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를 위한 다양한 수단이 있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식이다. 주식이 투자상품의 대표 중 하나로 자리잡은 데는 성공적인 투자가 만족할 만한 수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 외에도, 엄격한 요건을 갖춘 기업들만이 상장사로서 주식 거래가 가능하여 투자를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해 준다는 신뢰성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손쉽게 상장사들의 재무제표를 접할 수 있고, 각자의 지식과 신념에 맞게 그 정보들을 분석하여 본인에게 맞는 투자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시 제도는 하루 아침에 자리잡은 것이 아니다.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는 오늘날 재무제표의 세계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다양한 회계제도들이 자리 잡게된 역사적인 배경들이 무엇인지 파헤쳐서 그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해주는 책이다. 특히 과거 교재로만 외웠던 회계제도의 목적이 무엇인지 서술해주어 다양한 회계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재밌게 마련해준다.
투자의 사전적 의미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본을 투입하는 일로 풀이된다. 회계 제도의 기원을 추적해보면 결국 사적인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상거래에서 회계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종이가 흔하지 않았던 중세시대, 무역으로 돈을 벌던 유럽 상인들은 출항을 위한 자금을 융통하여 동방의 향신료, 차, 도자기 등 무역품을 거래하였는데, 이때 빌린 돈의 기록을 남기는 공증 업무가 일종의 상거래 기록의 시작이었다. 한편, 동방무역으로 이탈리아의 상인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로 인해 돈이 많은 그들은 도적들의 표적이 되었다. 이때 등장한 반코는 획기적으로 무현금거래라는 서비스를 처음 도입하여, 상인들이 안심하고 무역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통화가 다른 도시국가들 간의 환전 서비스를 개시하여 무역거래를 활성화시키는데 큰 지원을 해주었다. 거래 시장이 커지고, 반코는 자금을 빌려주는 융자 사업도 진행하였는데, 규모가 크고 다양한 거래들이 오고 가는 복잡한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복식 부기가 처음 도입되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회계제도가 중세시대의 금융 산업에서 그 초석을 다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회계제도는 대항해시대 국가 간의 패권 다툼에 따라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게 된다. 거래의 규모로 승리를 가르게 되는 무역거래의 특성으로 인해 신흥강국인 네덜란드는 불특정 다수에게서 대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주식회사를 설립하게 되고, 이에 따라 그 성과를 알리고 수익을 배분할 수 있는 공시제도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회계는 무역거래의 성과를 주주들에게 알리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혁신적인 장치가 고안된 것이다. 이렇게 도입된 회계 제도는 영국의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또 한번 변화를 거치게 된다. 주주들은 공시제도에도 불구, 투자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바뀌게 되어 투자 결정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특히 대규모의 설비투자가 진행되는 시점에는 낮은 수익률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함을 제거하기 위해 회계 제도에 감가상각이 도입되었다. 이후 세계경제의 패권이 미국으로 넘어가게 되고, 1930년 대공황을 거치게 되면서 회계제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향으로 개선되게 된다. 이렇듯 회계제도는 처음에 주주, 즉 소유주들을 위한 회계에서 타인 즉 투자자를 위한 회계로 점진적으로 변모해 갔다.
하지만 회계가 늘 남을 위한 공시를 목적으로 하는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도 매우 유용하며 경영 관리의 목적으로 적정한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현대에는 관리회계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는 변동비, 고정비 등을 감안하여 내부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한 생산량 수준, 판매가격 등을 결정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이렇듯 회계제도는 긴 역사를 거치면서 대외적으로는 투자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내부적으로는 경영자들의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되어 왔다. 한편으로는 기업의 과거를 돌아보고 그 성과를 기록하는 도구로서 기능해 온 반면, 이제는 미래의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반 정보를 제공해 주는 기능도 수행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회계제도는 정보가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잡은 오늘날의 사회에서 많은 정보를 제공해준다.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것은 이러한 제도에 담겨진 정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의사결정에 적합한 정보들을 판별하여 구분해 내는 눈을 기르는 것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입식으로 단순하게 외웠던 회계의 세계관을 더욱 확장시켜준 즐거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