에 꽂아 놓을 정도로 넘치는 분노와 적의를 표현하고 있지만, 부하들이나 백성, 어머니, 형, 아들 등 가족에 대해서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애틋한 감정과 절절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순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백성들이 왜놈들에게 떼죽임을 당하고 그의 셋째 아들마저 전사하니 왜놈들에게 느꼈을 분노와 증오가 오죽했으랴. 과학이 현재와 같지 않고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당시 조상들이 직접 편지를 주고 받으며 또는 어쩌다 한번씩 소중한 만남을 통해 나눈 가족 간의 사랑과 지인 간의 우정을 보고 있으니 괜히 마음이 먹먹해 지고, 그렇게 평화롭고 물질적으로 넉넉하진 않았겠지만 정을 주고 받으며 오손도손 살던 조선에 창칼을 들고 들어와 우리 조상들에게 살육을 자행한 일본 놈들은 지금에 와서도 분노를 자아낼 수 밖에 없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19세기말 일본놈들에게 다시 한번 나라를 유린당한 무능력했던 당시 조상들에게 분노가 끓어 오른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동시대 인물들의 평가는 유성룡에 의하면 말과 웃음이 적고, 얼굴은 단정해 몸을 닦고 언행을 삼가는 선비와 같았다고 했으며 대제학 이민서도 그가 선비와 같았다고 했다. 그러나 전쟁에 나가 불패의 신화를 쓴 것은 그의 담대함과 용맹성도 있었겠지만 난중일기 곳곳에서 알 수 있듯 일처리가 꼼꼼하고 매사를 치밀하게 준비하는 성품에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선조와의 관계도 좋지 않고 그를 시기하고 음해하는 신하들이 있었던 것을 보면 성품이 너무 올 곧아 출세욕이나 사교성은 없었던 듯 하다.
그리고 무능력한 대역죄인인 원균 외에 또 하나의 악당으로 윤두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둘은 사돈 관계이다. 또 윤두수는 선조와도 사돈 관계이다. 내가 원균을 보건대 무신으로서 전장에서는 너무나 무능력했건만 어떤 재주가 있어 삼도수군통제사까지 올라가서는 칠천량해전을 통해 나라에 큰 피해를 끼쳤는지 신통할 따름이다. 새로 알게 된 놀라운 일은 정유재란의 기폭제가 칠천량해전 패배였다는 것이다. 정유재란으로 인하여 수십만의 백성들이 왜놈들의 칼에 또 죽었으니 선조와 그 일당들의 치졸함에 분개할 따름이다. 어처구니 없는 일은 책에 원균의 기념과 사진이 나오는데 기념관이 존재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혀를 찰 노릇이다. 원균을 기용한 선조는 어찌 당시의 왕이었단 말인가? 태종, 세종이나 정조였다면 달랐을 것이다. 후대에는 효종, 숙종, 그리고 특히 정조가 이순신 장군을 흠모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조선은 임진왜란 이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명나라만 숭배하다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당한다. 조선은 차라리 일찍 망하고 새로운 철학과 기강을 가진 나라가 근세에 섰더라면 한민족의 운명이 바뀌지 않았을까? 일제시대도 겪지 않고 지금처럼 분단도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국가간 외교란 것은 평화 시에는 우아하고 신사적으로 보이지만 막상 전쟁이 벌어지고 나면 그 백성이 겪어야 할 현실은 너무나 잔인하고 비참하다. 이것은 400여년 전의 조선시대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요 지금 현재에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잇다. 국방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나는 깨달았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부와 정치인, 그리고 군인들도 깨달았으면 좋겠다. 우리 민족이 평화를 사랑하고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려는 높은 정신세계를 가졌지만 주변국가들은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 일본국은 본성이 표리부동하고 전쟁을 좋아하고 틈만 나면 주변국을 침략하는 잔인하며 인명을 가볍게 보는 비열한 하이에나 같은 종족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전쟁만 하면 거의 지는 주제에 거만하고 주변 나라에 힘자랑 하는 일을 좋아한다. 중국은 몽고에 지배 당했고 여진족에게도 지배 당했고 일본에도 침략 당하며 난징 대학살도 당했지만 역사의식이 없으며 공산당을 숭배하고 있는 종족이다.
불행하게도 한민족의 절반은 공산주의도 아니고 김일성 숭배주의에 빠져 광복 후 70여년을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퇴보하였으며 전쟁을 벌려 동족상잔의 비극을 남겼고 이제 핵무기로 남한을 위협하고 있다. 앞으로 언젠가 닥칠지 모르는 미래의 국난에 하늘이 이순신 장군과 같은 구국의 영웅을 또 다시 내려준다는 보장이 없다면 나를 비롯해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마음에 담고 그 정신을 기린다면 우리들 한사람 한사람이 작은 이순신 장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