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을 포함한 나라들의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상승의 여파로 금융시장이 변화가 크게 느껴지고 있다. 직장인이 되어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금융시장의 변화를 느낀 것은 이번을 포함해서 크게 두 번이었던 것 같은데, 처음이 COVID 19 발생에 따른 전세계 양적 완화 및 금리 인하 기조였고, 두 번째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다. 2019년 말에서 2021년까지 이어진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수많은 자산 시장에서 자산 가격이 오르게 되었고, 그 중 대표적인 자산이 가상화폐가 아닐까 싶다. 나는 사실 가상화폐에는 큰 관심이 없고, 가상화폐 가격 급등에 따라 너도나도 투자를 하던 시기에도 그저 유명한 몇개의 가상화폐의 이름을 인지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그렇다 보니 자세히 알아볼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지인으로부터 가상화폐 자산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추천을 받게 되어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다만 책의 발간 시기가 올해 6월인 점을 감안할 때, 이미 여러 가상화폐 자산들에 문제 징후가 발견되기 시작한 이후이고, 아무래도 작년까지 가상화폐에 대해 쓰여졌던 수많은 책들과는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쓰여졌을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 이제껏 관심이 없었던 분야에 대해서 공부해보기 위해 선택한 책이 이 시점에, 이 책이라는 점에서, 스스로 참 많이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결국에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큰 틀에서 바꾸기가 정말 어려운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우선 이 책의 제목에 있는 '변절빌런'은, 저자가 과거에 SNS를 통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격렬하게 비판하다가,결국에는 그렇게 비판하던 업계에서 일하게 돼 그러한 별명을 얻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등장 배경이 되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가장 최근의 2022년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까지 암호화폐의 역사와 암호화폐와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까지 암호화폐가 언제 어디에서 나타나 현재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자산으로서 어떤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볼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화폐의 과거와 현재를 통한 금융시장의 메커니즘, 비트코인의 등장과 그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 또 다른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의 등장과 발전, 가상자산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른 알트코인과 이들의 변화, NFT, CBDC와 가상자산의 미래, 마지막으로 가상자산에 투자하기에 앞서 꼭 알아야 할 가상자산 투자와 관련된 기초 Q&A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광범위한 시각으로 정리하고 있어 해당 시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던 나로서도 큰 도움이 되는 독서였다.
내가 암호화폐 시장과, 또 이러한 시장이 생성되는 기반이 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지만 사실 가상화폐라는 것이 언제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난 것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 있듯, 가상자산은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화폐의 역사와 발전 과정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충격에 대한 반응 중 하나로서 나타난 것이었다. 주식을 비롯해 어떠한 자산에 투자하기 전 기본적으로 해당 자산의 근간이 되는 산업과 기업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미래 가치를 추정하여 투자를 결정하듯, 가상자산에 투자하기에 앞서 해당 자산시장이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고 어떻게 가격이 형성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결론이기도 하다. 이런 내용을 감안했을 때는, 내 주변을 비롯한 최근의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어느정도의 이해를 바탕으로 그 시장에 뛰어든 것이었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수십,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그 역사가 20년도 되지 않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 치고는 선행학습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러한 의미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던 나였지만, 이 책 한 권으로 꽤 많은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실제로 그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 어떤 공부를 조금 더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 뜻깊은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