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관론자가 아닐지라도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뉴스를 보면 세상은 늘 사건과 사고로 가득한 암울한 곳이다. 세상은 늘 잿빛으로 보이고 마침내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과거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곳인 반면 현재는 아수라장이자 갈등의 도가니와 같다. 정말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럴까? 이 책은 그에 대한 우리의 의문을 씻어 준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는 세상을 올바로 보자고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면 생각보다 세상은 장밋빛이기도 하고 살만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세상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세상에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팩트풀니스라는 단어는 저자가 만든 말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말도 없다. 역자는 이 용어를 ‘사실충실성’이라고 번역했다. 사실을 충실하게 보자는 의미로 보인다. 저자는 이 책을 세계에 관한 심각한 무지와 싸운다는 평생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마지막 전투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사실충실성이 건강한 식이요법이나 규칙적 운동처럼 일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이 책에서 과도하게 극적인 이야기를 구별하는 법을 알려주고, 극적인 본능을 억제하는 생각 도구를 제시한다.
우리가 생각 도구를 바탕으로 오해를 없애고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발전시킨다면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쌍의 참모습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이유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한때 잘 나가던 진보인사가 ‘우물 속 가붕게’ 이야기로 젊은이들을 열광케 한 적이 있다. 우물 속에서도 가재와 붕어와 게로 행복하게 살 수 있으므로 일부러 고개를 쳐들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은 젊은이들의 삶을 허탈하게 만드는 말에 다름 아니었다.
이 책은 그런 선동으로 인해 바보 같이 우물 안에 계속 갇혀 살기보다 올바르게 사는 데 관심이 있다면, 세계관을 흔쾌히 바꿀 마음이 있다면, 본능적 반응 대신 비판적 사고를 할 준비가 있다면, 겸손함과 호기심을 갖고 기꺼이 감탄하고자 한다면 일독의 가치는 충분하다.
저자는 먼저 독자들이 책을 읽기 전에 13개 문항의 간단한 지식 테스트를 제시한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평균 정답률이 겨우 두 문제이다. 오답은 제시된 문제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문항은 각각 3지 선다형이다. 3지 선다형이라는 말은 질문 내용을 모르고 막 찍어도 정답을 맞힐 확률이 33.3%가 된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가 세계를 얼마나 잘못 알고 있는가에 대한 생생한 자료이다.
이런 현상이 개인의 세계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오류를 저지르는 본능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를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의 열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각각에 대하여 사실충실성으로 대응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곧 사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이해하는 것이 되며, 결국은 오류를 일으키는 본능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세계는 사실에 근거해서 올바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열 가지의 오류 본능 중 공포 본능은 인간의 두려움과 관련되는 본능이다. 두려움은 우리 뇌에 깊이 내재되어 있으며, 이런 두려움 덕분에 위험을 회피하며 생존율을 높여왔다. 삶의 질이 높아지자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졌지만 이제는 언론이 공포를 확산시킨다.
자연재해, 전쟁,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 공포 뉴스는 우리를 암울하게 한다.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덮친 쓰나미는 최악이다. 사람들이 서둘러 후쿠시마를 탈출했지만 16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방사능 때문에 사망한 것이 아니라 탈출 중 또는 그 후에 사망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방사능 때문이라고 아직도 굳게 믿고 있는 중이거나 믿고 싶어 한다. 마침내 탈원전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저자 역시 원자력 같은 주제를 사실에 근거해 이해하기가 대단히 어렵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정치적인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말이다.
공포 본능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위험성을 계산하라고 명료하게 설명하지만 이는 정치인들은 그들에게 득이 될 때가 아니면 국민들을 위해 그런 수고를 아끼는 법이 없다. 결국 국민들은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정치인들에게 농락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사실충실성을 실천하기 위한 나름의 제언을 하고 있다. 그 중 교육과 관련해서는 교육 내용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신선하게 와 닿는다. 특히 사실충실성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겸손과 호기심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ㄷ.
겸손이란 본능으로 사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아는 것이고 지식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호기심이란 새로운 정보를 마다하지 않고 적극 받아들이는 자세며, 내 세계관에 맞지 않는 사실을 끌어안고 그것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세상을 잘못 이해하면 그 처방 또한 잘못되는 것은 당연하다. 정확한 GPS가 길 찾기에 유용하듯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은 삶을 항해하는 데 더욱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