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가는 세계사는 개정전 책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내용을 전면 수정하고 보완하여 개정판이 나왔다고 하여 선택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20세기 세계 현대사의 의미 있는 주요 사건들을 다룬 세계사 책이다. 저자는 그 선택의 기준을 세계를 지금 모습으로 만든 결정적인 장면들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드레퓌스 사건에서부터 러시아혁명, 1,2차 세계대전, 팔레스타인, 베트남전쟁, 독일 통일 등 딱 태어나기 전까지의 역사에 대한 주요 사건들을 서술하고 있다. 받은 인상은 개정전 다소 날것에 가까웠던 서술에서 좀 더 중립적인 사실의 서술에 가까워진 역사서라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사건의 나열만 하는 것은 아니고 그 나열방식이나 나름의 저자의 의견 등이 들어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민주주의 혁명의 나라 프랑스에서 무고한 이에게 유대인이란 이유로 죄를 씌우고 은폐한 군부에 맞선 지식인들의 고발을 다룬 드레퓌스 사건은 당시 유럽에서 민주주의의 일보 발전을 보여준다. 세계 1차대전의 불씨가 된 사라예보 사건은 당시 터지기 직전의 폭탄과 같은 상태였던 국제정세상 어떤 사건이든 전쟁의 시발점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을 알았다. 레닌과 스탈린의 러시아혁명은 사실 공산주의와 관련된 역사에 대해 잘 접해보지 못했었기 때문에 그 흥망성쇠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경제학 전공자로서 항상 자세하게 배웠던 자유방임 시장경제의 실패, 대공황은 경제학 이론적 관점이 아닌 정치,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은 러시아 혁명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해 흥미를 갖거나 자세히 배워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회에 자세히 알게 되었다. 2차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일으킨 악한 독재자 히틀러에 대한 이야기는 알고 있어도 언제 읽어도 역하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막연히 항상 차별받아온 유대인, 이스라엘이 피해자라는 이미지를 갖고있었던 나에게 다른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그 외에도 결국 미국이 패퇴한 베트남전쟁, 미국의 인종불평등을 흑인과 백인의 분리를 주장하며 풀려했던 맬컴엑스, 냉전시대 경쟁적 핵무기 개발과 핵전쟁 위기 등 한번쯤 누구나 들어봤을 사건들을 다룬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많았다. 미국과 소련의 핵 무기 개발 경쟁은 그 자세한 내용을 이렇게 알게 되니 소름이 돋기도 하고, 실제로 미국이 핵폭탄을 실험 과정에서 터뜨리고 마셜제도의 산호섬이 사라지고 남태평양 생태계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있었던 것 또한 놀라웠다. 이제는 모두가 비핵화를 당연히 여기는데, 1960년대에 이미 이런 정도의 군사기술이 발달하고 쿠바위기를 통해 핵전쟁 직전까지 갔다가 그 이후 국제 지도자들간 협정을 통해 핵 보유량을 줄여나가고 새로운 핵보유국의 출현을 막기 위한 방지조약을 맺는 등의 노력을 통해 지금의 평화가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이 놀라웠다.(물론 우리는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외로운 외톨이 국가가 되는 것을 선택하고 핵폭탄을 개발한 나라와 인접하여 살아가고 있긴 하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최근 국제 정세를 생각하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전염병 이후 세계는 너무나 많이 바뀌었고, 최근 10년간 보지 못한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이로 인한 증시 침체 등 경제적 문제, 그리고 중국과 미국간의 갈등 심화, 러시아가 결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등 글로벌 정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는 21세기 초의 세계화, 경제 성장, 무역 활성화에서 최근 방향을 틀어 다시 보호무역, 자국 우선주의, 국가간 이동 제한 등으로 회귀하는 것 같다. 나는 전쟁을 책으로만 배우고 냉전시대가 끝나고 태어나 비핵화는 당연히 여기고 전쟁의 기류를 가까운 곳에서 느껴보지 못한 세대다. 해외 여행을 자유롭게 다녔으며 해외에 나가 공부한 적도 있고, 국가간 무역 확대는 당연한 것이고 해외 취업도 고려한 적 있으며 정보화를 통해 인터넷은 세계 모든 곳을 가깝게 느끼며 지내왔던 바, 최근의 흐름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그럴수록 20세기 현대사를 돌아보는 것이 현재의 정세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