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드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은 예술을 추상적인 가치나 개념이 아닌 도구로서 접근한다. 예술의 진정한 목적은 격리된 전시실에서만 작품을 찬양하고 숭배하며 감상하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변화를 이끄는 개혁을 추구하는데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에게는 심리적으로 일곱가지 취약점이 있고, 예술에는 이 취약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곱가지 기능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억, 희망, 슬픔, 균형극복, 자기 이해, 성장, 감상 등 일곱가지 키워드가 예술의 기능이다.
글쓰기가 기억에 서툰 망각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듯 미술 또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 경험을 보존하는 등 망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편이라는 점이다. 더불어, 고난의 현실로부터 희망을 갖게 만들어주는 것 또한 예술의 기능이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작품은 우리들의 힘겨운 현실과의 대비를 통해 더욱 아름다운 것으로 빛나고, 비슷한 맥락으로 예술은 우리들에게 슬픔이란 원래 인생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역할도 한다. 예술은 우리 자아의 적당한 균형을 찾게 해주고,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줌으로서 타인과 원할한 의사소통을 도와주기도 하며, 스스로를 한단계 성장하게 만들어준다. 다양한 예술작품이 함축하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심리를 치유할 수 있는 도구로서 예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점이 새롭게 다가왔으며, 이제껏 생각하지 못했던 예술작품 감상의 핵심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한편 저자는 연대기 사조 순이 아닌 치유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미술관 배치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 역시 많은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기존의 작품들을 인간의 대표적인 감정인 고통/자비/두려움/사랑 등 주제별 전시실로 분류해서 작품의 배열과 전시방법을 바꾼다면 관람자의 입장에서 훨씬 더 큰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