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경우 한번쯤은 다 들어본 이야기였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내용도 익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도 내용은 알고 있고, 다만, 원문이 어떻게 되어 있을 지 궁금해서 이번에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책을 선택해서 읽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우선, 역시 고전이라서 그런지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상당히 인내력을 요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리아스의 경우, 당연히 트로이전쟁 전체를 다루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것과 다른점이 우선 놀라웠다. 책의 줄거리를 잠시 살펴보자면, 일리아스의 경우 트로이전쟁 10년째 되던 해의 단 50일 정도를 묘사하고 있어서 아주 간단하다. 그리스 군 용사 아킬레우스는 자신을 무시하는 총사령관 아가멤논에게 화가 잔뜩 나서 전투를 거분한 뒤, 어머니 테티스에게 부탁해 자기편이 지도록 일을 꾸민다. 그래도 그리스 군은 한동안 아킬레우스 없이 잘 싸우지만 끝내 위기에 처한다. 이를 보다 못해 아킬레우스의 절친한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빌려 입고 나가 전투에 뛰어든다. 그는 잠깐 동안 큰 전공을 세우고 트로이 군을 무찌르지만, 결국 헥토르에게 죽고 만다. 그러자 분노에 찬 아킬레우스는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새로운 갑옷을 입고 나가 헥토르를 죽임으로써 원수를 갚는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은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시신을 전차에 매달고 파트로클로스의 무덤을 세번 돌며 유린한다. 결국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 왕이 밤에 몰래 아킬레우스를 찾아가 황금으로 배상을 하고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찾아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이것이 일리아스의 줄거리 전부이다. 이렇게 보니, 영화 트로이는 일리아스를 아주 정확하게 고증한 것이 아닌가 한다. 영화를 보면서도 트로이의 목마는 끝 부분에 잠시 나오기만 해서 이상했는데, 일리아스에는 아예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트로이의 목마 이야기는 서사시환(트로이 전쟁과 관련된 서사시 모음)중 하나인 '일리온 성의 함락'에서 다루고 있다. 일리아스에서는 트로이가 멸망할 것이라는 점을 작품 전체에 걸쳐 암시하고 있을 뿐이며, 오디세이아에서도 '드로이의 목마' 이야기는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편, 오디세이아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오디세이아는 10년 걸린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나서 10년에 걸친 오디세우스의 귀향길을 묘사하고 있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항해에 나선다. 올림포스의 신들이 결정한 그의 운명은 이름처럼 고난과 역경으로 가득차 있다. 이타카 왕인오디세우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 왕비 페넬로페에게 108명의 청혼자들이 몰려들어 오만방자하게 굴지만, 그녀는 낮에 짰던 베를 밤에 다시 푸는 베짜기를 반복하면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오디세우스는 항해 도중 포세이돈의 아들인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동굴에 갇혔다가 불에 달군 말뚝으로 그의 외눈을 찌르고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다. 요정 기르케의 마술에 걸려들어 일행이 모두 돼지로 변하는 위기도 겪고, 사이렌이라는 말의 어원이 된 세이렌 자매가 사는 바위 옆도 지난다. 폴리페모스를 장님으로 만든 것에 분노한 포세이돈이 풍랑을 일으켜 그를 요정 칼립소의 섬으로 가게 하고, 그 섬에서 한동안 발이 묶인다. 귀향을 위해 저승까지 찾아갔던 우디세우스는 이후에도 몇 번의 난파와 표류 등 죽을 고비를 넘긴다. 결국 스케리아 섬에서 나우시카 공주에게 구조돼 천신만고 끝에 고향 이타카 섬으로 돌아간다. 고향에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거지 차림으로 해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으나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알아보고 그를 돕는다. 마침내 오디세우스는 페넬로페를 괴롭히던 청혼자들을 활로 쏘아 죽이고, 집 떠난 지 무려 20여년 만에 페넬로페와 재회의 감격을 누린다. 오디세이아는 사실 영화로도 몇번을 봐 왔던터라, 일리아스보다는 읽기가 편했던 거 같다. 트로이전쟁 이후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계속되는 것이 놀랍고, 등장인물별로도 다양한 이야기가 계속되는 점도 놀랍다. 한마디로 트로이전쟁의 이야기는 그리스 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번쯤을 도전해 봄직한 고전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