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솔라리스"는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영화화 되었는데, 1968년 소련 중앙방송국에서 보리스 니렌부르크 감독이 제작한 TV 영화가 첫 번째이며, 그로부터 4년 뒤인 1972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이 만든 두번 째 러시아어판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면서 원작소설도 함께 유명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두번 째 영화는 원작 소설의 저자인 스타니스와프 렘과 제작 단계에서부터 작품 해석을 놓고 감독과 격론을 벌렸다고 하며, 영화가 개봉된 후에도 저자는 꾸준히 유감을 표현하였고 결국 감독인 타르코프스키는 모든 걸 자기 방식대로 고집했다고 고백하였다고 한다. 세번 째인 2002년에 개봉된 소더버그판 "솔라리스"에 대해서도 저자는 영화의 무게중심이 로맨스에 지나치게 편중된 점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였다.
SF 소설의 영원한 클래식으로 평가받는 "솔라리스"의 집필기간은 1959년 6월부터 1년으로, 이 기간에 저자는 충만한 영감에 사로 잡힌 채, 타트르 산맥에 둘러싸인 폴란드 남서부의 휴양지 자코파네에 틀어 밖혀 단숨에 작품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솔라리스"의 줄거리는 언뜻 단순해 보인다.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나 치밀하게 짜인 플롯, 친절한 전개와는 거리가 멀다.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펄쳐지는 이 아름답고도 기묘한 텍스트는 크게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심리학자인 크리스가 "솔라리스"라는 미지의 행성을 탐사하기 위해 우주 정거장으로 갔다가 십 년전에 자살한 연인 하레리를 예전 모습 그대로 마주하게 되면서 불가사의한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이 주축을 이룬다. 또 다른 축에는 주인공이자 작중 화자인 캘빈이 우주 도서관에 보관된 문서와 자료를 열람하면서 잃어 내려가는 솔라리스에 대한 인류의 험난한 연구와 탐험의 역사가 있다. 이른바 "솔라리스학"이라 불리는 학문의 계보와 특징, 솔라리스 행성과 직접적인 접촉을 시도했던 탐사자들의 모험담. 솔라리스에서 벌어지는 불가사의한 현상들과 관측 결과를 둘러싼 사상가들의 다채로운 해석이 소개된다. 솔라리스의 표면을 뒤덮은 원형질의 바다에서 신장체나 미모이드, 대칭체와 같은 변화무쌍한 형성체들이 출몰했다가 사라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록한다. 인간의 이해력과 사고력을 훌쩍 뛰어넘는 지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솔라리스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많은 과학자와 탐사자, 사상가들이 온갖 가설과 추측, 논리와 해석, 반박과 재반박을 되풀이하고, 탐사와 분석을 시도하지만, 소설의 대단원에 이르러서도 명확히 밝혀지는 것은 아무것도 엇다. 결국 솔라리스학의 유구한 역사가 저장된 거래한 도서관이 입증하는 사실은 단 하나, 골라라스 연구의 불가지론 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솔라리스"는 제기된 모든 의문과 질문, 탐구와 학설에 관해 확실한 매듭짖기를 거부한 채 끝을 맺는다. 이는 저자가 처음부터 "솔라리스의 바다"를 이해 불가능한 대상으로 설정해 놓고, 명쾌한 답변 대신 다양한 유형의 질문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설명을 유도하였다. 인물의 동선이나 행적을 따라가는 일반적인 스토리텔링이 아닌, 일종의 사고 실험을 통해 과학 철학이나 미래학적인 주제들을 탐구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는 두 태양 사이를 스스로 맴돌며 자력으로 안정 궤도를 유지하는 솔라리스 행성처럼 독자 또한 작품 안이나 밖에서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보며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사유하고 성찰하는 계기를 갖기를 바랬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도식적인 정답을 제시하기 보다는 모른다는 자각을 유도함으로써 고정 관념이나 편견이 배제된 자유로운 사색의 불모지를 구축하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우주라는 절대의 지평에서 사유하려면, 인간의 문명이나 지식이 결코 만물의 척도가 될 수 없음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무의식적인 관념들과 상상력을 흔들어 깨우려는 시도를 하였다. 나아가 우리로 하여금 절대적인 표상들, 익숙한 체계들로부터 눈을 돌려 범우주적인 관점에서 자신을, 인간을, 인류를, 나아가 지구를 낯설고도 새롭게 바라볼 것을 촉구한 것으로 생각된다. "솔라리스"에서 저자가 강소한 존재의 고유한 본성을 향한 열린 시각, 그리고 상대적이고 관계론적인 태도는 1960년대 서구의 과학소설계에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활력을 안겨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래와 우주란 가상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 "솔라리스"에서 저자가 집요하게 파고든 대상은 다름 아닌 "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SF로 포장되어 있으나 저자는 인간에 대한 너른 이해를 바탕으로 과거와 미래를 조망하며,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오한 성찰과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사고 실험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읽는 사라므로 하여금 텍스트의 안과 밖으로 눈을 돌려 스스로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도록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순수 문학의 소재가 아닌 첨단의 소재를 다루면서도 희로애락의 안간사와 부조리한 인간의 본성을 가감 없이 담아내며 결국엔 보편적 공감과 감동을 일으키도록 하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