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여러측면에서 바꿔놓았습니다. 재택근무와 비대면이 일상화되었고, 오프라인에서 주로 이루어지던 경제활동이 상당수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변화가 있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투자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만 해도 주식시장은 일부만이 투자하는 시장이었지만, 동학개미 서학개미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거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투자를 위해서는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에서 자산의 가격은 정보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적용하기보다 단편적인 뉴스나 소문에 의해 금융자산의 매수와 매도를 결정하곤 합니다.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어떤것이 소음이고 어떤것이 제대로 된 정보인지 구별하는 일은 난망하기만 합니다. 그렇기에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금융시장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가상자산시장은 아직 많이 열악합니다. 가상자산에 대한 금융실명제가 2018년 적용되기 시작했고, 가상자산시장 규제에 관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2021년 5월 시행되었죠 . 게다가 상당히 오랜 기간 가상자산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었기 때문에 이 시장에 대한 분석도 미비한 상황입니다. 더불어 가상자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은 기술적 측면을 지나치게 어렵게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거나 투자 가이드측면에 치우친 경향이 많은 상황입니다. 이 책은 가상자산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방법이 아니라 좀 더 장기적이고 경제학적 관점에서 가상자산의 등장과 가상자산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 가상자산시장에서 작동하는 금융경제학의 원리, 그리고 가상자산시장 자체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이 가상자산과 그 시장을 이해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듯한 전망이 쏟아졌는데, 화폐 발행과 그 가치 유지를 책임지고 화폐 유통량을 통해 경제를 조절하는 정부와 중앙은행에 있어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어요. 정부와 중앙은행이 자유로운 화폐의 발행과 화폐를 이용한 통화정책을 포기하는건 그 나라의 경제주권 자체를 포기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메커니즘 및 정부 정책과 제도가 금융시장과 금융위기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저로서도 암호화폐의 급격한 가격 상승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의 모든 금융위기는 특정자산의 급격한 가격 상승 이후에 일어났거든요. 또한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언제나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건 개인 투자자이기 때문이기도 했고요. 그러한 까닭에 많은 사람이 암호화폐 투자를 외칠 때 저는 반대로 SNS에 부정적인 전망을 그대로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2017년말에는 앞으로 6개월안에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한다는데 제 손목을 걸겠다는 극단적인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지금 생갹해보면 제 예측은 결과적으로 틀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당시보다 훨씬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암호화폐가 더 이상 법정화폐 대체를 목표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이라 부르는 것이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인데 그 좋은 예가 NFT(Non-Fungible Token)입니다. NFT를 우리말로 하면 대체 불가 토큰으로,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하나의 NFT와 다른 NFT가 대등한 가치로 교환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비트코인은 모든 비트코인이 대등한 가치를 갖기 때문에 대체가 가능하죠. 이렇게 대등한 가치로 교환되지 않는 이유는 NFT가 그림, 사진, 영상 등의 디지털화된 파일에 블록체인 기술로 복제나 해킹이 불가능한 일종의 꼬리표를 부가하여 디지털 자산의 원본성 및 소유권을 증명하는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원본성과 소유권을 증명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토큰이 발행되어 사용되고 거래되는 현상이 암호화폐에서 가상자산으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