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다라고 한다. 적자생존, 즉 적합한 종이 번성하다는 것이다. 인류가 번성한 비결도 친화력과 협력적 의사소통에 있다. 10여 명의 무리를 짓는데 그친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한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100명을 넘는 대규모 집단을 이루고 기술을 고도화 시켜왔다. 사피엔스의 친화력은 타인과 연결되고 세대를 넘어 지식을 물려주게 만들었다. 진화의 역사에서 가장 다정하고 협력적인 종이 바로 인간이다. 우리는 한번도 본적 없는 누군가와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함께 일할수 있다.
동물도 자상한 종이 번성한다. 개보다 강한 늑대는 절멸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개는 수 억 마리에 달해 가장 성공적인 종이다. 개보다 IQ가 뛰어난 원숭이는 왜 번성하지 못할까? 개보다 공감능력, 즉 교감과 친밀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이 손가락으로 어떤 방향을 가리키면 원숭이는 손끝만 바라보지만, 개는 인간의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공을 던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뛰어간다. 함께 장난을 치고, 주인의 감정을 느끼며 애정을 공유한다.
친화력이 높은 동물은 성장이 빠르고 번식이 쉽고 지배 서열에 순응적이다. 한마디로 길들여지기 쉬운 방향으로 진화한다. 몸이 작아지고, 턱이 둥글어지고 작아지며 꼬리가 말려 올라간다. 가두어진 상태에서 번식이 가능해진다. 가장 친화적인 개들이 누대에 걸쳐 진화한 것이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개들이라고 한다. 그보다 더 성공적이었던 인간은 '스스로를 가축화 한 종'이라고 한다. 가축화란 인간의 쓸모를 위해 야생의 식물이나 동물을 적응시키는 가정인데 한마디로 길들여지는 것이다.
사람 아기의 발달과정을 보면 신기하다. 생후 9개월쯤에 손짓을 시작하는데 손짓은 심리학에서 '마음이론'이라고 하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시작되는 관문이다. 발달 기간이 긴 것도 가축화의 한 징표이다. 친화력이 좋은 종들은 사회화 기간이 더 빨리 시작되고 더 늦게 끝난다. 인간 아기는 태어날때 뇌 크기가 성인의 4분의 1로 다른 영장류가 성체의 절반 정도 뇌 크기로 태어나는 것에 비하면 아주 무력한 존재로 태어난다.
생후 12개월 무렵에 겨우 걸음마를 뗀다. 하지만 엄마의 감정을 알아채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는 것 같은 소통 능력은 무력한 아기일 때부터 나타난다. 자신을 돌보고 싶게 만드는 전력을 아기들은 가지고 있다. 귀엽고 자주 웃으며 울음을 터뜨리는 것도 친화와 교감의 사인들이다. 우리의 낯선 이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능력은 계속해서 향상되었다. 사람의 자기 가축화 가설을 통해 보면 우리 종이 연민과 공감능력, 친절함은 진화를 통해서 획득한 고유의 특성이다.
또한 서로 다른 배경과 다양한 관점 및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자유롭게 섞여 생각을 교환하는 공간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성이 사람들 간이 교류를 활성화시키며, 혁신과 경제적 성장을 이끌고 사회의 관용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큰 규모의 집단 안에서 협력하여 살아갈 때 가장 창조적이고 생산적이 된다. 출신이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교류할때 가장 핵심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려움 없이 서로를 만날 수 있고 무례하지 않게 반대 의견을 낼수 있으며 자신과 전혀 닮지 않은 사람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하는데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SNS 등 사이버 공간이 견해에 따라 완전히 양극화 되어 있는 요즘의 현실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친절과 협력은 우리 인간, 호모사피엔스 생존의 핵심이었다. 8만 년 전 중기구석기 시대, 다른 원시인류들과 다르게, 호모사피엔스는 서로 도우면 혜택이 크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상호 협력으로 생존 확률이 훨씬 높아졌다.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감소하고 신뢰감과 이타심이 증가했다. 폭발적 인구 증가와 기술혁명이 동시에 일어났다. 결과적으로, 진화의 시간으로 보면, 눈 깜짝할 짧은 사이에 우리는 세계를 제패했다. 다정함이 문제 해결 능력을 높여주는 인류 진화의 열쇠였다. 그러는 사이, 다른 원시인류들, 호모에렉투스와 호모네안데르탈은 하나하나 멸종되어갔다.
