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전부 녹아내릴 듯 뜨겁던 여름날. 어느 가정집 안마당에서 네 살 난 여자아이의 시체가 발견된다. 사망 추정 시간에 호텔에서 불륜을 즐긴 아이의 엄마, 아내의 불륜 사실을 폭로하려던 아이의 아빠, 치과에 예약 진료를 받으러 간 이모, 아이를 데리고 집을 지키던 할아버지, 잠깐 집에 들렀던 이모부, 황급히 집을 뛰쳐나갔던 낯선 남자까지…. 여아의 시체를 둘러싸고 평범한 일가족이 각자 감추어오던 충격적인 진실을 고백하며 서로를 살인범으로 지목한다. 한 명, 한 명이 고백할 때마다 범인이 바뀌고 사건이 뒤집히는 믿기 어려운 반전 속에서,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 걸까? 또 여자아이를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예스24 도서소개 내용-
이 소설은 아름다워보인다.
화려한 겉표지와 상반된 담담하게 어투로 조용히 흘러가는 이 소설은 아름다워보인다.
제목으로 줄거리를 알아채는 것이 어려워 처음엔 전쟁을 겪은 등장인물과 전쟁의 잔혹함에 대한 이야기인줄만 알았다.
“이 집이 평범하고 평온했던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모두가 그런 척했을 뿐이다.”
그 소설의 주제는 불륜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현실적이라고 할수 있다.
요즘 시대에 불륜은 너무 흔한 주제가 되었다. 불륜과 관련된 이야기는 티비 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불륜은 여전히 자극적인 주제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신뢰와 믿음을 송두리채 배신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날, 만세소리와 일장기가 소용돌이치는 역 플랫폼. 사랑하는 딸아이와 배웅을 나온 아내는 죽음의 전쟁터로 향하는 남편에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부정을 고백한다. "이 아이는 당신 딸이 아니야" 모든 죄의 악연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소설의 배경은 한 가정이다.
가정의 웃어른 게이조는 불륜의 피해자이다. 그는 전쟁 중에 한 아이를 부정한 방법으로 낳은 딸이라고 생각하며 목숨을 앗는다. 그리고 이 가정의 불행이 시작된다. 형부와 처체의 불륜을 생긴 나오코라는 딸과 형수를 마음에 품고 사는 제부, 자극적인 것을 끊지 못하고 계속 불륜을 저지르는 처제와 서로를 시기, 질투하는 두 남매 그리고 자신보다 아름다운 사촌을 시기하는 딸까지..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모두 욕망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을 미워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던 와중 나오코가 마당 정원에서 변사체로 묻힌게 발견되어 이 소설의 줄거리가 진행된다. 이 소설의 모두는 용의선상에 있다. 등장인물은 번걸아가며 화자가 되어 자신이 욕망대로 행동하고 범인을 유추해 나간다. 그 욕망으로 자기 자신을 범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화자가 바뀌면서 유력한 용의자가 계속 바뀌는 탓에 독자들은 등장인물들 모두를 의심하며 소설을 읽어야한다.
이 점이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들지만 나는 오히려 범인 찾기보다는 무고하게 살해당한 나오코를 안타까워했다.
어두운 부분을 안고 살아가는 이 가정에서 나오코만이 순수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순수한 사람은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
소설을 읽노라면 갈등의 배후에는 욕망이 존재함을 느낀다. 상냥함과 온화함 속에 감춰진 차가운 욕망을 가진 언니 사토코와 몸 밖에 내세울 것이 없는 육감적이며 뜨거운 욕망을 품고 사는 동생 유키코를 대비 시킨다. 서로가 가진 것을 서로 탐하는, 어렸을 때부터 언니의 것을 탐하는 동생 유키코의 욕망은 결국, 언니의 남편인 류스케를 유혹해 그의 자식을 임신하게 이르렀다. 욕망의 끝은 불행으로 이어진다. 첫 부인의 불륜 때문에 얻게 된 광기로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남태평양 어느 섬의 소녀를 살해한 게이조. 언니의 것을 탐하려 형부와 불륜을 저지른 유키코. 아내에 만족하지 않고 육감적인 처제와 정일 통한 류스케. 아들 류스케를 유키코와 같은 음란한 여자와 정을 통한 것을 알고 그들의 딸 나오코를 죽일 것을 이야기한 아키요. 이들의 평온한 가면 이면에는 모두를 파멸로 치닫게 하는 끈질긴 욕망을 품고 있었다.
이 책을 읽을 당시 나의 상황과 고민이 나오코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순수한 삶을 지향하는 것은 옳은 것인가? 옳지 않다면 어디까지 악해져야하는 것일까 이런데 이걸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하는 고민은 이 책은 나에게 던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