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쿠라시에 봄 내음을 머금은 바람이 불어오던 그 날, 급행열차 한 대가 선로를 벗어났다. 도힌철도 가마쿠라선 상행 열차였다. 맹렬한 속도로 궤도를 이탈한 열차는 가마쿠라 이키타마 신사의 도리이를 스친 다음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승객 127명 중 68명이 사망한 대형 사고였다. 탈선 사고가 일어나고 두 달쯤 지났을까. 심야에 유령 열차 한 대가 가마쿠라선 선로 위를 달린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니시유이가하마 역. 이 역의 승강장에 '유키호'라는 유령이 나타나는데, 유키호에게 부탁하면 과거로 돌아가 사고 난 가마쿠라선 상행 열차에 탈 수 있다는 것이다. 단, 그 열차에 승차하려면 다음 네 가지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하나, 죽은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 수 있다. 둘, 피해자에게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셋, 열차가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통과하기 전에 어딘가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사고를 당해 죽는다. 넷,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만일 열차가 탈선하기 전에 피해자를 하차 시키려고 한다면 원래 현실로 돌아올 것이다.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네 가지 규칙을 듣고도 다들 사고로 떠난 사람을 만나러 갔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만일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면, 당신은 그에게 무슨 말을 전하겠는가. 탈선 사고가 일어나자, 운행하던 가마쿠라선의 모든 열차가 멈췄다. 도모코의 약혼자 네모토 신이치로가 죽었다. 현관과 맞붙은 거실에서 스님의 독경소리가 울려퍼졌다. 미처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네모토의 장례식이 끝났다. 탈선 사고가 일어나고 2주가 지난 날, 나와 네모토의 부모님은 가마쿠라에 위치한 대형 호텔의 연회장에 와 있었다. 오후부터 사고를 낸 도힌철도 측이 피해자 설명회를 연다고 했기 때문이다. 평소 연회장으로 쓰이는 넓은 방에는 일렬로 앉은 경영진과 맞은편에 놓인 접이식 의자에 자리 잡은 피해자 측이 마주 보고 있었다. "배상금 문제는 사고조사위원회에서 결론이 나오는 대로 정확하게 대응하겠습니다." 중간에 앉은 도힌철도 사장이 사무적인 어조로 입을 놀렸다. 돈만 주면 되잖아. 그렇게 말하는 태도에 분노가 치밀었다. '돈이 다가 아니잖아!' 피해자 측에서 누군가 고함을 질렀지만 사장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도모코는 유키호라는 유령을 만났다. 유령은 네 가지 규칙을 지키면 죽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하나, 죽은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 수 있다. 둘, 피해자에게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셋, 열차가 시니유이가하마 역을 통과하기 전에 어딘가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사고를 당해서 죽는다. 넷,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만일 열차가 탈선하기 전에 피해자를 하차시키려고 한다면 원래 현실로 돌아올 것이다. 도모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현실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도 상관없다. 네모토가 살아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다. 도모코는 그저 딱 한 번만 더 그를 만나고 싶었다. 도모코는 유령열차를 타고 네모토를 하차시키려고 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상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시 한 번 더 유령열차에 오르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네모토에게 자신의 어디가 좋았는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다음 주 생일에 카레를 만들어주겠다고 하고 열차에서 내렸다. 유령 열차를 탔던 다음 날, 도모코는 예식을 올릴 예정이었던 호텔을 방문했다. 그리고 네모토가 준비했었던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몸이 안 좋아 병원을 찾았다 임신소식을 듣고 배 속에 있는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는 것이 네모토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