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수업 시간표를 들여다본다.
돈의 속성, 재테크 전략, 투자의 기술 등 돈에 대한 개념원리부터 실전응용까지 부자가 되기 위해 공부해야할 것들이 참 많다.
어디서 넝쿨째로 굴러떨어지면 좋으련만, 돈을 굴리는 건 오롯이 나의 몫인 까닭에 조바심만 커질 뿐이다.
이러한 불안과 긴장을 이완시킬 겸 수업과 수업 사이 쉬는 시간에 보면 좋을 만한 책, 그럼에도 여전히 돈에 관한 책은 어렵게 여겨지기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책 한 권을 집어든다.
밥을 짓기 전 쌀을 잘 불리면 밥맛이 더욱 좋아지듯 돈을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바르게 불려야 돈도 잘 불릴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의 제목은 <돈의 심리학>이다.
돈은 화폐, 즉 수단적 의미와 함께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이기도 하다.
이 책의 국내 소비자가는 19,800원이다. 책의 가치를 값으로 매길 수 없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이번만은 예외로 해두고 싶다.
적어도 내게는 그 이상의 값어치와 가르침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투자나 재테크에 관한 기술(스킬)적 내용을 담은 것이 아니라 부와 탐욕, 그리고 행복이라는 가치에 대해 톺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스킬에 관한 언급이 나오긴 하나, 그마저도 소통 능력, 공감, 그리고 유연성과 같은 돈에 관한 소프트 스킬을 길러야한다는 게 저자의 입장이다.
<돈의 심리학>은 "아무도 돈에 미치지 않았으며 다만 저마다의 경험에 따라 돈을 바라보는 관점과 의사결정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얘기로 시작한다. 이어서 행운과 리스크의 우연성, 진정한 부자의 의미, 시간과 복리의 힘, 저축의 재발견, 안전마진의 필요성, 돈에 관한 보편적인 진실 등의 이야기를 총 스무 마당에 펼쳐놓고, 각 마당의 마지막(Big Lesson of Investing)에서 돈에 관한 교훈과 생각할 거리를 정리한다. 저자의 입담은 마치 소설가를 방불케 할 정도로, 평소 경제·경영 분야의 책들에 대해 거부감과 두려움을 갖고 있던 나에게 책읽기의 즐거움과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이제 그동안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던 돈에 관한 몇 가지 심리에 대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먼저 '행운과 리스크'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만약 레이크사이드 중등학교가 없었다면 마이크로소프트도 없었을 겁니다." 2005년 이 학교 졸업생들에게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컴퓨터 공부에 대해 선견지명을 가진 선생님을 통해 그는 컴퓨터라는 신세계를 만나고 현재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저자는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결과가 단순히 개인의 노력 말고도 여러 가지 힘에 의해 좌우된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행운과 리스크를 꼽는다.
다음은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을 만나볼 차례다. 저자는 그가 부를 쌓은 과정을 다룬 책은 2,000권이 넘지만 가장 간단한 사실, 즉 그가 그렇게 큰 재산을 모은 것은 그냥 훌륭한 투자자여서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훌륭한 투자자였기 때문이라는 것에 주목하는 책이 드물다고 꼬집는다. 다시 말해 워런 버핏의 경제적 성공은 모두 사춘기 시절에 쌓았던 금전적 바탕과 노년기까지 사업에서 손을 떼지 않은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의 재주는 투자였지만, 그의 비밀은 시간이었다는 것을 간파한 저자의 말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복리의 원리이자 '복리의 힘'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내게 있어 이 책은 한 공기의 밥으로 비유할 수 있다. 마치 주린 이의 배를 채워주는 밥처럼, 주린이(라 쓰고 나 같은 부자수업 수강생을 대표한다)의 부족하고 불안한 투자 심리를 채워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동안 긍정적 혹은 능동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지 못했던 돈에 대하여 새로운 시선으로 다가갈 수 있게 도와준 책이기도 하다. 책의 말미에 저자가 자녀들에게 건네는 금융 조언은 나 역시 커가는 아이에게 저자가 일깨워준 이야기들을 꼭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일게 만든다. 흔히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돈도 마음먹기 나름이라 믿는다. 돈 때문에 흔들리는 마음의 갈피를 다잡고, 내 시간을 내 뜻대로 하는 데 돈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돈의 심리학>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