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대충 읽는다면 아마 이 책에 대한 찬사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시중에 흔한 재테크 책이나 최신 투자 관련 이론을 다룬 책으로 기대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 책의 초반부을 읽어나갈때만 하더라도 나 역시 큰 감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점점 읽어나갈수록 이 책은 돈의 대한 인간의 자세와 철학을 다루는 일종의 '탈무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제서나 재테크 서적이라기 보다는 철학책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자기개발서이기도 하다. 물론 번역서이다 보니 중간 중간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은 여러번 읽고 지침서로 삼을만하다는 생각에 e-book 형태로 원서도 새로 구입했다. 다시 말하지만, 주식투자의 방법론이나, -예를들면, CAPM이 어쩌고 할인율이 어쩌고 탑다운이니 하는 기본적 분석이나 EBITDA나 멀티플 또는 각종 차트의 새로운 지표를 나열하며 현혹하는- 새로운 경제 이론은 전혀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20가지 레슨을 음미하다 보면 우리가 오랜 시간 지켜야 할 원칙들과 돈과 삶에 대해 가져야 하는 자세에 대해 빛나는 통찰들을 엿볼수 있다. 그중 일부는 나의 오랜 생각고 닮아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인생과 재테크에 있어 공격보다는 수비가 먼저이고 그 기본이라는 것이다. 나는 '잃지 않는 투자'라는 관점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 책에서는 좀 더 멋지게 '저축'과 '소득'과 '자존심'간의 관계로 표현되고 있다. 저축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겸손을 늘리는 것이라는 것이고 그래서 저축은 당신의 자존심과 소득 간의 격차이다 라고... 나이가 들면서 쓸데없는 허세와 허영(자존심) 보다는 진짜 실력과 본연의 모습을 가꾸는 것의 가치를 절감하고 있다. 농구과 축구 또는 야구 같은 스포츠 경기에 빗대면, 화려한 공격이 때때로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는 있으나 진짜 장기적으로 승수를 쌓게 하는 것은 그물같은 수비력과 조직력이다. 요즘 취미삼아 종합격투기를 수련중인데, 여기에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된다. 중요한 것은 기초체력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밸런스와 포지션을 잃지 않는 능력이고 내 얼굴과 몸의 급소를 커버할 수 있는 디펜스 능력이지, 화려한 콤비네이션과 멋진 서브미션 기술은 아니였다. 수비를 게을리 하고 공격에 집중하다 상대방의 카운터에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당해본 경험이 있기에 그렇다. 결국 재테크와 투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최신 투자 이론 보다는 잃지 않고 자산을 지키겠다는 자세가 먼저이다. 잃지않고 지킬수 있다면 시장에 오래 머무르게 되고 시장에 오래 머무른다면 결국 한두번의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큰 수익의 기회가 아니더라도 지키며 조금씩 괜찮은 수익률을 쌓아간다면 책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시간의 강 속에 복리의 마법이 큰 부를 가져다 줄 것이다. 또한, 수많은 투자서들이 역사와 인문학을 강조하며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하고 미래에 대한 가이드라고 하지만 이 책은 반대로 역사는 경제나 주식시장의 미래에 잘못된 가이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세상에서 중요한 구조적 변화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고 세상에는 예측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역사를 외면해서도 안되지만 같은 역사가 동일하게 반복되리라는 말도 그리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시장의 패턴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다르고 전세계 시장을 흔들었던 사건들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확률을 좋아하고 주식을 할 때는 차트 패턴을 들여다 보고는 했지만 큰 손실을 경험한 순간들은 여지없이 그 패턴에 내가 속았을 때이다. 중요한 것은 비슷해보이지만 반복되는 뉘앙스 정도만 파악하고 반대의 경우에 어찌할지 전략(이 책의 표현으로는 안전마진이 되겠다)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이러한 내 평소 철학과 굉장히 닮아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정보, 그리고 지식 앞에 겸손하고, 온갖 자극적 뉴스에 경거망동 하여 투자 포트폴리오의 포지션을 한 순간에 바꾸지 않으며, 그저 허영과 자만을 경계하며 잃지않겠다는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 가끔 찾아온 놀라운 수익도 따지고 보면 내 역할이 아닌 운의 역할이 구할이었음을 받아들이고 그러한 행운이 어느날에는 사나운 불운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마음에 새기는 것. 그리고 이왕이면 적당히 좋아하는 그리고 사랑하는 영역에 투자를 하고 그러한 자세가 변덕스런 시장과 경제 사이클 속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며 변함없이 낮은 자세로 공부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과 투자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돈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Rich가 아닌 Wealthy로 살아가자는 것. 이 정도만 해도 이 책의 가치는 수십권의 투자서적 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