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부터 역사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도 역사에 대하여 논하고 읽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때로는 깊이 탐독에 들어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게 되는 역사책을 한 번 펼치게 되면 왠지 지금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에게 있어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과는 반대로 역사책과 멀어지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살고 있는 나로서, 현재의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캐치하고 그것에 대하여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읽어내는 것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성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강박 관념이 생겨버린 것 같다. 그래서 뉴스든 언론 기사든, 아니면 다양한 시사교양 관련 매체를 통해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들을 확인하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해석하기도 하고 전문가들과 지식인들은 어떠한 식으로 그것을 분석하고 해석하는지 이해하려고 애썼다.
이 책은 내가 이전부터 좋아했던 역사책 읽기와, 현시대의 흐름을 파악하는 시각과 인사이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굉장한 일거양득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단순히 두 가지가 동시에 혼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세계화와 같은 현상을 유추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시너지를 읽는 독자에게 툴로써 제공한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인 것 같다.
어쨌거나 우리가 통상적으로 인식하고 있던 세계화 및 국제적 교류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이전에 진행되어 왔다는 것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주요 요지라고 볼 수 있다. 아주 옛날 발생하여 널리 퍼졌던 전염병이나 전쟁과 같은 것들이 어떻게 보면 나비효과가 되어 세계가 서로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영향을 주었고, 심지어 놀라우리만큼 현대를 사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있어서도 그러한 현상은 반복되면서 세계화의 흐름을 우리가 기존에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리며 시대를 진행시키게끔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 단순히 평행이론을 논한다거나, 아니면 유사성을 찾는 수준에서 그 의미를 국한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교훈이 바로 이 책에 있는 것 같다. 바로 우리가 현재 맞이하고 있는 세계화의 현장, 혹은 그 반대의 현장 속에서, 즉 세계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우리는 난생 처음 맞이하게 되는 어려운 상태에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우리는 이때 어떻게 이를 대처하고, 보다 더 나아가 어떻게 이를 더욱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하고 이전에 행해졌던 어리석었던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인한 세계화의 역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다시 촉발되려 하는 세계 전쟁 양상, 그리고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현상 등 경제적인 이슈들까지 잘 들여다보면 이것은 지구 역사 상 단 한 번도 유사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것들이 아니고, 이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우리는 대처해야 하는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던 역사적 사실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것을 알지 못 하고 다시 바보 같은 일들을 저지르고 있는 실정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이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애써 외면하고 각자의 독자적인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서 그 기회로 써먹기 위해 활용하려고만 하는 안타까운 사회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다른 집단에 대한 분노와 차별은 과연 옳은 것인가, 배타적이며 정복적인 힘이 결국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고 유일무이한 생존자로서 만들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인가에 대해 곰곰이 고민해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혹자는 너무나 이상적인 천진난만한 생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역사가 말해주고 있듯이 우리는 그러한 일들 때문에 매우 끔찍한 인류사의 재앙들을 너무나 많이 경험하였다. 이 책은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새로운 세계적 흐름 속에서 우리가 잘 대처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교훈을 얻게끔 도와주는 훈련서와 같다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