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독서통신으로 성장주 투자 위주의 책을 선택하여 읽으면서 벤저민 그레이엄 이라는 이름을 알게되었다. 성공적인 주식투자를 하여 책까지 집필한 많은 저자들이 이 이름을 언급하였기 때문이다. 투자의 대가로서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워렌버핏은 알고있지만 '벤저민 그레이엄'은 살아오면서 듣지 못한 이름이었다. 그로인해 이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다.
기본적인 정보를 구글링해보니 1894년생으로서 이미 1976년에 돌아가신 분이었다. 당시 82세 까지 사셨으니 장수하신 분이라고 해야할까. 충격적인 것은 워렌버핏도 이분의 제자 격이었다는 점이었다. 아주 정확히는 이 분의 투자회사에서 젊은시절 일했었기 때문에 투자의 가치나 사고체계에 영향받았다고 해야할 것 같다. 워렛버핏의 스승이었다니 얼마나 대단한 분인 것인가.
책을 받았을때 느낀점은 일단 책이 두꺼웠다. 최근 읽기 좋게 되어있는 적당한 두께의 투자책들을 많이 읽었었는데, 역시 이 책은 고전답게 표지도 하드커버이고 400페이지가 넘어가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고 있었다. 쉼호흡을 크게 하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투자와 투기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인 부분부터 짚어주면서 시작했다. 뭔가 거장의 풍모가 묻어나는 간결하면서도 통찰력있는 정의들이 나오면서 마음이 좋아졌다. 책을 읽으면서 한단계 발전하는 느낌. 주식보다는 채권의 가격과 거래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관련된 지식이 얕은 사람들은 읽기가 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거래를 많이 해보고 채권거래 부서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매우 좋았다. 그래 채권 거래가 이렇지. 국내에서 개인들이 이렇게 채권 거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미국은 개인들도 그 옜날부터 많이 했나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어나갔다.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방어적 투자자와, 공격적 투자자로 투자자 분류를 하면서 투자의 자세와 방법 통찰력을 얻을 부분들에 대한 설명들이 이어졌다. 정말 좋았다. 나는 어떤 분류에 속할 것인가와 나라면 이런 다양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읽어나가니 더 흥미로웠다. 펀드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과 안정적인 투자에 대한 강조를 들으면서 내가 현재 투자를 너무 공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지. 운에 기대어 투자의 정도를 벗어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고민도 들었다.
뒷 부분에서는 여러 기업 투자에 대한 사례들을 통해 종목 선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기회가 된 것 같고, 전환 증권과 워런트에 대한 설명은 개념에 대해 한번 더 짚으면서도 현재 거래도 크게 다를게 없다는 점을 느껴 신기하기도 하였다. 저자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안전마진'에 대한 개념은 가장 마지막인 20장에 등장했다. 물론 1장부터 계속적으로 강조해온 사고체계를 좀더 명확한 개념으로 강조해 놓은 정도이기 때문에 이해에 어려움은 없었다. 정말 '안전마진'의 개념은 이름으로 부르진 않아왔지만 은연중에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투자중에 항상 고민하고 가끔은 간과하면서 넘어가고 싶었던 그런 개념인 것 같다. 이것을 무시하고 감에 의존해서 즉흥적으로 돈을 투자하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
결론적으로 이책을 통해 나의 투자 성향, 습성에 대해서 한번 더 돌아볼 수 있었던 유익한 기회를 얻었다. 저자가 거장이어서 좀더 겸허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가서 보통의 성장주 투자 책보다 뭔가 의심하지 않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편안함도 있었던 것 같다.
역시 주식의 가격은 EPS 대비 얼마의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느냐 하는 것이고, 이에 EPS 성장률이나 ROE, 경영진의 마인드 등 많은 고려가 들어가야 하는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투자하고 있는 여러 주식들은 과연 내재가치 대비 어느정도의 시장가격을 인정받고 있는 것인가. 높은 배수를 인정받는 것도 있고 생각보다 너무 낮은 배수로 거래되어 의아한 기업 주식도 있다. 주식투자는 항상 공포와 의구심, 탐욕, 의아함의 연속인것 같다. 내 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많은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이런 주식투자에서 저자의 책은 좀 더 단단한 마인드를 갖추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매우 만족스럽다. 역시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