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데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따. 나는 도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 나 자신과 인간과 우리의 삶에 대해 여러 감정을 맛본다. 그게 좋아서 여행을 한다. 그러려면 도시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건축물과 박물관, 미술관, 길과 공원, 도시의 모든 것은 텍스트일 뿐이다. 모든 텍스트가 그러하듯 도시의 텍스트도 해석을 요구하는데, 그 요구에 응답하려면
콘텍스트를 파악해야 한다. 콘텍스트는 텍스트를 해석하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말한다. 도시의 건축물과 공간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생각과 감정과 욕망, 그들이 처해 있었던 환경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누가 언제 왜 어떤 제약 조건 아래서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 살피지 않는 사람에게, 도시는 그저 자신을 보여줄뿐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지는 않는다. 나는 건축과 예술을 모르며, 유럽 역사를 연구하지도 않았고, 여행 경력도 변변치 않다. 다만 책 잃고 글 쓰는 사람으로서 견지해 온 원칙을 적용하면 될 것이라고 믿었다. 문자 텍스트를 읽을 때, 나는 콘텍스트를 함께 살피려고 노력한다. 그 텍스트를 쓴 사람이 언제, 어떤 환경에서 어떤 목적을 품고, 왜 하필 그런 방식으로 썼는지 알아본다. 그러면 글쓴이와 깊게 교감할 수 있다. 여행하면서 알게 된다. 도시의 텍스트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여행을 다니는 동안 컴퓨터와 인터넷을 만들고 이동통신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와 엔지니어, 검색엔진을 제공한 기업인들이 늘 고마웠다.
오래전 유럽에 첫발을 들였을 때는 전적으로 책과 지도에 의지해서 다녔지만 지금은 스마트폰만 들고 다닌다. 검색엔진으로 언제 어디서든 모든 것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책이 전혀 필요 없었다는 건 아니다. 도시의 역사와 구조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러나 특정한 건축물과 공간과 사건과 사람에 관한 세부 정보를 찾을 때는 포털 사이트와 검색엔진이 비할 바 없이 편리했다. 이동 경로와 시간 계획을 짜고 교통편을 물색할 때도 그랬다.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이나 건물과 마주쳤을 때는 말할 것도 없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메모를 보면서 글을 쓰다가도 수시로 검색엔진을 가동했다.
유럽의 어느 도시에 장기 체류하거나 같은 도시를 여러 번 여행하는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한꺼번에 되도록 많은 도시를 방문하려고 한다. 여행사들이 거의 날마다 가방을 풀었다 묶었다 하면서 엄청난 거리를 이동하는 패키지여행 상품을 제공하는 이유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혼자 또는 몇몇이서 자유롭게 다니는 쪽을 택하고 있다. 나는 다양한 스타일의 유럽 여행자들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썼다. 사정히 허락치 않아 책으로라도 유럽의 도시를 만나고 싶어 하는 독자를 위해서 사진을 정보보다 도시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을 골랐다. 나는 평범한 한국인이 하는 방식으로 유럽 도시를 여행했고, 그런 여행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몄다. 한 도싱에 머무르는 기간은 4박5일을 기본으로 했으며, 항공편과 숙소만 미리 잡고 나머지는 모두 현지에서 결정햇다.
매진 가능성이 있는 오페러나 실내악 공연은 시간 여유를 두고 인터넷으로 예약했다.
식당은 발품을 팔고 눈과 코로 탐하새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고, 확신이 들지 않을 때는 인터넷에서 방문 후기를 찾아보았다.
시내에서는 자동차를 빌리거나 택시를 타지않고 지하철, 노면전차, 버스를 이용했다. 사진을 찍어야 해서 주로 걸어 다녔는데 영어가 짧아 때로 어려움을 겪엇지만 가이드를 쓰지는 않았따. 다만 치안이 다소 불안한 이스탄불에서는 여행사가 추천해준 현지 가이드의 도움을 받았다. 도시는 대형서점과 비슷하다. 무작정 들어가도 마음에 드느 책을 발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책이 너무 많아서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면 시간이 걸리고 몸도 힘들며, 적당한 책을 찾지 못할 위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구매할 책을 미리 정하고 가서 그것만 달랑 사고 돌아온다면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인터넷서점에 주문하면 되지 무엇 하러 굳이 서점까지 갈 필요는 없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