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나는 슈퍼면역자라고 큰 오해 지속할 무렵 급작스럽게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의도 한가운데서 고객 담당이란 역할을 가진 나라 여러번 코로나를 만났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2년 반동안 너무나 평온하게 지냈기 때문이다. 이상한 느낌에 찾아간 병원에서 생각지 못하게 인지하게 된 코로나 감염은 다행히 가족에게는 퍼지지 않고 끝을 맺었지만 남의 편과 나만 있었다면 담담하게 받아들였을 일도 아이들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격리의 일상속에서 처음에는 아이들을 돌보지 않아도 되는 한가로움과 넷플릭스 같은 OTT에 질려갈 무렵 (불행하게도 내가 격리되어 있던 공간에는 텔레비전이 없었다.) 연수를 위해 받아두었던 이 책이 다가왔다. 격리기간 중에 다행히 많이 아프지 않다보니 그동안 기다리고 꿈꿔오던 나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나만의 시간이 생긴것에 감사하며 그동안 미뤄둔 많은 책을 읽고 혼자 시간을 보내다보니 생각도 많이 하게되었는데 코로나가 몸은 아프게 했지만 작은 선물을 준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코로나로 인한 반강제적인 사회적 격리가 지속되며 필요성은 백번 인정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온 것은 사실이다. 꼭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크고 작은 당황스러운 상황을 이겨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누군가는 혼자 괴로워하다가 하지 않아야 할 선택을 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 종교 같은 주변의 힘으로 이겨내기도 할 것이다. 코로나는 주변의 도움을 받기 어렵게 하기도 했지만 어떻게 보면 일정부분 위기 극복 자생능력을 키워주는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해학을 통해서 코로나를 포함한 요즈음의 위기 극복에 대하여 배웠다고 생각한다.
이 책, 오쿠다 히데오의 [코로나와 잠수복] 작품집에 실린 표제작은 내가 격리하고 있던 동안 베란다 유리창을 통해 찾아오던 나의 아이들을 생각하게 한다. 허구의 인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자기 식구들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바이러스가 전염될까 봐 잠수복을 입고 생활하는 주인공의 안타까운 심경이 느껴지는 반면, 실제로 격리되었던 나는 일주일간 동물원 철창안에서 구경꾼을 맞는 동물이지만 혼자있어서 편하다고 생각했던 내자신 대비되어 웃음이 나오게 했다. 물론 소설 속 인물은 확진 판정을 받은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어쩐 일인지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능력을 갖게 된 아들에 의해 자신의 몸 속에 바이러스가 있다고 짐작하고 다소 웃음거리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은 채 잠수복을 입는 주인공의 모습에 코로나 초기부터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많은 포기를 했던 사람들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책은 표제작인 [코로나와 잠수복]외에도 다른 여러가지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어느 한 지점을 지나고 있는 각기 다른 인간군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하게 보여주고 있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다 살짝 외로움을 느끼려는 시점에 이 이야기들은 나에게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아내의 외도를 알고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작업을 하겠다는 핑계로 바닷가의 집을 빌린 작가가 유령 아이의 존재를 감지하는 장면조차도 전혀 무섭지 않고 귀엽고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특히나 최근에 회사에 벌어지고 있는 일로 선후배들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파이트 클럽]을 읽고 나서 정말로 마음이 많이 뭉클해 지기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 '코로나 블루'가 생겨났다고 한다. 2020년 2021년을 생각해보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정보육 하면서 정말 힘든 적도 많았고 짜증도 늘어 남의 편과 싸움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이제 서서히 끝이 보이고 있는듯한 터널을 통과하고 있지만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여러가지 안좋은 상황을 알수없는 시점에 만나게 될텐데 이런 따뜻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겨내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오랫동안 그리던 사람을 만나서 차 한잔을 마시며 의미있는 대화를 나눈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책이라 코로나로 상징되는 큰 위기 상황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위로받고 싶은 기분이 들 때, 누군가의 어깨가 필요할 때 이 책을 읽을 것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