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사피엔스라는 종으로 분류되는 인류의 문명사를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이라는 커다란 세가지 시기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는 선사시대, 원시시대,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눈 것으로 배웠는데 이 책은 교과서에서 배운 정보와 비교되지 않는 방대하고 깊은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저자의 깊은 통찰력에 감탄했다. 저자는 단순한 역사학자의 범주를 넘어서 이를테면 우주 물리학, 진화 생물학 등과 같은 다른 카테고리의 학문분야에도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것 같고 이러한 방대한 지적능력을 토대로 인류사의 거대한 시간과 공간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멋드러지게 해석해내고 있다. 이러한 거대 담론을 담고 있는 책들은 대개 방대한 세계제국을 운영해본 경험과 지식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영국, 미국 출신의 학자들에게서나 많이 나온 것으로 아는데 이스라엘 출신의 학자가 이러한 책을 저술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인지혁명은 약 7만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약 3만년 전까지도 지구상에는 최소한 여섯종의 호모 종이 있었는데 호모사피엔스 외에도 유럽의 네안데르탈인, 아시아 동부의 호모 에렉투스, 아시아 일부의 직립원인 등이다. 사피엔스는 음식을 불에 익혀먹는 방법을 발견해 소화에 쓰이는 에너지를 줄인 덕택에 뇌를 발달시킬 수 있었고 발달된 뇌를 토대로 언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또한 언어를 바탕으로 종교, 국가, 신화 등 허구의 관념을 만들어 냄으로써 성공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되었고 곧 우세한 종이 되어 홀로 살아남게 되었다. 하지만 유전자 분석결과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재의 사피엔스 유전자에 1~4퍼센트 정도 섞여있다는 사실도 발견되었다. 사피엔스는 이러한 협력체제를 갖고 동물중에서도 가장 우세한 종이 되어 호주에 정착해서는 호주 대형동물을 멸종시켰고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해서는 아메리카 대형동물들을 멸종시켰다.
농업혁명은 12,000년 전에 시작되었다. 이때에 동물의 가축화와 식물의 작물화가 이루어졌고 영구 정착생활이 시작되었다. 수확량을 세기 위해서 숫자, 글자가 발전하였고 최초의 왕국이 탄생하였고 2,500년전에는 최초의 제국인 사르곤의 아카드제국이 성립되었다. 생산력이 증가함에 따라 인구도 같이 증가하여 집단의 규모가 더욱 커져갔고 이에 페르시아 제국, 중국 한 제국, 로마제국과 같은 거대제국들이 생겨나 보편적인 정치 질서가 생겨났고 제국의 영역을 기반으로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와 같은 보편적인 교리를 갖춘 세계종교들도 영역을 확대하였다. 그런데 농업혁명과 함께 여러가지 부작용도 생겨났다. 수렵채집인들은 하루에 세시간 정도만 일했던데 비해 농업인들은 그 몇배로 고된 일을 해야했다. 농업을 망치면 결핍과 굶주림의 시기를 버텨내야 했으며 농업을 위해 가축화된 가축들은 전염병의 온상이었다.
'인류의 통합' 편은 매우 흥미로웠다. 화폐, 제국, 종교의 세가지 요소가 인류를 통합시키는데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간에도 거래하기 위해서는 물물교환으로는 한계가 있어 화폐를 고안했다. 화폐는 인간이 고안한 중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상호신뢰 시스템이다. 제국은 수많은 작은 문화를 융합해 몇개의 큰 문화를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법, 도시계획, 도량형 등의 표준화는 황제에게 필요했다. 종교는 애니미즘, 다신교, 일신교, 이신교 등이 있는데 인류 통합에 기여했다. 근대에 등장한 자유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국가사회주의도 이데올로기로 칭하지만 사실상 종교이다.
제국주의와 과학혁명의 결합은 강력했다. 이전까지의 제국들은 인접한 지역만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았지 배를 타고 대양을 가로질러 완전히 다른 땅, 다른 대륙을 정복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콜럼버스 등 신대륙 항해자들은 은행의 투자를 받아 신대륙을 찾아나섰으며 새 영토를 통제하기 위해 그곳의 지리, 기후, 언어, 문화, 역사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정보도 수집하였다. 곧 이러한 선단을 꾸리기 위하여 회사라는 조직이 생겼고 자유무역이 이루어져 은행가, 상인 엘리트가 새로운 지배계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