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인생은 한번 사는 것이고, 그 인생의 길은 처음 걷는 길이며, 연습을 해 볼수도 없다. 그러기에 나보다 인생을 앞서간 사람들의 성공적인 이야기는 늘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적인 지식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이야기는 얼마나 더 도움이 되겠는가!
조던 피터슨 교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유투브를 통해서이다. 인생의 문제에 대한 고민 가운데, 영상을 검색하던 중 어느 날엔가 알고리즘에 의하여 조던 피터슨 교수의 심리학 강의 영상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강단지고 확신에 가득 찬 얼굴과 말투, 빠르게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피력하는 말솜씨, 아는 것을 안다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겸손과 그 밑바탕의 자신감. 그의 강의는 내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그러던 중 그의 강의가 정리된 책 '12 가지 인생의 법칙'을 알게 되었고, 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가 말하는 인생의 12가지 법칙은 다음과 같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을 만나라.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는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최고의 학자이지만 그의 말은 단순하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말하는 인생의 법칙대로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그이 말은 진실성이 있고 신뢰를 준다. 왜 그럴까? "법칙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를 읽으며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착하고 순진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단순한 몇몇 격언을 생각과 행동의 지침으로 삼는다. 예컨대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하다', '진심으로 남을 해치려 하는 사람은 없다', '물리적인 힘을 앞세우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옳지 않다' 등이다. 하지만 이런 격언들은 뼛속까지 악의적인 사람 앞에서 무참히 무너진다. 게다가 애초부터 남을 해치려고 작정한 사람은 이처럼 순진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먹잇감으로 삼는 데 능하기 때문에 이런 믿음은 자신을 괴롭혀 달라고 악마를 불러들이는 초대장이나 다름없다. 그런 상황에 부닥치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하다' 라는 유형의 격언은 바뀌어야 한다. 심리 상담 과정에서 만난 내담자들 중에는 선한 사람은 절대 화를 내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그때마다 나는 그들이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에 눈을 뜰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다.
즉 조던 피터슨은 이상적인 상황을 전제로 하여 자신의 법칙을 세운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면하여 법칙을 세웠다는 것이다. 다른 시대, 다른 사람이 겪은 것이 지금 현재 내가 겪고 있는 상황과는 다를 수 있다. 자신이 확신하고 있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면, 그것은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법칙이 잘못된 것을 내가 잘못된 것으로 판단하여 스스로를 망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그러기에 저자는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진실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전한다. 문제의 핵심을 벗어난 질문들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지적하고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겸손하게 받아들인다. 그는 <성경>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성경은 사실상 하늘에서 뚝 떨어진 책이나 다름없다. 수천년 동안 수많은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이야기들을 선별해서 연대순으로 일관되게 정리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사건이기 때문이다. <성경>은 인간의 집단적 상상력이 불가해한 힘에 이끌려 기나긴 시간 동안 깊은 심연에서 끌어올린 지혜의 보고다. 주의 깊게 꼼꼼히 파헤쳐 보면, 우리가 무엇을 믿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가르침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흔히 과학자들의 트집잡기가 아닌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경이로움에 대하여 겸손하다는 것이다. 그의 강의 영상을 단편적으로보다가 책을 통해 논리 정연한 글을 읽는 것은 큰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