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상가들의 다양한 생각을 접하고 이 시대를 살아나는 나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이번 후기에서는 그 중에서 깊게 와닿았던 내용을 복기하여 보고자 한다.
르상티망... 자신이 무언가를 원할 때, 그 욕구가 '진짜' 자신의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타인이 불러일으킨 르상티망에 의해 가동된 것인지를 판별해야 한다.
권위에의 복종... 실제로 총이나 독가스를 이용해 자신의 손으로 죄도 없는 사람들을 벌레처럼 죽인 사람들은 나치의 지도자가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일반 시민이었다. 이때 그들의 자제심과 양심은 왜 작동하지 않았을까? 아렌트는 분업에 주목한다. 유대인 명부 작성을 비롯해 검거, 구류, 이송, 처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많은 사람이 분담하기 때문에 시스템 전체의 책임 소재는 애매해지고 책임을 전가하기에 아주 수월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밀그램 교수의 실험결과는 사람이 집단 내에서 어떤 일을 할 때야말로 그 집단이 지닌 양심이나 자제심이 가동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컴플라이언스 위반이 속출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밀그램의 실험결과가 시사하는 바를 더욱 숙고해 볼 필요가 우리는 밀그램의 실험 결과가 시사하는 바를 더욱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양심과 자제심을 자각시키는 아주 조그마한 지지라도 받으면, 사람은 누구나 권위에 대한 복족을 멈추고 양심과 자제심에 근거한 행동을 취한다는 걸 말해준다.
타자의 얼굴... 20세기 후반에 타자론이 철학의 중요한 논점으로 부상한 것에는 필연성이 있다. 철학은 세계와 인간의 본성을 고찰하는 행위다. 서먹한 상대, 소통이 안 되는 타자가 왜 중요한 것일까? 레비나스는 이에 대해 간단히 답했다. 타자는 깨달음의 계기다. 자기 시점에서 세상을 이해한다 해도 그것은 타자에 의한 세상의 이해와는 다르다. 물론 타자의 견해를 네생각은 틀렸어라며 부정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인류에게 일어난 비극의 대부분이 자신은 옳고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타자는 틀렸다고 단정한 데서 야기되었다. 타자를 배움과 깨달음의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는 지금까지와 다른 관점의 가치관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레비나스가 주장한 타자의 개념은 오늘날 그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일본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북한이나 이슬람 국가 등 댜화 자체가 어려운 국가들 간의 관계성이 바로 떠오르고, 국내 사회를 전망해 보면 인터넷에 의한 섬우주화가 진행됨으로써 연봉이나 직업, 정치적 경향에 이해 형성된 사회적인 그룹마다 원리주의적인 순수배양이 진척되어 대화 불가라 할 정도로 서로 의견을 나주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제2의 성... 보부아르는 저서 제2의 성 앞머리에서 그 유명한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라는 말을 남겼다. 생물학적인 여성와 사회적인 여성을 규정한 후에 태어날 때부터 여자는 없다. 모두 사회적인 요구에 의한 결과로 여자다움을 획득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하였다. 이 지적은 보부아르가 살아갈 당시 프랑스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여성다움을 획득하라는 압력이 시대와 사회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생각해 보며 무척 흥미롭다. 일본이 세계에서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라는 압력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문화를 지니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남성다운 사회 점수에서 일본은 안타깝게도 조사 대상인 53개 국가 가운데서 단독 1위를 차지했다. 핵심은 사회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남성들이 자신이 갇혀있는 사회적 성차별에 관해 인식하고 성역할에 대한 왜곡과 편견, 즉 성 편견을 얼마나 자각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일본의 성차별은 매우 뿌리 깊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핏속, 아니 뼛속까지 침투해 있다.
페노티콘... 페놉티콘이 만들어 내는 감시받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이 현대에서는 독방이 아니라 사회 일반에도 널리 확산되어 있다. 그래서 이 압력이 인간이 개성 또는 자유로운 사상과 행동을 억압하고 이 압력에 굴하지 않는 강한 개인을 광인으로서 집단에서 배제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푸코는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