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을 집었을 때에는 다이어트에 도전하고 있는 내 자신과 체력적인 싸움 그리고 정신적인 싸움에서도 승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채소류부터 고기류만 먹는 다이어트까지 여러가지 방법들을 시도하며 실제로는 효과도 없는 그런 방법을 지속했었죠. 사실 제가 과학적인 지식이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수학과 과학은 멀리했던 학생이었고 성인이 된 이후로도 제대로 된 교양 과학 하나 들어본 적 없었는데요, 이 책의 저자인 앤드루 젠킨슨은 저와 같은 과학 또는 수학 포기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배려를 해줍니다. 정성적인 다이어트 해설이 아닌, 몸 속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기전들을 말이죠! 서점에 가서 다이어트 코너를 보면 참 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하나 같이 정신력을 강조하는 다이어트들 뿐이죠. 예를 들면 식사의 양을 줄여서 쫄쫄 굶지만 그것을 버티면 체중이 감소한다는 내용의 흔하디 흔한 식단 책입니다. 구황작물만 먹기도 하거나 보라색 노란색 다이어트 등 별의 별 다이어트가 나와있지만, 실상 그들 중 어느 한 곳에도 이렇게 과학적으로 식단과 다이어트를 분석해 놓지는 않았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정말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이쪽 세상은 원래부터 그런 것이라는 저의 관념이 깨진 듯 하였죠. 다이어트란 원래 고달픈 것이다, 나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어갈 수 없고 그저 과체중인것은 개인의 의지라는 것은 사회적 통념이기도 하고 저 또한 그러한 통념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뉴턴의 운동법칙 같은 물리학의 법칙들 처럼 오랫동안 준용되고 있는 사실로만 알고있었습니다. 나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무의식적 기전들이 체중을 조절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최근 트랜드의 이단아와도 같은 생각이지만, 놀랍도록 설득력 있습니다. 체중을 조절하는 호르몬들이 어떻게 나의 위장과 췌장, 그리고 지방세포에서 나와 뇌하수체와 상호작용하는지 460페이지를 자랑하는 비교적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 장 한 장 책을 넘길때 마다 다음 장의 내용이 궁금하고 마치 우리가 그 시절 동경했던 멋진 지식을 가진 듯 보이는 스타 강사들처럼 이해하기 쉽고 또한 즐겁습니다. 책을 수령하고 한 주 만에 다 읽어버리는 바람에 지금은 벌써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책의 내용이 강렬하여 잊혀지지 않습니다. 지방세포에서 나오는 렙틴, 그리고 그 렙틴과 상호작용하는 뇌하수체, 그리고 렙틴과 경쟁하는 인슐린 등 인생의 짧지 않은 순간에 가장 강렬하게 머리에 저장되는 과학지식이라고 할까요, 앞으로 실제로 저는 몸 속에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호르몬들의 경쟁을 이해하고 제 몸이 어떻게 과거에서부터 설정되어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하여 식단을 구성할 계획입니다. 책의 내용과 같이 저의 몸은 진화가 더디어 예전의 수렵채집 생활에 내부 기전이 맞추어 있지만 현재 저의 식단은 누구보다도 현대화된 식단입니다. 굉장한 저질 단당류와 지방섭취로 인해 이 책의 저자인 앤드루 젠킨슨이 봐왔던 많은 환자들과 같은 상태이죠, 하지만 책의 말미에 나온 여러 실천 방안들로 저는 앞으로 저의 몸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계확입니다. 우선 집안의 냉장고부터 정리하라는 단순한 가르침이 얼마나 내가 미루고 어렵게 생각해왔는지 깨닫는데 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냉장고 안에 가득찬 스팸과 통조림들 그리고 언제나 사랑해왔던 식물성 유지로 만들어진 마가린 등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인지조차 하지 못했을 저의 실수였죠. 어렵게 냉장고를 정리하고, 이제는 냉장고 안을 모두 신선한 제철 채소와 건강하게 풀을 뜯어먹고 자란 동물의 고기로 채울 생각입니다. 금방 바뀌지는 않겠죠,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리멸렬한 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독한 생각을 가질 나이가 되었죠. 저에게 맞는 시기에, 맞는 책이 왔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는 방에서 벗어나 세상의 공기를 즐기며 운동도 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는 느낌이 들 정도니까요, 런던에 가게 될 기회가 언제 올 줄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때에 저의 몸은 지금과 분명 다를 것이라 확신하고, 앤드루 젠킨슨을 만나서 감사의 피쉬앤칩스를 사줄 날도 오래진 않았다는 확신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