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의 저술 의의와 개괄적인 내용은 저자의 서두에 잘 정리되어 있으므로 후기는 해당 내용을 옮기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어린 시절 역사를 공부할 때 옆에 두고 보던 게 있습니다. 바로 지도책과 연대표입니다. 한 나라가 시기적으로 다른 나라와 얼마만큼 겹쳤는지, 그 나라는 지리적으로 어디까지 진출했는지를 알기 위해서였죠. 인물과 사건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물과 사건의 언제와 어디서를 아는 것은 인물과 사건의 어떻게와 왜를 아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각 지역의 지도를 바탕으로 지리 강의를 만든 것도 그런 의미였습니다.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그곳의 지리를 알아야 합니다. 중동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그곳의 지리를 알아야 합니다. 중동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이 어디이고 그곳의 지리적 특징이 어떤지를 아는 것이 필수입니다. 미국의 역사 또한 영국의 13개 식민지에서 시작해 영토가 늘어난 과정을 알아야 하죠. 그만큼 지리와 역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지리를 통해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과 더 쉽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사는 우리와 조선에서 살아가던 백성 사이에는 수백년의 시간 격차가 존재합니다. 그 당시의 국제정세와 시대적 흐름, 상황을 우리가 온전히 공감할 수는 없죠. 그러나 한반도라는 공간적인 환경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한반도라는 지리적인 매개를 통해 우리는 과거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지라가 갖는 역사적 의미, 지리의 역사성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이어져 있죠. 우크라이나의 지리는 대부분 산지가 적고 비옥한 흑토지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체성이 다른 많은 나라와 민족이 우쿠라이나를 거쳤고 우크라이나를 지배했습니다. 근대 이후 서유럽과 경쟁관계를 이어온 모스크바의 관점에서 남쪽의 우크라이나는 비옥한 곡창지대이자 흑해를 통해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앞마당 같은 곳입니다.
그러나 수백년 동안 러시아인과 다른 정체성을 형성해온 우크라이나인, 특히 서부 우크라이나인에게 러시아의 제국주의적인 태도는 반러시아 정서를 키웠고 소련 해체 후 우쿠라이나는 서유럽 세계에 손을 내밉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우리의 앞마당을 우리의 경쟁자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러시아의 위기감이 현재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이처럼 국내외 정세에 질문이 생길 때 지리는 그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하고는 합니다.
이 책에서는 먼저 각 지역의 지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전달합니다. 기본적으로 지리를 이루는 것은 물과 땅입니다. 물에는 짠물인 바다가 있고 안 짠 물인 강과 호수 등이 있죠. 안 짠 물인 민물은 인간의 생존과 문명에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수량이 풍부한 강은 인간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주고 높낮이가 심하지 않은 강은 인간이 배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교류할 수 있게 해줍니다. 반면에 물이 부족해 풀 한 포기 자라기 힘든 사막은 인간의 생존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땅은 넓은 땅인 대륙과 좁은 땅인 섬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해발 고도로 보면 높은 땅인 산, 평평한 땅인 평원 등이 있겠죠. 산들이 줄기를 이루면 산맥, 높으면서 평평하면 고원입니다. 더 많은 인간이 모여 살 수 있는 평원, 특히 강이 흐르는 평원에서 인간사회도 더 발전하고는 합니다. 반대로 험준한 산과 산맥은 인간의 이동과 교류를 방해해 장벽역할을 하죠.
바다는 인간의 이동을 방해하지만 모험심도 자극합니다. 바다쪽으로 튀어나와 있는 땅인 반도는 인간이 다른 지역으로 진출하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좁은 바다인 해협은 바다와 바다 사이를 연결하는 길목 역할을 합니다. 육지 쪽으로 들어와 있는 바다인 만에서 인간은 교류하거나 경쟁합니다.
각 지역에서 펼쳐지는 지형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그 지역의 현재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 가장 먼저 문명을 꽃피운 중동은 왜 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 되었을까요. 세계의 근현대사를 주도한 유럽에는 왜 나라가 많을까요. 건국된 지 300백년도 되지 않은 미국은 어떻게 초강대국이 되었을까요. 미국과 비숫한 식민역사를 경험한 중남미 나라들은 왜 미국과 다른 역사를 걷게 되었을까요. 인류가 처음 탄생한 아프리카는 왜 발전이 더딘 것처럼 보일까요. (중략)
지도로 세계여행을 떠나듯이 지리로 세계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듯이 이 책을 즐겨주시면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지리와 역사, 국제정치가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신다면 작게나마 지식을 유통하는 저에게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