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의 계단
계단 앞에 선다. 이건 불편함의 계단이다. 한 칸씩 오를 때마다 그전까지 내가 믿었던 세계를 흔들어 깨트려야 한다.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
계단을 오르는 길에는 사람들이 있다.
나를 앞서가는 사람, 내 뒤를 따르는 사람.
어떤 이는 계단 중간 어딘가에서 이미 자리를 잡았다.
그 계단의 높이가 그는 가장 마음에 들었으리라.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더 오른다.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불안함을 감수하면서.
다른 세계를 보고자 한다.
그는 성장하는 사람이다.
어떤 삶도 괜찮다.
계단의 중간에서 멈추든,
계속 오르든.
우리는 행복하거나
성장할 것이다.
이 책은 계단을 더 오르려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학교와 직장,
반복되는 일상 가운데 전혀 다른 세계를 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준비되었다.
당신이 모험가의 영혼을 가졌다면 이 여행이 마음에 들 것이다.
혹은 이미 계단의 끝에 도달한 성취한 영혼이라면
이 책은 당신이 성장해온 추억의 앨범이 될 것이다.
책은 고등학생 시절 성적이 하위권이었던 저자가 인생의 첫 번째 책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고 나서 무언가에 강하게 이끌려 국문학과에 진학하게 된 이야기와 함께
첫 번째 계단(문학)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열한번 째 계단인 '초월(경계를 넘어서)'까지의 여행이 시작된다.
'열한번 째 계단'이라는 제목처럼 한 계단 씩 올라갈 때마다 한 사람의 자아의 성장과정을 헤겔의 정반합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변증법적 논리로 그려 나가게 된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지금의 계단에 머무를 지, 아니면 한걸음 더 오를지
작가의 다른 저거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내용을 요양하여 자신의 경험과 자아의 성장과정을 계단이라는 수직적인 공간에 다시 함축시켰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 반복되는 내용이 많아 이미 해당 책을 읽어보았다면 이 책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갖춘 것(책 내용의 대부분)이고 또한 저자(채사장)가 한 계단 씩 성장해가는 과정만을 들여다보면 되기에 아주 가볍게 술술 읽어 나갈 수 있겠다.
이 책은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에서도 그랬듯이 독자에게 핵심 내용만 추려서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래서 나도 읽고 싶었지만 양이 많ㅇ거나 어려워서 망설였던 분야의 책들 예를 들면 엄청난 분량의 성경 내용을 핵심내용만 아주 쉽게 설명하고 상대성이론을 고무판과 볼링공, 야구공으로 설명했다.
또 저자가 가장 이상적인 인간이라고 표현했던 체 게바라를 만났고, 메르세데스 소사의 음악세계를 통해 제3세계의 음악을 접하고 서양중심의 종교 사상에서 벗어나 심오한 철학적 세계로 죽음 이후를 다룬 티켓 사자의 서를 보았다.
한 마디로 이 책을 통해 조금은 불편하지만 이런 넓은 지식 분야를 접하면서 나의 자아가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본문 중 불편한 지식이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표현이 있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책 소절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나와 타인, 그리고 나를 둘러싼 객체들은 사실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 아닐까?'
이 가설은 내가 생각해 놓고도 감각적으로 관찰되지 않기에 엉뚱한 생각이라 여겼었다.
그러함에도
하루에도 몇 번을 희미하게 점으로
일주일이면 가끔 반짝이는 선으로
한두 달이면 한두 번을 묵직한 면으로
경험하다 보니 모두 묻어두고 부정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와중 집어낸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에서
내 뜬구름 잡는 짐작에 많은 공감을 받았다.
그 경험은 그는 어떤 사람인가로 이어졌고,
그 내용을 담은 책이 서재 책상 위에 있음을 알아차렸다.
성장의 시작은 문학이었다.
삶에 대해서 생각했고 살아감을 행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 구원이 궁금해졌고, 종교를 만났다.
그 이후 인간이 궁금하여 철학을 접하였고
주관성에 힘을 덧하기 위해 객관적인 과학을 들여왔다.
이상을 가지로 현실을 대하며 터져 나오는 온갖 추함에 혼란스러워하다
수용하는 삶을 깨닫고 죽음을 마주하며 탐구한다.
그리고, 나와 세계의 관계를 정리하고 다음의 나를 향한 초월의 선에 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