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부터 생물에 관심이 많았다. 방학때마다 동네 뒷산에서 채집한 곤충들에 대하여 나름대로 열심히 기록하고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팀 플래너리의 '경이로운 생명'이라는 책을 보면서 생명의 다양성과 미지의 끝에 대하여 궁금증을 가져봤던 기억도 난다.
리처드 도킨싀 책인 '이기적 유전자'는 아주 오래전에 출간된 책이다. 학부시절 학교 과제로 읽어본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다소 마지못해 읽어봤던 터라 잘 기억나는 부분이 없었던 만큼, 이번에는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조금 더 곱씹어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소간 신선한 충격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제목만을 놓고 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의 주제가 "생명체를 포함한 우리 인간들은 결국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라는 얘기인가?"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이 책의 주제는 진화의 주체로서의 유전자에 대한 설명이다. 유전자의 역사는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학창시절 완두콩 실험으로 어렴풋이 기억나는 '멘델'이라는 과학자가 우연히 그 법칙을 발견하였고, DNA라는 유전자의 본체를 통하여 이제는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유전자는 자기복제를 통하여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존재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특성을 물려주는 현상인 유전을 일으키는 단위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이 '이기적 유전자'인 이유는 유전자의 생존과 관련한다. 생명체가 어떤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하여는 물론 여러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간단한 주요 요소라는 그 '개체수'가 있을 것이다. 생물이 특정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무엇보다 개체수가 많은 것이 당연히 유리할 것이고, 이처럼 개체수가 많으려면 자기복제에 유리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 결국 '자기복제에 유리한' 특징이 이기성과 연관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가 이기적인 것이 결국 인간은 본성적으로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작가 또한 인간이 유전적으로 이기성을 갖고 있더라도, 충분히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우리는 우리의 이기적인 유전자를 충분히 더 발전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