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스무살이 된 사람에게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능숙하게 해내길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현대 사회에서 유예된 성년시근 아직 학업 중이거나 취업 준비를 하고 있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서른에도 적용된다. 심지어 30대를 훌쩍 넘겨도, 아직 진짜 어른이 될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투정하면 애교로 넘어가곤 한다. 하지만마흔의 문턱을 넘는다면 이야기가 달맂니다. 마흔이 되면 주변에서 어른, 그것도 능숙한 어른의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능숙한 어른이라기엔 우리 대부분이 아직도 자신이 없다는 사실이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마흔의 우리는 여전히 서틀고 흔들리며 불안하기만 하다. 다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좋은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노력한다는 점이랄까. 많은 이들이 무슨 일이든 완벽하게 해내야 좋은 어른이라고 착각하곤 하지만, 서툴지 않고 불안하지 않아야 좋은 어른인 것은 아니다. 단 한번뿐인 인생은 매 순간이 처음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새로운 삶의 단계와 역할은 언제나 낯선 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그리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서툴고 불안한 마음들까지 인정하고 받아들 일 수 있다면, 이미 충분히 좋은 어른이다. 사실 이책은 좋은 어른이란 뭘까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은 심해지지만, 정작 우리는 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진화인류학과 진화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이론들과 문장들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그간 마음에 울림을 주었떤 문장들을 하나씩 추가했다. 나 역시 아직 힌들리는 마흔으로서, 이 작업을 통해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마흔 언저리에 서있는 누군가의 흔들리는 마음에 이책이 조금이나마 위로와 격려가 되길 바란다. 많은 이들이 진화심리학이 뭐하는 곳인지 궁금해하니, 이책의 기반이 되는 진화심리학에 대해 간단한 언급이 필요할 것 같다. 진화심리학은 동시대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아득한 인류의 선조들부터 현대인에 이르는 긴 기간동안, 반복적으로 맞닥트려 온 삶의 문제들을 고민하는 학문이다. 그동안 마흔의 삶이 겪어야 하는 구체적인 고민은 조금씩 달라져왔지만, 고민의 본질은 20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처음 출현한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진화심리학자들의 연구와 고민들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큰 울림과 통찰을 줄 수 있다. 진화심리학은 진화인류학의 한분과이기도하고 심리학의 분과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생물학, 뇌과학 등 의 다양한 학문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다학제적 학문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래서 이책에서 언급된 연구들 역시 진화심리학뿐만 아니라 인류학, 심리학, 경제학, 뇌과학, 동물행동학 등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든다. 최대한검증된 이론을 위조로 다루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완전히 입증죄디 않은 가설이나 학자들 간에 이견이 있는 주장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거의 모든 면에서 지금 나의 삶은 20대에 내가 계획했던 모습은 아니다.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앗꼬, 심지어 계획대로 이루어지던 시기에도 기대했떤 것처럼 완벽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도 삶은 계속되었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했다. 삶이란 다수의 우연과 그안에서 간간히 찾아오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래서 프랑스의 심리학자 게르드 기헤렌저는 위리가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햐 한다고햇따. 이는 반대로 말하면 우리가 불확실한 상황을 매우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인간의 두드러진 특성이다. 계획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확장이 인간뇌의 특징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부 침팬지 같은 영장류도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알려져 있지만, 인간 만큼 고도로 능숙하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짜지는 못한다. 어쩌면 예측하고 계획하는 것은 인간 본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덕분에 우리 선조들은 맹수를 피하고 식량을 비축해 살아남을 수 있었고, 오늘날에는 달에 발자국까지 남길 수 있었다. 그렇게 인류 문명은 발달했고, 우리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생물 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