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년이 넘어가는 지긋지긋한 코로나팬데믹 시대를 살다보니, 책으로라도 우리나라 구석구석 멋진 경치와 풍광, 역사와 전통을 느껴보고자 하는 마음에 월별로 2곳씩 멋진곳을 추천해주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65일' 책을 선택하고 틈틈이 읽으며 랜선 여행을 할수 있었다. 벌써 30여년전, 베스트셀러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책 1권을 접했던 중학생 시절의 내 모습이 새삼 떠오르기도 하면서, 본격적인 고등학교 공부와 대입준비에 매진하기 전에 계절마다 가족여행으로 아버지가 운전하시는 현대 프레스토를 타며 남도 구석구석을 여행다니던 국민학교 시절도 아련히 떠올릴 수 있었다. 그당시는 주로 언론사 주필이나 기자분이 쓴 전국 팔도 맛집기행 책들이 한창 유행이었고, 네비게이션도 없이 전국 고속도로&국도 지도책을 들고다니며 물어물어 길찾아서 유람하던 나름의 낭만이 있었던것 같은데, 요즘은 워낙에 IT기기와 인터넷 후기가 많아서 미리 한참을 골라보고 검증된 맛집만 찾아가겠다는 와이프와 아들녀석들과 실갱이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끌려다니곤 하는 요즘의 내 모습과 오버랩되니 살짝 웃음이 나오는듯 하였다.
유홍준교수께서 자주 말씀하시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구절이 새삼 피부에 와 닿는 생생하고도 정감있는 글들, 엄선한 칼라 사진들이 눈에 확연히 들어오면서,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는데로 계절마다 월마다 추천해주신 여행지를 하나씩 가족과 함께 직접 방문해보고 답사록에 기록을 남겨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추천해주신 24곳의 장소중에 가본곳은 4~5곳 밖에 없는듯하고, 그마저 가본곳도 별다른 기억이나 감흥, 기록을 남기지 못하고 주마간산 격으로 시간에 쫓겨 다녀온것을 후회하면서, 다음에 가게되면 그동안의 답답했던 코로나 시절을 보상받듯이,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가볼 수 있을지 싶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담아 차분히 준비하고 여유롭게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있는 그대로 즐겨볼 요량이다.
특히 서울사람이면서도 여지껏 제대로 가보지 못한 종묘를 가능하면 계절마다 한번씩 산책겸 해서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오래전에 직장 선배들과 1박2일 식도락 ktx 여행으로 다녀오면서 들렀던 고창 선운사를 화창한 봄철에 다시한번 방문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한창 무더운 여름 날씨를 겪다보니 7~8월 답사지로 추천해주신 장소들은 쉬이 도전하고픈 엄두가 들지 않지만, 오래전 성현들과 조선시대 선비들의 고매한 뜻이 서려있을 안동 병산서원, 그리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아마도 신라나 고려시절일듯한) 목조건물을 볼수 있는 봉정사를 함께 묶어서 다가오는 가을철 가족여행으로 도전해보고픈 의지가 샘솟게 되었다.
그리고, 제주도를 가본지 벌써 4년여 시간이 흐른듯 한데, 워낙 내국인 여행객으로 붐비며 각종 비용도 갑절로 뛰었다고는 하지만, 내년 봄이나 가을쯤 적당한 타이밍에 다시한번 제주 가족여행을 추진하면서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해녀불턱과 돈지할망당, 그리고 다랑쉬오름에 꼭 한번 방문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다랑쉬오름은 제주 4.3사건과 관련한 아픔과 한이 서려있는 곳이라고 여러편의 글과 책, 영화 등으로 접해본 곳이어서 낯설지 않은 느낌이고, 시간과 체력이 닿는대로 각양각색의 아름다움과 역사가 서려있는 오름들을 올라보며 찬란한 제주의 자연을 만끽해보고 싶다. 아쉬운대로 사무실 근처에 새로생긴 제주 몸국, 돔베고기 전문점에 점심식사하러 가서 간접체험을 하곤 했는데, 제주 가족여행을 실행하게되면 신선하고 맛있는 제주 특산 맛집들을 열심히 도전해봐야겠다.
한편으론, 오래도록 본가 서재에 꽃혀있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권의 앞부분에 나오는 강진 무위사 답사편이 새삼 다시금 떠오르는데, 수십년 전에 젊은 학생들을 이끌고 방방 곡곡 숨겨진 문화유산 답사를 다니며 즐겁고 유쾌하게 인생을 살아오신 교수님이 한편 부러우면서도 대단한 열정과 에너지를 가지신 분이라는 존경심이 들었다. 49년생이시라고 하니 돌아가신 아버지와 같은해 태어나셔서 여지껏 글도 쓰고 강연도 나가며 건강히 활동하시는게 무척 부러우면서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나도 어느새 4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고 무럭무럭 커가는 세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며 오래도록 활동하려면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쓰며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올해가 가기 전, 틈 나는데로 가족들과 함께 책에서 소개된 문화유산을 (소박하게) 3군데 도전하는걸 목표로 스케쥴을 잡아봐야겠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