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현대인은 정보의 바다 속에서 살고 있다고들 말한다.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우리는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얼마든지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상이 디지털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인지 과부하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인간의 뇌는 선사시대 수렵채집인의 생활에 맞추어진 상태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넘쳐나는 정보와 의사결정 과잉 상황이 인간에게는 버거운 것이다. 결국 이는 인지 과부하로 인해 주변환경이 산만해지는 결과로 이어지며, 엉터리 정보에 현혹되고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오류와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이런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뇌의 작동방식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정리하는 습관이다. 핵심은 뇌의 주의 필터 기능을 외부 세계로 떠넘기는 것이다. 정리의 부담을 뇌가 아닌 외부 세계로 넘기고 나의 시간과 주의력은 현재의 과제에 집중한다.
또한 우리 뇌의 작동 방식은 멀티태스킹에 적합하지 않다. 인간의 뇌는 결정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고 두 가지 일을 집중해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전에 TV에서 어떤 전문가가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의 바탕에 아마 이러한 지식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나는 음악 들으며 공부하는 것을 하지 못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다음은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정리한 것이다.
인간의 뇌와 그 설계가 가지는 매력적인 속성에는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풍부함’이고, 두 번째는 ‘연상접근’이다. ‘풍부함’은 우리가 생각하거나 경험한 수많은 것이 모두 뇌의 어느 곳에 저장되어 있다는 이론이다. ‘연상접근’은 의미론적 연상이나 지각적 연상을 통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생각에 접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억은 단어, 범주, 냄새, 옛날 노래나 사진, 심지어 무작위로 발생해 기억을 이끌어내는 신경 흥분에 의해서도 촉발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하루에 특정 개수만큼의 판단만 내릴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그 한계에 도달하면 중요도에 상관 없이 더 이상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신경과학의 최근 발견 가운데 가장 유용한 것 중 하나는 우리 뇌에서 판단을 담당하는 신경 네트워크는 어느 판단이 더 우선적인지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들을 우리에게 숨기도록 진화해왔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에게는 ‘인지적 맹점’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지구 반 바퀴가량 떨어져 있는 나라에서 일어난 혁명이나 경제 문제 등의 소식을 사건이 일어나는 즉시 듣는다. 우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의 이미지들을 보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언어를 듣는다. 그러면 우리의 뇌는 굶주리기라도 한 듯 이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애초부터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주의력이라는 자원이 들어가고 그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인간의 범주 구성은 가능한 한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아내려는 인지 원칙에 의해 이루어진다. 범주화 시스템은 개념 형성을 쉽게 하고, 그런 체계에 대해 소통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키워준다.
우리가 일을 깜빡하거나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정리’의 부담을 뇌가 아닌 외부 세계로 넘기는 것이다. 정리 과정의 일부 또는 전부를 뇌에서 물질세계로 떠넘길 수 있다면 그만큼 실수를 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것은 뇌의 용량에 한계가 있어서가 아니다. 뇌가 기억을 저장하고 검색하는 속성 때문이다. 기억 과정은 비슷한 항목들이 있으면 쉽게 산만해지고 혼란에 빠진다.
기억은 그냥 ‘재생’이 아니라 ‘고쳐쓰기’인 셈이다. 여기에 어려움을 더하는 사실이 있다. 우리의 경험 중 상당수가 비슷한 점을 공유하고 있어서 그 경험을 기억 속에서 재생할 때 여러 항목이 서로 경쟁하는 바람에 뇌가 속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기억은 대부분 질이 떨어진다. 이는 뇌의 정보 저장 용량이 제한되어 있어서라기 보다는 기억 검색의 속성 때문이다. 검색은 다른 비슷한 항목들 때문에 쉽게 산만해지고 혼란에 빠진다.
성공한 사람들이 시간관리를 위해 많이 하는 한 가지 일은 바로 자기의 시간이 주관적으로 자신에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계산해 보는 것이다. 자기의 시간이 자기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지 계산하고 나면 의사결정이 무척 간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