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경영, 경제, 심리 등 실용서적들 보다는 소설을 비롯하여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별 도움이 안 되는 책들을 주로 읽는다. 이 책은 정말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책이다. 더군다나 매우 난해하고 복잡하여 이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다시 누군가에게 전달하면서 남이 모르는 지식이나 사실을 알았다고 자랑하는 것 조차도 힘이 들다.
명확하게 인상에 남는 내용은 지금 우리가 수소와 산소라고 부르는 기체의 이름이 대충 잘 못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과, 두 기체의 이름을 바꾸어 붙였다면 그 나마 조금 괜찮았을 거라는 이야기 정도다. 물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의 수소는 오히려 지금 우리가 산소라고 부르는 기체의 이름으로 더 적합하다는 것이며, 산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의 산소는 오히려 지금 우리가 수소라고 부르는 기체의 이름으로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바꿔서 부른다고 해도 또 아주 적합한 이름은 아니라고 한다.
지금 알려진 원소는 모두 118개라고 한다. 제목 그대로 118개의 원소들의 이름이 어떻게 붙여졌는지를 탐구하고 정리한 책이다. 이름이란 어떤 대상을 가장 잘 나타내도록 붙여지는 것이므로 각 원소들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용어가 사용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각 원소들이 정의되고 발견되는 데 주된 역할을 한 유럽에서 사용되는 라틴어를 비롯한 유럽의 언어들로 원소의 이름이 지어졌고, 각 원소들의 특성을 대표하는 이름들이 붙여졌다는 사실은 그리 특별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이름에 관한 이야기는 세상에 7개의 움직이는 천체와 7가지 금속만이 알려져 있던 시대부터 시작된다. 7개의 움직이는 천체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7 개의 행성이 아니라, 지구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달, 수성, 금성, 태양, 화성, 목성, 토성이다. 그 7 개의 천체에 은, 수은, 구리, 금, 철, 주석, 납의 7 가지 금속들이 대응되었던 시대의 역사와 더불어 금속 원소들의 이름과 관련된 신화와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각 금속 원소들의 화학적인 특성들을 충분히 알 수 없었던 시절에, 태양과 금, 달과 은을 함께 생각해 보면 누구라도 두 개의 관련성을 부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에 수긍이 간다. 그런데 화성의 붉은 빛은 실제로 철 성분에 의한 것이라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된다.
아울러 새로운 행성, 소행성들이 발견되는 근대 천문학의 발달과 보조를 맞추어 새로이 발견된 세륨, 팔라듐, 넵튜늄과 같은 원소들이 천체와 원소를 짝 지우는 전통에 따라 새로이 발견된 천체와 이름을 공유하게 되는 과정들이 소개된다. 그리고는 수없이 많은 천체들이 새로이 발견되고 또 수십 개의 원소들이 새로이 발견되면서 천체와 원소를 짝 짓는 일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된 시대로 넘어간다.
그 이후로는 광물학자, 연금술사와 화학자, 그리고 그 밖의 과학자들이 열 분해와 전기 분해로 새로운 물질과 원소들을 발견해 내는 과정과 새로운 원소에 이름을 붙이는 이야기들이 주기율표의 원소 분류 체계에 따른 그룹별로 소개가 된다. 7개의 금속과는 다른 성질을 갖는 물질들로부터 새로운 금속들이 분리되었고, 오랫동안 지옥을 연상시키는 물질로 인식되었던 황이 새로운 원소로 밝혀지고 빛을 내는 인이 발견되었다. 공기와 물에서 수소와 산소를 비롯한 기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하였으며, 재와 알카리, 토류, 염
이름을 얻게 된다. 화합물들과 원소들이 명확하게 구분되지도 않고 분리되지도 않던 시기에 물질들과 이름들이 혼용되기도 하면서 하나하나 오늘날의 이름을 얻게 되는 사연들이 소개되는데, 다양한 물질들과 다양한 과학자들이 거론되기 때문에 독자의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다.
19세기 과학기술 혁명기에 이르러서 분광기의 개발이 원소 발견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은 명확하게 이해가 된다. 분광기를 이용한 스펙트럼의 분석을 통하여 새로운 원소들이 발견되는데, 그 중에서도 태양 관측을 통해서 지구상에서가 아니라 태양에서 헬륨의 존재가 먼저 발견되는 과정이 원소 발견 역사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것 같다. 그 다음으로 공기 중에서 질소와 산소 이외에 아르곤, 네온, 헬륨, 크립톤, 제논과 같은 새로운 기체가 발견되거나 확인되었다. 마지막으로 방사능 원소들과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는 동위원소들에 대한 이야기로 책은 마무리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