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케 팔러가 글을 쓰고 발레리오비달리가 그림을 그린 100인생 그림책
사실 모든 사람들은 하루하루 어제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그렇게 쌓인 날들이 모여서 주가 되고 월이 되고 다시 년이 되어 차곡차곡 쌓여 간다.
이 책은 인생의 순간들을 0세부터 100세까지 그림과 짧은 문장으로 담아낸 100세 노인의 일기 같은 글이다.
우리는 태어남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마지막 죽음도 대부분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삶의 경험에 대한 많은 책들이 있지만 이책은 내가 살아온 날들은 아 그랬구나! 하는 탄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앞으로 살아갈 남은 미래는 이런 일들이 이 시기에는 중요한 것들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호기심으로 책을 넘기게 된다.
우리의 인생이 웬만한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재미있고 스펙타클한 이유는 삶의 모습이 저마다 각자 전혀 다른 형태로 이루어 지고
생각지도 못한 생각과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은 아닐까!!
페이지를 넘기면서 때론 과거에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시절을 생각하기도 했고
현재 살고 있는 중년의 삶에서는 나랑 다른 것이 무엇이 있을까 비교해 보기도 하고
노년의 삶은 어떨까 하고 그려보게 되는 책이다.
아직 힘든 20-30대의 젊은 청년들 보다는
삶의 무거움과 어려움을 이겨내 온 중장년층이 보면 공감대가 더욱 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기는 아직 2돌에 불과한 어린 아이인데
아이가 아빠에서 아버지를 찾기 시작하고
우리 아이가 다시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손자가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시간이 올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 책에서 처럼 100살이 된다면 조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할아버지'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100이라는 숫자가 주는 아직도 남아 있는
긴 인생의 여행을 하다보면 손자녀석이 내 인생의 끝부분에 탑승해서 나를 찾아주는 시간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100 인생 그림책은 두돌인 나의 아이 부터 팔순이 된 어머니까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 나눌수 있는
좋은 주제를 담고 있고 한국의 정서상 손자부터 아이까지 함께 모여 삶을 이야기 하기는 어렵겠지만
서구의 다른 가족들이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작은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글을 쓴 하이케 팔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이 살면서 겪는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이런 생각을 런던에서 94세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동화를 쓴 작가입니다. 그런데 살면서 무엇을 배웠느냐는
내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 나는 종종 내가 옛날에 그 어린 여자 아이라는 기분이 들어요
살면서 뭔가를 도대체 배우기는 했는지, 그런 질문을 내 자신에게 던집답니다.'
작가들의 문답에서 처럼 이 책은 잊고 있었던 과거와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모든 것을 파노라마 처럼 보여주는 책이다
따라서 어떤 부분을 들여다 볼것인지는 모두 구독자의 취향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다.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어린 시절의 모습을 다시 한번 추억해 보고
하루 하루 힘들게 살아내고 있다는 지금 다르게 살아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삶에서 위안을 얻는 것도 괜찮을 듯 하고
아니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살짝의 엿보기도 괜찮을 듯 하다.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저자는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을 만나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살면서 무엇을 배우셨나요?'
그렇게 많은 대답을 모아 책으로 엮었고 이 책은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구체적인 상황에서 마치 인생이란 이런거야! 하고 알려주기 보다는 '인생은 그저 살아가는 거야'
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듯 하다.
담담하게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는 이책은 때로는 아주 단순하게, 때로는 화면을 가득 채우는 방식으로 그림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독자에게 말하고 있다.
가을이라 하늘이 너무 푸르고 시리도록 맑은데
이번주말에는 친구들과 점심이나 하면서 한번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면 어떨가 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