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여름 미국 플로리다에 허리케인이 덮쳤다. 플로리다 올랜도에 있는 어느 주유소는 2달러짜리 얼음 한 봉지를 10달러씩 받고 팔았다. 플로디라 주민들은 바가지 요금에 분개했다. 이 사건으로부터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덜 교수의 책은 서문을 연다.
과연 이 행위가 정의로운것인지, 정의롭지 못한 것인지? 여러 시각과 의견을 이 책에서는 제시한다.
이 사건은 "가격폭리방지법"에 대한 찬반주장을 야기하고 있다. 이 찬반주장은 면밀히 들여다보면 "복지,자유,미덕"이라는 세가지 항목에 각각 촛점을 맞추고 있다. 즉 복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 아니면 미덕을 추구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폭리방지법을 반대하는 "시장논리"를 앞세우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복지와 자유" 두가지 요소를 중요시한다. 첫째, 시장은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을 공급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도록 공급업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복지를 증가시킨다. 둘째, 시장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에 재화나 용역에 어떤 특정한 가치를 강제로 부여하기 보다는 사람들 스스로 자신이 교환하고자 하는 것에 가치를 매기도록 한다.
그러나 가격폭리방지법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복지나 자유보다 더 "본능적인 감정"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타인의 절박함을 먹잇감으로 삼는 약탈자에게 분노하며 그들에게 뜻밖의 횡재를 안겨주기 보다는 처벌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가격폭리에 대한 분노가 단순히 비이성적인 분노는 아니다. 진지하게 받아들일 가치가 있는 "도덕적 주장"이다. 탐욕은 악덕이고 나쁜 태도이다. 좋은 사회는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 나간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보다는 서로를 챙긴다. 위기가 닥쳤을 때 이웃으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다.
1884년 영국선원 4명이 구명보트에 탄 채, 남대서양에서 표류하다고 1명을 살인하여 그 인육으로 나머지 3명이 살아나고, 바로 재판에 넘겨져 살인죄의 심판을 받은 사건을 소개한다. 도덕은 목숨을 숫자로 세고, 비용과 이익을 저울질하는 문제라고 주장할 수있는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에서 살인자들을 변론할 것이다. 1명의 희생으로 3명이 살아나지 않았냐라고. 만약 1명의 희생이 없었으면 4명의 희생이 따랐을 것이라고 대변할 것이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이상형으로 꿈꾸는 공리주의자들의 논리이다. 그러나 살인으로 심판하는 논리는 희생된 1명의 인권은 어디로 갔으며, 오로지 만족의 총합을 위해 개인을 짓밟을 수 있단 말인지 곱씹어 생각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생각이 일반적인 인륜의 보편적 가치일 것이다.라는 미덕과 도덕의 관점에서 다시끔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모병제와 징병제의 이슈에서 모병제에 대해서 정의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논리를 전개한다. 자유지상주의자나 공리주의 논리를 생각할 겨우 모병제가 징병제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해 보인다. 자유로운 의사로 군입대를 하고, 군대 종사하는 반대급부로 충분한 급여를 보상받고, 이 얼마나 공리주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이상적인 제도이지 않겠냐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모병제는 공정하거나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대안이 제한적인 상황하에서 즉,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을것만 같은 상황에 처한 장발장은 모병제에 의해 군대를 자원할 것인데, 이 장발장이 정말 자유의지로 군대에가서 전투를 하고 싶어서 지원했을 것인가 반문해 보자. 당연 아니올시다이다. 또한 모병제는 시민의 미덕과 공동선을 해친다고 한다. 병역은 단순히 여러 직업중 하나가 아니라 시민의 의무라고 말한다 모든 시민은 나라에 봉사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징병제에 의해 군 복무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모병제보다 징병제가 더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견해다.
대리출산의 예도 자유지상주의나 공리주의 보다 미덕, 도덕의 관점에서 대리출산계약의 부도덕성을 고찰하고 있다. 대리출산계약을 옹호하는 입장인 자유지상주의는 계약은 선택의 자유를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상인들이 합의하여 맺은 계약을 지키는 것은 곧 자유의 존중이다라고 한다. 또한 공리주의는 전체복지가 커진다고 주장한다. 합의에 의해 둘 다 이익이나 행복을 얻기에 대리출산계약은 문제없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합의 에 결함이 있다면 어떡할 것인가? 외견상 자발적으로 보이는 합의가 진정으로 자발적일 수 있지만 장발장처럼 돈이 너무 궁해서 대리출산계약을 했다면 과연 이 합의가 진정 자발적인것인가라고 반문한다. 또한 여성의 출산 능력은 돈으로 사고 팔 수 없는 고귀한 것이다라는 관점에서 대리출산계약은 부적정한 것이다라고 도덕적으로 판정한다.
마이클 샌덜교수는 이 책에서 결론을 내린다. 정의를 이해하는 세가지 접근법이 있는데, 첫째 방식은 정의란 공리나 복지의 극대화 즉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둘째 방식은 정의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선택은 자유시장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행하는 선택일 수도 있고, 사람들이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 있을 경우 하게 될 가상의 선택일 수도 있다. 세번째 방식은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중 세번째 접근방식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서는 강한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고, 시민들이 사회전체를 염려하고 공동선에 헌신하는 태도를 키울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한다.
정의를 생각함에 있어 복리, 자유, 미덕중 가장 소중한 것이 미덕임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