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이 책을 소설이라기 보다 거의 고래에 대한 백과사전과도 같다고 말한다. 고래와 고래잡이에 대해 이보다 더 자세한 묘사가 있을까 싶긴한데 읽으면서 내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재밌는 부분이 많아서 적어보자 한다.
분수 - 어류는 일반적으로 아가미라는 특수한 장치를 이용하여 그들이 헤엄지고 있는 물과 언제나 결합되어 있는 공기를 호흡한다. 하지만 고래는 인간처럼 허파를 갖고 있는 특수한 신체 구조 때문에 대기 중에 있는 공기를 들이마셔야만 살 수 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물 위의 서계를 방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입으로는 도저히 숨을 쉴 수 없다. 보통 자세일 때 향유고래의 입은 수면에서 적어도 2.5미터 깊이에 잠겨있고, 게다가 숨통은 입과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래는 분수공을 통해서만 숨을 쉬는데, 분수공은 머리 위쪽에 있다. 호흡은 공기에서 어떤 요소를 뽑아낸 뒤 그것을 혈액과 접촉시켜 생기를 주는 원소를 혈액에 나누어주는 작용이기 때문에, 어떤 생물이든 호흡은 생명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그렇다면 단 한번의 호흡으로 인간이 가진 모든 피에 산소를 공급할 수 있다면, 사람은 콧구멍을 막고 꽤 오랜시간 숨을 쉬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말하자면 숨을 쉬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고래가 바로 그런 경우다. 고래는 시간 간격을 두고 규칙적으로 물위에 물속을 오가며 한 시간이나 그 이상 한번도 숨을 쉬지 않고, 또는 어떤 식으로든 극소량의 공기도 들이마시지 않고 살아간다. 고래에게는 아가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그게 가능할까? 고래의 갈비뼈 사이와 척추 양쪽에는 국수가닥처럼 생긴 관들이 크레타 섬의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고래가 수면을 떠나 잠수할 때 이 관들은 산소를 머금은 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래서 물 없는 사막을 건너는 낙타가 네 개의 보조 밥통 속에 여분의 음료를 채워 앞날의 갈증에 대비하듯, 고래는 한 시간 이상 천 길 물속에 있어도 생명력을 몸속에 비축해 놓고 있는 것이다. 고래는 분수공을 통해서만 호흡한다. 만약 고래가 뿜어내는 것에 물이 섞여 있다는 말을 덧붙일 수 있다면 고래에게 후각이 없는 이유가 확실해 질 거라고 생각한다. 고래의 몸에서 코에 부합하는 것은 분수공 뿐인데, 그 분수공이 공기와 물이라는 두가지 요소로 막혀 있다면 냄새를 맡는 기능을 갖는 것은 기대할 수 없기 땜문이다. 그러나 물 뿜기의 신비 그것이 물이냐 수증기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절대로 확신할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 향유고래의 숨통은 물을 내뿜는 통로로만 뚫려 있고, 그 긴 통로는 열러거나 닫히는 일종의 수문을 갖추고 있어서 공기는 아래쪽에 가두어두고 물은 위쪽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고래는 목소리도 낼 수 없다. 고래의 분출 통로를 살펴보자, 이 통로는 주로 공기를 운반하는 구실을 하는데, 머리 위쪽 피부 바로 밑에 약간 한쪽으로 치우쳐서 수평으로 뻗어있다. 이 기묘한 관은 마치 시가지의 도로 한쪽에 묻혀있는 가스관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 가스관이 동시에 수도관이기도 한지 어떤지에 대한 의문이 여기서 또 다시 제기된다. 향유고래가 내뿜는 것이 날숨의 수증기 인가, 아니면 입으로 들이마신 물과 그 날숨이 섞여서 분수공으로 나오는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향유고래의 입이 간접적으로 분출통로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확실하지만, 이것이 분수공으로 물을 배출하기 위한 목적인지 어떤지는 입증할 수 없다. 향유고래는 먹이를 먹다가 우연히 물을 마시는데, 물을 배출해야 할 필요성이 가장 큰 것은 그때인것 같기 때문이다. 향유고래의 먹이는 수면보다 훨씬 아래에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는 물을 토해내고 싶어도 토할 수 없다. 고래가 내뿜는 것의 중심은 눈처럼 번쩍이는 안개에 싸여 있다. 고래가 내뿜는 것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을 만큼 고래에게 바싹 접근하면 고래는 사납게 날뛰기 때문에, 물이 사방으로 폭포처럼 쏟아진다. 마치 사막의 낙타처럼 대낮의 잔잔한 바다에서 불쑥 튀어나온 혹을 햇볕에 드러낸 채 유유히 헤엄치고 있을 때조차, 고래 머리에는 항상 작은 웅동이 처럼 물이 고여 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더운 날씨에도 바위위에 뚫린 구멍에는 빗물이 가득차 있는 것을 이따금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