미국 듀크대학교 브라이언 헤어 교수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디플롯'에서 "낯선 사람과 쉽게 친해지고 그들과 협력할 수 있는 친화력은 다른 종에 없는 우리 인간 특유의 능력"이라고 한다. 길을 묻는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에서부터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일까지. 친밀함이 집단으로 확대되면서 인간관계가 복잡해짐에 따라 인지능력, 특히 의사소통과 협력 기능이 탁월하게 향상되었다. 친화력이 우리 인간을 더 똑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인간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적자생존' 개념은 사실은 최악의 생존전략이다. 가장 강한 자가 살아남으며, 가장 덩치가 크고 가장 힘세고 가장 비열해야 집단의 지배자로 군림할 수 있다면, 그 집단의 구성원들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다. 스트레스로 입맛이 없어지고 영양상태가 악화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잘 걸리고 임신출산 능력이 악화된다. 실제로 공격적으로 폭력을 휘두를수록 위험부담이 크다. 싸워서 다치거나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다. 우두머리가 될 수도 있지만 짧은 인생으로 끝날 수도 있다. 찰스 다윈은 "자상한 구성원이 많은 공동체가 가장 번성하여 가장 많은 후손을 남겼다"는 자연 관찰 기록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폭력적 집단이 다정한 집단보다 더 적은 수의 자손을 남긴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사람과 유전적으로 가장 밀접한 동물이며, 고릴라보다 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한다. 현존하는 영장류 중 인간과 가장 가까운 두 친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약 100만 년 전 동일 조상으로부터 분리되어 진화했다.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지만 차이도 많다.
침팬지는 다른 집단과 싸움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어뜯고 죽이기도 한다. 수컷들은, 한 집단의 수컷들을 모두 제거한 뒤, 암컷들을 차지하면서 영역을 확장하기도 한다. 우두머리들은 암컷과 섹스에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 자신의 자식이 아닌 새끼를 살해하여 암컷이 자기 자손을 번식하도록 강제하기도 한다. 암컷들도 공격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외부에서 들어온 암컷을 공격해 심각한 부상을 입히기도 하고, 서열에 따라 엄격한 규율을 강제하기도 한다.
반면, 보노보는 평화주의자이다. 전쟁을 하지 않는다. 보노보는 수컷 보스가 없다. 수컷이 아기 보노보를 죽였거나, 서로 공격해 죽였다는 보고는 없다. 암컷은 성적으로 개방적이다. 암컷끼리 성적 유희로 유대를 강화한다. 여러 마리의 수컷과 성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수컷끼리 갈등을 줄인다. 암컷 침팬지는 친척 암컷만 돕지만, 암컷 보노보는 모든 암컷을 돕는다. 새로운 암컷이 무리에 들어오면 모든 암컷이 달려들어 환영하고 호의를 베푼다.
결과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보노보가 공격적인 침팬지에 비해 집단을 유지하고 많은 자손을 남기는 데 더 성공적이다.
현대 인류도 마찬가지이다. 힘의 논리가 우선되는 투쟁의 정글에서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푸틴의 러시아와 김정은의 북한이 실제 사례이다.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와 국가가 다정함과 평화를 사랑할 때 삶의 질이 높아지고 경제와 문화가 발전한다.
대통령 선거에 이은 6월1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 결과에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고 있다. 선거 결과 시민의 선택을 받은 정당과 당선자들은 기억해야 한다. 정치가 전쟁과 폭력을 선택하면 국민이 고통 받고 국가가 퇴보한다. 정치가 신뢰와 협력을 선택하면 나라가 번영하고 생명이 살아난다.
반대편의 선의를 인정하며 상처받은 시민들을 위로하고 화합으로 나아가자. 다정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사랑과 정의와 평화 가득한 세상을 꿈꾸자. 친절함으로 이웃과 상대방을 배려하자. 정치엘리트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리더들, 그리고 모든 시민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다.
다정한 사람이 성공한다. 다정한 정치가 인정받는다. 다정한 나라가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