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Factfulness)라는 이름의 이 책은, 한국어로 '사실충실성'을 의미한다. 사실에 근거하여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태도와 관점을 뜻한다고 정의한다. '사실'은 특정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이 배재된 있는 그대로 누구나가 보더라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사실'에 있어 다르게 받아들이고 왜곡하여 기억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한 태도로 '사실'에 접근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책이다. 책을 몇 장 넘기다보면 13개의 퀴즈가 나오는데, 단 3개밖에 맞추지 못했다. 3지선다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주로 전 세계적 인류에 대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테면 인구 분포나 학습 수준, 삶의 질과 관련된 문항이 대부분이다. '그럴 것이야'라고 인식하고 살아왔던 내가 완전하게 세상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책을 읽어나가게 되었다.
본질에 정확하게 접근하는 근거는 데이터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하지 않거나, 선별적으로 수집하게 되면 왜곡된 결론을 얻게된다. 따라서 조건없이 가능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난 뒤에 데이터들이 가지는 속성들간에 유의미한 결론을 얻어내는 것이 사실과 진실에 접근하는 방법이다.
그렇지만 우리 인간들은 데이터를 기반하여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특정 누군가가 그럴듯한 논리로 발언을 하고, 그 말을 듣는 청자가 그 근거없는 논리가 꽤 그럴싸하게 생각되면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이를 사실이라고 믿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라는 통계가 있다. 이 통계는 '사실'이다. 문제는, 대한민국 자살률이 '왜' 1위인가에 대해서는 그 이유를 자세히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요즘 신조어로 '헬조선(Hell + 조선)'이라는 단어가 있다. 치열한 경쟁 사회와 과한 사교육 환경에서 힘들게 12년의 초등, 중등, 고등 교육 과정을 마치고 다시 대학교에서 4~6년의 시간을 보낸다. "그 과정에서 학자금 대출을 잔뜩 안고 사회에 내몰려 월급쟁이 신분으로 세상을 살아가니 삶이 팍팍하고 즐겁지 않아 자살률이 높을 수밖에" 라고 꽤 그럴싸한 논리를 사람들은 만들어낸다. 이러한 얘기를 사람들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너도나도 그게 팩트라고 믿는다. 그러나, 자살률을 연령대별로 분석하면,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인 이유는 70대 이상 노인의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아 전체 수치가 부쩍 늘어나 기록된 수치이다. 즉, 어떠한 결과에 대해 우리 인간은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알고 있는 지식 수준에서 이유나 근거를 상상하여 논리적으로 구성해내는 것이다.
만약 자살예방을 담당하는 어떤 기관의 담당자가 대한민국 자살률이 높은 이유를 위와같이 상상에 입각하여 결론짓고, 사회 초년생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는다면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만 노인 인구의 자살을 예방하는 것보다는 미미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데이터는 시간이 지나면서 끊임없이 생겨나는데 사람들은 한 번 인식한 지식이 영원하다고 믿는데 있다. 이를테면, 나는 어릴적 전세계적 인구상으로 보면 빈곤층의 비율이 부유층보다 월등히 높다고 배운 적이 있다. 초등학생때 습득한 지식이었고, 그 당시에는 그게 맞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잘못된 지식에 해당한다. 20여년간의 시간이 지나면서 빈곤층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전 세계 인류는 대부분 의식주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사람은 한 번 습득한 지식이 영구적이라고 생각하고, 그 지식이 오늘날에도 유효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깨달았던 부분이 이 2가지 사항이었다. 어떤 사실에 대해 그 근거나 이유를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내서 믿는점, 어떤 사실에 대해서 시간의 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영구적인 사실이라고 믿는점.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내가 잘못된 판단과 생각을 지니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다는데서 굉장히 큰 깨달음을 얻었다.
좀 더 나아가, 흔히들 세대차이가 나는 웃어른을 꼰대라는 비속어로 표현한다. 사람이 늙어가면서 꼰대가 되어가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이든 세대가 알고 있는 지식은 당시에는 통용되고 사실이었지만, 시간이 한참토록 지나면서 그 사실이 진부하고 틀리다는 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즉, 오늘날의 젊은 세대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것이다. 서로 다른 믿음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를 하니 소통이 안되는 것이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무언가가 정말 그러한지, 내뱉는 말이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 의심하고 되돌아보는 습관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