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음식의 세계사 미야자키마사카츠
요리는 모방과 창조의 작업이다. 지은이는 19세기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의 “동물을 사료를 먹고 인간은 음식을 먹는다.
지성이 있는 자만이 먹는 법을 알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인용했다.
또, 요리는 문화적 행위이며, 맛은 미묘한 균형 속에 있다.
따라서 요리 속에는 작게는 각 가정, 넓게는 지역문화가, 한 국가 안이라도 지역에 따라 요리 방법과 풍미는 또 달라진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강남의 귤이 강북가면 탱자가 되는 법이라는 말처럼, 살이있는 모든 것들이 자라났던 환경과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서, 그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뭔가를 바꿀 수도 있다.
향이 강해진다거나, 딱딱해진다거나, 하는 따위의 변화들 말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콜드체인으로 전 지구적 규모로 이동이 가능하다
음식 세계사의 4막
재미있는 구분법이다. 지은이의 식견과 재치가 돋보인다. 인류의 변화의 여정을 좇아보자. 500만 년에 달하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사회가 크게 변할 때마다 새로운 식자재가 출현했다.
그 첫시기는 1만 년 전 농업혁명, 두 번째는 15~16세기의 대항해 시대, 그리고 세 번 째시기는 18세기 후반의 산업혁명, 현재 20세기 후반이 이후의 하이테크 시대다.
이렇게 시대순으로 봐도, 쉽게 식탁의 변화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시대 구분과는 별도로 소재 중심 예를 들어 “후추” “설탕”의 세계사로도 이야기를 풀어볼 수 있다.
귀족과 서민의 경계를 가르는 식탁에는 “후추”와 “설탕”이, 그리고 후추와 설탕은 전쟁과 노예노동력으로 떠받치는 플랜트농업이라는 큰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식탁은 과히 세계의 역사 속에서 인간들의 눈물과 땀, 그리고 애환이 서려있기도 하다.
이 책은 위에서 본 네 개의 변혁기를 중심으로 음식의 변천사를 좇아간다. 모두 8장으로 이뤄졌고, 1장에서는 인류를 창조한 자연이라는 식량창고라는 주제 아래 썩어가는 식자재와의 싸움(저장식품의 발전동력), 땅과 바다의 조미료찾기(채집경제에서 정착경제로 이행)을 , 2장에서는 곡물이 인류에게 가져다 준 안정, 육식의 주인공이 된 돼지와 양, 즉 농경과 목축에 따른 음식의 정형화를 설명한다. 그리고 3장에서는 세계4대 요리권으로의 여행을, 4장에서는 유라시아 대륙의 식문화교류, 5장 대항해로 변화하는 지구의 생태계를 모습을, 6장에서 설탕과 자본주의, 7장 빨리빨리 노동자들의 시간절약을 위해 태어난 패스트푸드 문화를 소개한다. 이는 도시를 지탱하는 가공식품이라는 주제로 묶었다. 마지막 8장, 글로벌한 식재로의 대이동의 모습을 본다. 여기서는 참으로 안타갑게도 같은 지구상 위에서 한쪽은 다이어트를, 다른 한쪽은 먹을 게 없어 굶주리는 기아를 상태에 놓인다.
이 책은 인류의 출현과 먹을거리, 시대변천 속에서 극적인 전환기를 맞이할 때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식자재가 지역과 문화에 따라 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식탁에 오른다. 이 책을 읽고나면, 우리는 한 동안 이 재료는 어디서 온 것일까?, 원산지가 인도?, 아니야 중국일 거야, 아니 흔하디 흔한 설탕이 TV요리 백종원은 모든 음식에 설탕을 퍼부어 넣잖아, 그건 이게 몇 백년 전에는 아주 귀한 자원, 재산이었다고?,
일본 음식은 눈, 코, 입으로 먹는다고 했다. 식자재가 귀한 일본에서 특히 채소는 화산재로 뒤 덮였던 자연환경과 조건으로 우리의 채소와는 또 다른 맛, 거친 편이다. 고추도 우리 땅에서 나오는 것은 하우스건 노지건 달콤함과 매콤함이 어우러져 맛이 좋다, 그런데 이걸 일본 땅에 심으면, 껍질이 두꺼워지고 단단해지면서 달콤함은 없어지고 매운맛만 돈다.
이 책은 회식자리에서 이야기거리로 화제로 삼기에 좋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내 교양을 뽐내볼 귀중한 정보로서 가치가 있다.
우리는 침략과 전쟁을 통한 세계사에는 익숙했지만, 이렇게 음식을 통한 세계사에는 어둡다. 생소하다. 이 책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사, 살아있는 지구촌의 교류를 짐작해보고, 흥미를 가져볼 수 있는 계기로 삼기에 충분하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200쪽 201쪽 사이에 소개된 일본의 스키야키와 샤부샤부 외에 호루몬이라는 서민 음식에 대해서 아마도 의도적으로 생략했나?, 호루몬이란 소나 돼지의 내장을 말한다. 일제 강점기에 징용돼 일본으로 끌려간 이들이 당시 내장을 먹지 않았던 일본인의 식습관 때문에 호루몬(버리는 것)이라는 설과 식문화사적으로 봐서 먹기는 먹었는데, 정력에 좋았다하여(호르몬)이라는 설 등이 섞여있다. 아무튼 조선인(재일동포)들은 단백질 보충을 위해 값싼 고기 내장을 구워먹었다고 한다. 이런 내용에 대한 소개는 위와 같이 설이 분분해서 생략한 겐가, 샤부샤부 붐보다 더 이른 시기에 호루몬 붐이 일었는데, 지금도 야키니쿠(소고기를 주로 지칭)집에서 내장이 고기보다 상대적으로 비싸다. 왜 빠뜨렸지라는 의구심이 든다.
이 책은 꽤 흥미롭지만, 아무튼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음식을 통해 지구촌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어 부담없이 읽기에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