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가격은 일반적으로 이자율 등 거시경제 변수들에 주식 가격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채권 거래의 양상은 그 자체로 시장 상황이나 경제전망과 연관되는 중요 정보들을 제공하는 근거가 되곤 합니다. 주식의 경우엔 미래에 받을 배당금이 늘어날 거라 기대될수록 가격이 올라 수익률도 상승합니다. 하지만 채권의 경우엔 미래에 받을 금액이 정해져 있기에, 수익률을 높이려면 보다 싼 가격에 채권을 사야 합니다.
이자율은 간단히 말해 "돈의 값"입니다. 여느 재화나 서비스처럼 돈 역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그 가격, 즉 이자율이 결정됩니다. 그러나 이자율은 통화정책을 주관하는 기관의 의사결정에 의해 조절되는 변수이기도 합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위원회는 여러 거시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여 이자율, 특히 모든 이자율의 기본이 되는 기준금리(base rate)를 올리거나 내리는 등의 조정을 합니다. 6주에 한 번씩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미팅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렸는지 내렸는지, 아니면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해 많은 투자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광경이 되었지요. 이 역시 기준금리가 변하면 그에 따라 다른 수많은 이자율들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채권의 듀레이션(duration)은 시장이자율의 변화에 대해 채권 가격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이자율위험(interest rate risk)이 얼마나 큰지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만약 이자율 상승이 예상된다면 듀레이션이 높은 채권을 보유하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이자율이 오르면 그와 반비례 관계인 채권 가격은 하락할 텐데, 듀레이션이 높은 채권이라면 그 하락의 폭이 매우 클 테니까요. 때문에 이런 경우엔 이자율 변동에 가격이 덜 민감하게 움직이는, 즉 듀레이션이 낮은 채권을 택해 투자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향후 이자율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될 때는 듀레이션이 높은 채권을 보유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자율이 떨어지면 채권 가격은 상승할 테고, 듀레이션이 높은 채권은 가격 상승의 폭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렇듯 듀레이션은 채권 펀드매니저들이 채권투자 및 포트폴리오 구성을 할 때의 핵심요소가 됩니다.
장단기 금리차는 장기채(보통 10년 만기 국채) 채권수익률에서 단기채(보통 3개월 혹은 2년 만기 국채) 채권수익률을 뺀 값인데, 만기가 긴 채권, 즉 장기채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단기채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장단기 금리차는 대게 양(+)의 값을 갖게 되고, 그래서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라고도 불립니다. 하지만 만기가 길어질수록 채권수익률이 오히려 낮아지는, 즉 "수익률곡선 역전(inverted yield curve)"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드물게나마 있습니다. 기간 프리미엄이 음수(-)인 경우이지요. 미국의 경우 공식적으로 불황을 겪었던 시기들보다 조금 앞선 시기에는 장단기 금리차가 음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채권 수익률곡선 역전"현상을 위험과 수익률의 관계에 비춰 생각해보면, 단기채 수익률이 장기채 수익률보다 높다는 것은 단기채를 살 때 감당해야 하는 위험이 장기채의 경우보다 크다는 것을 뜻합니다. 단기간 내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과 위기감이 커졌다는 의미, 다시 말해 가까운 미래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란 의미지요. 장단기 금리차가 음수를 기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황이 도래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익률곡선이 역전되는 현상은 멀지 않은 미래에 불황이 다가올 것이란 신호로 해석되곤 합니다.
인플레이션(inflation)은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전반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현상"입니다. 인플레이션이 갖는 중요 특징은 첫째, 이렇듯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선 사람들이 물건을 가능한 한 빨리 구입하려 할 것이고, 그로써 소비가 진작되는 "소비증대 효과" 둘째, 명목액수가 고정되어 있는 부채의 실질가치를 탕감해 주는 "부채탕감 효과"를 갖고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을 밀어 올려 자산가들이 더욱 부자가 되도록 돕는 반면, 임금생활자들은 실질임금이 줄어 더욱 가난해지게 하는 등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기도 합니다.
어러한 인플레이션에는 원자재 등의 가격이 오른 탓에 상승한 비용이 물가를 밀어 올려 발생하는 "비용-상승(cost-push) 인플레이션"과 총수요가 늘어나서, 다시 말해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가격 형성 지점이 상승하는 "수요-견인(demand-pull) 인플레이션" 두가지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각국 정부가 재정완화 정책,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등 정치적 위기로 인한 불확실성, 글로벌 공급망 붕괴 가능성 등의 상황에서 석유 등 상당히 많은 원자재의 값이 오름에 따라 물가가 상승하는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이 펼쳐지고 있고, 펜데믹이 누구러지며 그동안 억눌렸던 수요가 살아나는 등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두 유형 모두가 관찰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는 우려 역시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