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내 나이도 50을 넘게 되고 부모님은 연로해지고, 아이들은 훌쩍 커가는 걸 보면서,
논어 위정편에 나온 ‘나는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서른이 되어서는 자립했으며(이립), 마흔이 되어서는 흔들리지 않았고(불혹), 쉰이 되어서는 천명을 알았고(지천명), 예순이 되어서는 귀가 순해졌고(이순), 일흔이 되어서는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 구절을 가끔 떠올리게 되었다.
지금보다 2천여년 전 공자의 인생 깨달음이 기대수명이 훨씬 늘어난 현대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나이 쉰을 기점으로 인생에 대한 고민, 걱정, 불안을 갑작스럽게 맞부딫히게 된 시점 나는 우연히 이 책 ‘100 인생 그림책’을 접하게 되었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100세까지의 문장 하나하나가 절절히 마음에 와 닿는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후기는 책 속에 담겨있는 문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는 의미에서 옮겨 적는다.
0. 난생 처음 네가 웃었지. 널 보는 이도 마주 웃었고.
1/2. 손 가까이 있는 건 뭐든 붙잡는구나.
1. 하지만 손에서 놓으면 바닥으로 떨어져버리지. 그게 중력이라는 거야.
1 1/2. 엄마가 어디론가 가버려도 다시 온다는 걸 배우는구나. 그게 믿음이라는거야.
2. 벌써 공중제비를 넘을 수 있니? 그래. 하지만 네가 살아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
3. ...언제가는 죽는다는 것도 알게 될 거야.
4. 하지만 그런 생각은 평소에는 거의 안 들어. 네 옆의 일들을 얼마든지 잊을 수 있단다.
4 3/4. 어떤 맛들을 구별할 수 있게 됐니?
5. 여자애와 남자애가 서로 사랑하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될 거야. 세상에, 믿을 수가 없지?
6. 일곱 시면 일어나야 한다는 걸 알게 되겠지. 이제는 학교에 다녀야 하니까.
6 1/4. 학교에서는 아주 많은 걸 배우게 될 거야.
7. 세상은 너에게 정말 새로울 거야. 모든 걸 꼼꼼히 들여다보네.
7 1/4. 하지만 세상은 지루하다는 것도 배우게 될 걸?
8. 네 자신을 점점 더 믿게 되겠지.
8 1/2. 세상일을 모두 다 믿지도 않게 되고.
9. 아메리카, 이탈리아, 베를린, 휘텐발트, 지중해, 스머티노제 섬, 카이저 빌헬름 섬, 군 굼파스, 틴타겔, 잉골슈타트, 북극, 세상은 얼마나 넓은지 몰라!
11. 수많은 물고기들이 알을 낳으러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다는 거, 알고 있었니?
12. 벌써 엄마 아빠보다 잘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구나.
13. 그런데 엄마 아빠는 대체 언제쯤에야 친구들 앞에서 널 ‘우리 귀여운 토끼’라고 부르지 않게 될까?
14. 다른 애들과 똑같아지는 법 배우기.(언제나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15. 사람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는 안드로메다 은하라는 걸 배우는구나. 안드로메다는 삼십억 년쯤 후에 우리 은하와 충돌한다지.
16. 하지만 그 전에 너는 키스하는 법을 배우게 된단다.
17.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거야. 네가 사랑에 빠지는 일이.
18. 믿을 수 없는 일은 또 일어나. 갑자기 커피가 좋아지는 일이.
19. 가끔은 네 자신이 싫어지기도 할 테고. 사람도 완전히 변할 수 있을까?
20. 열다섯 살이었던 때가 언제였나 싶을 거야. 5년 전이 정말이지 아득한 옛날 같을거야.
21. 네가 어릴 때 쓰던 방이 얼마나 작은지 놀랐지?
22. 어딘가로 나아가고 싶다면 아무리 작은 발걸음이라도 깊이 생각해보고 떼어야 해.
23. 생전 처음, 너는 다른 이에게 너에 대해 뭐든 털어놓게 돼.
24. 누군가와 이토록 가까운 적은 없었을 거야.
25. 너희는 영원히 함께 있고 싶어하겠지.
26. 아니면 안 그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까?
27. 그럴 땐 엄마라도 무슨 말을 해줘야 좋을지 몰라.
28. 그 애는 직접 만든 나무딸기 잼을 너에게 작별선물로 주었지.
29. 미처 배우지 못한 한 가지. 토요일 저녁에 집에 혼자 있으면서 우울해지지 않는 법.
