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독서통신연수로 신청한 유럽도시기행을 통해 예전에 여행 또는 근무중 경험했던 유럽 주요도시와의 추억을 반추하면서, 글쓰기 솜씨가 좋기로 정평이 있는 유시민작가 특유의 생동감 있는 글을 접할 수 있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파견근무로 가족과 함께 머물면서 살던 5년 반의 기간에도 매번 가는데만 가다보니 또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 넘겼던 장소와 공간들을, 탁월한 관찰력과 탐구정신, 그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글에 담아낸 유작가님 덕분에 지금 당장 해당 거리를 거닐고 있는것 같은 착각속에 내 기억과 오버랩하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첫번째 도시로 소개한 빈의 경우, 부다페스트에 거주하면서 수십번을 가족여행이나 행사, 출장등으로 다녀왔지만 아쉽게도 체험하지 못했던 공간들(특히, 훈데르트바서하우스, 제체시온 등)에 대해 몇장의 사진과 함께 상세히 소개해주어 아쉬움을 달래며 간접체험을 할 수 있었다. 정작 유럽땅에 건너가 몇년을 살면서도, 그저 지나쳐가면서 주로 대표적인 명소나 맛집들만 반복적으로 경험했던 점이 무척 후회스러웠고, 부다페스트야말로 정작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현지법인에 근무하면서도 선뜻 도전하지 못했던 장소들을 유작가님의 글을 통해 간접체험하는 부분이 무척 부끄럽게 생각되었다. 영웅광장을 중심으로 안드라시거리, 오페라하우스, 국회의사당, 이슈트반대성당 등등 동료들과 일하면서 점심이나 저녁식사하던 골목 골목 길들, 그리고 출장자나 손님들을 응대하며 열심히 설명하던 내 모습이 떠오르며 비슷한 시기에 동유럽 여행차 방문하며 충분한 사전조사와 계획을 바탕으로 하나씩 찾아보고 메모하며 걸어다녔을 유작가님의 모습도 상상이 되었다. 나의 경우 아무래도 여행이 아니라 3년여 기간을 정해놓고 현지법인에 파견근무를 나가는 상황이다보니, 어쩌다가 한번 큰맘먹고 유럽으로 여행오는 작가님에 비해 적극성이나 절박함?이 덜했던것 같고, 언젠가 한번 시간내서 가보면 되겠거니 하고 맨날 가던곳만 다니던게 습관이 되다보니, 결과적으로 작가님이 소개해주신 소소한 여행의 즐거움과 탐구정신을 발휘하지 못했던 부분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대신, 프라하나 드레스덴의 경우 각각 가족과 함께 두세번씩 다녀온 아름다운 유럽 도시였고, 화창한 날씨속에 올드타운부터 시작해서 꼬맹이 아들녀석들과 열심히 걸어다니며 새로운 장소를 탐험하고 맛집 찾아다니며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사진찍었던 기억이 떠오르며 그때의 즐겁고 행복한, 새로운것을 접하는 신선함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무래도 거주지와 직장으로서 늘상 함께해왔던 부다페스트보다는, 가족여행이라는 이벤트로 큰맘먹고 차를 몰고 운전해서 다녀왔던 두 도시에 대한 여행의 추억이 보다 강렬했으리라.
특히 프라하는 2019년 가을쯤, 코로나가 중국에서 시작해서 유럽에도 전파되고 전 세계적 팬데믹으로 번지기 불과 몇달전에 직접 운전해서 여행으로 다녀왔었고, 2박3일 머물면서 맛집도 가고 새로 오픈한 깔끔한 한식당 Zubang에서 한국느낌 물씬풍기는 불짬뽕과 짜장면, 탕수육을 맛보며 행복해했던 순간들, 그리고 체코 전통 돼지족발인 꼴레뇨와 함께 코젤 생맥주를 즐겼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때만해도 오만 동서양 관광객들과 손님들로 도시 전체가 북적거리며 카를교를 거의 사람의 인파에 낑겨서 겨우 건너며 구경하는 상황이었고, 특히나 온갖 귀여운 동물들(강아지, 새끼 고양이, 돼지, 새 등등)을 동반하며 구걸을하는 사람들이 왜이리도 많을지? 싶은 궁금증을 품으며 돌아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편으로는 빈이나 부다페스트, 프라하를 여행하며 한번씩은 꼭 음악회 감상을 곁들이며 박물관, 미술관들을 탐방하며 메모를 남기신 유작가님이 부럽고 존경스럽기도 했고, 꼬맹이 아들녀석들 데리고 떠난 첫번째 헝가리 근무기간인 2012년경 카를교 다리위에 형제녀석들 앉혀놓고 환하게 웃는 사진을 남겼던 순간도 문득 다시한번 리마인드 되었었다.
드레스덴의 경우 2차세계대전의 참화가 곳곳에 남겨져있고 가슴아픈 역사와 기억들도 상세한 영문 설명과 함께 관광객들에게 안내하는 현지 문화가 인상적으로 느꼈는데 유작가님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신듯해서 묘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작가님도 부인과 여행하며 도시마다 특색있는 현지 로컬 와인과 생맥주를 전통음식과 함께 곁들이시면서 사진과 글로 소개해주시는 부분이, 마찬가지로 식도락 여행을 즐겼던 우리부부의 모습과 겹치는듯 해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한장한장 즐겁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덕분에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해외 여행이 어려운 지금 시기, 한때 생활하며 여행하며 방문했던 고향동네 같은 유럽 도시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재방문하는 느낌으로 유쾌하게 읽을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책이었고, 유럽 도시 기행 1편도 조만간 꼭 챙겨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