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된다는 것(BEING YOU)
이 책의 저자인 아닐 세스(ANIL SETH)는 20년 이상 의식의 뇌 기반 연구를 개척해왔던 세계적인 뇌과학자로, 2017년 의식을 다룬 그의 TED 강연은 1,300만 뷰 이상의 조회 수를 거두는 등 지난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에 오르기도 했다.
우리 뇌는 아주 작은 생물학적 기계인 수많은 뉴런의 활동을 결합해 의식적 경험을 만든다. 뇌가 만드는 의시적 경험은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당신의 의식적 경험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어째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일인칭으로 경험할까? 의식적 경험은 우리에게 전부다. 의식적 경험이 없다면 세상도 자기도, 내부도, 외부도 없다. 사실 의식이라는 미스터리의 가장 매혹적인 측면 중 하나는 자기(self)의 본질이다. 이제 우리는 인간을 넘어선 새로운 인공지능의 능력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들에 대해 윤리적 태도를 보여야 할지 아닐지, 만약 그래야 한다면 언제부터 그래야 할지 근심해야 한다.
이 책은 의식의 신경과학을 다룬다. 주관적 경험이라는 내면의 우주가 뇌와 몸에서 펼쳐지는 생물학적, 물리적 과정과 어떤 연관이 있고, 이 과정을 통해 내면의 우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알아본다. 의식을 사고하는 방식은 삶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 의식은 인간 게놈을 해독하거나 기후변화라는 현실을 파악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의식과학은 의식의 다양한 속성이 머릿속 뇌라는 신경 웨트웨어(wetware)의 작동과 어떻게 연관되고, 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 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뇌와 신체 매커니즘 측면에서 의식의 속성을 설명해 의식이 존재하는 심오한 형이상학적인 이유와 존재방식의 신비를 점차 밝힐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 뇌는 전기적 네트워크이자 화학적 기계다. 뇌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살아있는 신체 일부다. 생물물리학적 매커니즘 측면에서 의식의 속성을 설명하려면 뇌와 의식적 마음을 체화되고 내재된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가장 의미있는 의식의 측면일 자기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17세기 데카르트로 거슬로 올라가 지금도 큰 영향을 미치는 전통적 관점에서는,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는 행동을 유도하는 이성적 마음이 없으므로 의식적 자아도 없다고 본다. 동물은 자신의 존재를 숙고할 능력이 없는, 살점으로 된 자동장치인 동물기계(beast machines)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의식은 지능이 있다는 것보다 살아있다는 것과 더 관련이 있다. 우리는 바로 동물기계이기 때문에 의식적 자기가 된다. 자아의 본질은 모든 자기 경험과 의식적 경험의 기초가 되는, 살아있다는 단순한 느낌을 뒷받침하는 깊이 체화된 생물학적 프로세스다. 당신이 된다는 것은 바로 신체와 관련이 있다.
이 책은 네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의식의 수준 즉, 누군가 혹은 무엇이 얼마나 의식적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 그리고 의식을 측정하려는 시도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살핀다. 저자는 현상성(phenomenology)을 선호하는데 현상학은 의식적 경험의 주관적 속성을 다
룬다. 실재적 문제 관점에서 의식과학의 주요 목표는 의식적 경험의 현상학적 속성을 설명하고 예측하고, 제어하는 것이다. 저자는 의식의 여러 측정 방법을 설명하고 ‘통합정보이론(IIT)’ 을 제시하고 있다. 2부에서는 의식의 내용을 다루며 우리가 무엇을, 언제 인식하는지 설
명한다. 의식의 내용은 우리가 무엇을 의식하는지를 말한다. 내면의 우주를 구성하는 시각, 소리, 냄새, 정서, 기분, 생각, 믿음 등이다. 의식의 내용은 의식적 경험을 통합적으로 구성하는 감각신호를 뇌 기반으로 해석한 다양한 지각을 말한다. 3부에서는 내면에 초점을 맞추어 자기와 의식적 자아가 일으키는 다양한 경험을 다룬다. 의식적 자기는 당신이 된다는 고유한 경험이다. '자신이 된다'라는 경험은 의식적 내용의 하위 부분으로 특정 몸, 일인칭 관점, 독특한 기억, 기분이나 정서 또는 '자유의지'의 경험이다. 4부에서는 의식을 새롭게 이해해 다른 동물의 의식과 의식있는 기계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의식은 지능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지능은 의식없이도 존재할 수 있다. 인간의 경험과 정신적 삶 자체는 우리의 지속성에 초점을 맞추고 자기를 유지하려는 동물학적 유기체라는 본질에서 나오는 것이다. 의식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동물기계 관점은 의식기계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동물기계 관점에서 의식을 이해하면 우리는 자연에서 점점 멀어지지 않고 오히려 자연 속에 머물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과 자기에 대한 우리의 의식적 경험이 살아있는 우리 몸에서, 몸을 통해 몸 때문에 발생하는 뇌 기반 예측, 즉 ’제어된 환각'의 여러 형태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의식적 경험은 신체나 세상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일부다. 그리고 삶이 끝나면 의식도 사라진다.
‘의식의 끝이 온다고 겁먹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줄리언 반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