30. 행복이란 상대적이라는 걸 배웠지?
31. 그건 아주 좋을 때와 아주 나쁠 때 그 두 경우 가운데 쯤에서 가장 잘 자란단다.
32. 아이를 가졌니?
33. 잠이 모자라도 버티는 법을 배우게 될 거야.
34. 이제 어른이 된 거지.
35. 아직은 아닌지도 몰라.
36. 꿈 하나가 이루어졌네.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를 거야.
37. 그래서 가끔 철없는 짓도 하지.
38. 세상은 정말 희한해! 뉴멕시코 사막에는 ‘번개 밭’이라는 곳이 있대. 강철 막대가 하늘의 번개를 끌어당기는 곳.
39.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은 한 번도 없었을 거야.
40. 누군가를 이토록 걱정한 적도 한 번도 없었을 거고.
41. 산다는 건 정말 스트레스 넘치는 일이지.
42. 덕분에 이제 네가 직접 나무딸기 잼을 만들 수 있게 됐잖아.
43.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법도 배웠고.
44. 발가락에 주름이 잡혔네.
45. 지금 그대로의 네 모습을 좋아하니?
46.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게 어떤 기분인지 이제야 진짜로 배우고 있구나.
48. 그런 뒤에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49. 밤새 한 번도 깨지 않고 잔다는 게 얼마나 호사를 누리는 일인지도 배우게 될 거야.
50. 인생에는 두 가지 큰 힘이 있어. 누군가 너를 끌어주고 있니? 누군가 너를 밀어주고 있니?
51. 이제는 부모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구나.
52. 이루지 못한 꿈도 많지만...
53. 괜찮아. 작은 것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배웠으니까.
54. 물론 큰 것에도.
55. 큰 것들을 제대로 알아보려면 새로운 각도에서 보아야 해.
56. 이제는 세상에 무심해졌구나. 달 한번 제대로 올려다보질 않네.
57. 달이 백 년에 딱 한 번 뜬다고 생각해봐. 그걸 보는 게 얼마나 굉장한 일이겠어!
58. 다른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일이 너무 어려워.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59. 세상은 정말 희한해. 알프스 어떤 저수지에는 교회 첨탑만 삐죽 솟아 있다니까.
60. 너도 이제 예순이구나. 하지만 어릴 때 보았던 60대 할머니가 네 자신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들지?
61. 코가 점점 커져 가고, 귀도 그렇게 돼.
62. 자기가 악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64. 뭔가가 너를 떠나왔던 곳으로 끌어당기지...
65. ... 그건, 말하자면 고향일까?
67. 너는 어쩌면 세상을 발견할지도 몰라.
68. 어쩌면 너만의 정원을 발견할 수도 있어.
70. 네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지? 생전 처음 해본 일이 아주 마음에 든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을 거야.
71. 모든 일이 힘겨운 때가 있겠지.
72. 그러다 모든 일이 가뿐해지는 때도 있고.
73. 사는 동안 뭔가 다른 일을 해봤더라면 싶은 게 있니?
74. 어쩌면 생전 처음으로 나랑 딱 어울리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어.
75. 이제는 놓는 법도 배워야 해. 아직 공중제비를 넘을 수 있니?
76. 너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걸 정말 좋아했지.
77. 새로운 기계 사용법을 배울 수도 있어.
79. 아직 운전을 하니?
80. 마침내 때가 되었다는 걸 느끼는 순간, 너는 지금 이 순간을 훨씬 충실히 살 수 있어.
81. 이제는 나이를 한 해 한 해 세는 게 아니라 행복하게 보내는 순간 순간을 세고 있다고?
82. 뭘 하든 시간은 전보다 곱절이 들지.
84. 정신 차릴 틈 없이 흘러가기도 하고.
86. 눈 잠깐 돌린 사이에 모든 것이 달라져 있어.
87. 어쩌면 같이 사는 사람이 몸져누울지도 몰라.
89. 정말 힘든 일이지.
90. 인생은 뒤죽박죽이야.
91. 오랜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92. 죽음? 그래! 오고 있어.
94. 빈 나무딸기 잼 병을 지하실로 가져다 놓으면서 너는 생각하지. 누가 알겠어, 이게 또 필요할지?
95. 그러면서 너는 다시 나무딸기 잼을 만드는구나.
96. 그리고 다시 봄
97. 사람들이 온갖 질문을 퍼붓지. 인생이 네게 무엇을 가르쳐주었냐는 거야.
98. 그러면 종종 예전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갈 거야.
99.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
한바탕 꿈 같은 인생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