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의 시(류시화 엮음)>는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살아있다는 것에 대하여, 사랑한다는 것에 대하여, 그리고 죽음과 이별, 사랑, 삶에 대한 노래를 모아 놓았다. 일상을 하루하루 바쁘게만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잠시 멈추어 서서 살아온 세월과, 살아갈 날들 그리고 주위의 소중한 것들을 한번쯤 돌아보는게 어떠냐고 얘기하고 있다.
책중 어느 쪽을 펼쳐도 독자의 마음에 대고 직접 속삭이는 듯한 시들이 나온다.
백혈병의 재발로 죽음을 앞둔 아내와 남편은 사랑했던 지난 날을 추억하며 죽음보다도 헤어짐을 가슴 아파한다. “죽는 것은 간단해요 / 그녀가 말했다. 가장 나쁜 것은......, / 헤어지는 일이에요.”(마지막 날들)
세상을 떠날 때 우리가 가져갈 것은 사랑뿐,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는 / 소유했던 것들과 기억들을 두고 간다 / 사랑만이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 (별의 먼지)
하지만, 무수한 죽음과 이별, 슬픔 속에서도 남아있는 것들, <작고 둥근 동전들이 /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것을>(슬픔의 우물)
세상은 충분히 아름다워질 수 있고, 또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인생은 짧고, 세상은 적어도 절반은 끔찍하며 / 친절한 낯선 이들이 많은 만큼 / 너를 파괴하려는 자도 많을 것이다 / 비록 내 아이들에게는 이것을 비밀로 하겠지만 / (중략) / 그러면서 말할 것이다 / ”이곳은 충분히 아름다워질 수 있어요, 그렇죠? / 당신이라면 이곳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어요.“) (좋은 뼈대)
어느 낯선 공항에서 곤경에 처한 이와 함께 할 때,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잃지는 않았다> (탑승구 A4)는 것을 기억해야 하고,
나를 사랑한 이들에 대하여 감사와 경이를 가슴에 품고 산다면, <내 일생이 엄마의 비옷 아래 있었구나 / 왜 그런지 모르지만 내가 결코 비에 젖지 않은 것이 / 경이로운 일이라 여기면서> (비옷)
곧, 서로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은 많은 눈을 가진 감자의 / 오목하게 막힌 각각의 눈에서 싹튼다. / 그것은 삽과 호미의 잔인함을 견뎌 낸 / 지렁이 마디마디에 살아 있다 / (중략) / 그것은 우리가 서로를 저버리지 않도록 / 우리를 약속하게 하는 치료제이다> (희망)
살아 있다는 것, 살아 낸 것에 대하여 부끄러워하지 말고, <흉터가 되라. /어떤 것을 살아 낸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흉터),
다만,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을 안타까워 하면서 <당신이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다. /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일이 문제다. / 해질 무렵 /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 (하지 않은 죄)
하지 않고 남겨 둔 일이 있다면 두려움없이 나서서 부딪쳐 나가고, <삶에서 가장 큰 위험은 아무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것이기에>(위험들)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굳건히 그러한 삶을 살아 가는 편이 어떠한가,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하지 않으리라 / 씨앗으로 내게 온 것은 / 꽃이 되어 다음 사람에게로 가고 / 꽃으로 내게 온 것은 열매로 나아가는 / 그런 삶을 선택하리라>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진심을 다해 살고,
“산다는 것은 농담이 아니다 / 진심을 다해 살지 않으면 안된다 / (중략) / 그러니까,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 어디에 있든 / 마치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듯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산다는 것에 대하여)
오로지 삶이 당신을 손잡아 이를 통하여 사는 삶을 살아 간다면
<그는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 겁내지 말라. / 사랑하고, 느끼고, 삶이 너의 손을 잡게 하라. / 삶이 너를 통해 살게 하라.> (후쿠사이가 말하기를)
그리하여 언젠가는 삶의 진실에 다가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삶은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 속도를 늦추고 / 음악에 귀 기울이라 / 노래가 끝나기 전에> (더 느리게 춤추라) <사물들의 경이로운 진실 ,/ 그것이 내가 날마다 발견하는 것이다 /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의 그것이다 / (중략) / 그리고 느낀다, 바람 부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 태어난 가치가 있구나> (사물들의 경이로운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