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어요."
최재천 교수님의 이 말이 마음을 울린다.
52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시간들이 공부하는데 쓰였다.
너무나 공부가 하기 싫어 몸부림친 적도 있는데, 이제는 공부가 그립다, 하고 싶다.
그런데 말입니다...
머리가 굳었다. 기억력이 감퇴하여 책장만 덮으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흑흑...
최재천 교수님의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공부의 불씨를 살리고 싶다.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배움이라는 것, 깨닫는 것이라는 것에 대한 새로운 질문들이 생겨난 것이다.
대입을 앞둔 큰딸의 모습을 보면서 애잔함, 연민,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나의 학창시절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이제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학교, 학원, 집, 학교, 학원, 집... 챗바퀴 돌듯 하루하루를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오늘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체념 속에 지내고 있는 우리의 가여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되찾아 주고 싶다.
그러려면 최 교수님이 책에서 말씀하신 것 같이 지금의 시험제도, 평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단순히 가르치고 외워서 치르는 시험으로만 평가하는 단순한 평가가 아닌 다양한 방식을 통해 다각도로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배출해 낼 수 있었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다.
큰 딸이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다보니 '공부의 구성요소'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교수님은 이렇게 서술한다.
너무 두려워 하지 말라. 어차피 조금은 엉성한 구조로 가는 게 낫다. 너무 치밀하고 정밀할 필요는 없다. 이쪽에서 다소 엉성하더라도 저쪽에서 깊게 공부하다 보면 나중에 이쪽과 저쪽이 얼추 만나고, 깊숙이 파고든 저쪽이 버티목이 되어 제법 모양이 갖추어진다.
자기가 길을 내고 찾아가면서 공부하라는 말씀이 울림이 되는데 이해가 될 듯 하다가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어려운 말이다.
이 구절이 위안이 된다.
'뭐든 한참 하면 엉성한 곳들이 슬금슬금 메워지더라구요. 조금이나마 그런 걸 허용하면 좋겠어요. 외나무다리를 비틀비틀 아슬아슬하게 건너가는 사람을 응원해 주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졸이며 바라보더라도 '어! 저 녀석 보게. 결국엔 건너갔네.'라고 말하는 뿌듯한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교수님은 딴 짓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당신이 있게 되었다고 말씀하신다.
생물학만 내내 공부했다면 평범한 곤충학자로만 남았을 것인데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하면서 단련한 결과 모든 사람이 존경하는 인문학자가 된 것이라는 것이다.
외곬수처럼 한 분야만 고집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교수처럼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질 요량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창의력이요, 창의력은 가르칠 수 없고 오히려 가르치려 하면 사그러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교수님의 의견이었다.
창의력은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공부 열심히 하고 시험을 잘 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받아든 우수한 성적표를 가지고 유수의 대기업에 입사 지원을 하고 그동안 외웠던 지식을 바탕으로 시험을 치르고 면접을 거쳐 회사의 신입사원이 되는 것이 기존의 우리 세대가 살아가는 삶이 중반 이후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 때와는 사뭇 다르다.
대학교에 들어간 후 그들은 강의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로는 이해되지 않고 우려가 될 만큼 다양한 것들에 대해 경험하고 싶어한다.
새로운 곳, 새로운 문화에 대해 갈구한다.
대학교를 4년만에 졸업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 되었다.
기회가 되면 학교를 휴학하고 어디든 떠나보고 경험해 보기를 원한다.
어느새 그런 세대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니크한 아이디어를 좌충우돌하면서 자신의 힘으로 현 사회에 구현해 낸다.
우리는 그들에 환호하고 그들로 인해 사회가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교수님이 대담을 통해 이 책에서 말씀하고 싶으셨던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우리보다는 우리의 젊은 세대가 더 현명한 대답을 내놓고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들을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