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를 만난 순간 또는 TV연설을 들은 순간부터 내가 대통령이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일주일이면 한번이상 마주친다. 그들의 말에는 애정과 확신, 그리고 자신의 정치 감각과 재능을 포착하는 능력과 예지력에 대한 약간의 자부심이 담겨있다. 어떤 사람들은 여기에 종교적 색채를 입힌다. 하느님이 당신을 위해 계획을 세워놓으셨어요, 라고 그들은 말한다. 그러면 나는 미소를 지으며 출마를 고민할 때 이 말을 해주시지 그랬느냐고 대답한다. 그러면 엄청난 부담감과 자기 불신을 겪지 않았어도 됐을 거라고, 솔직히 나는 운명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믿어본 적이 없다. 운명론은 힘 없는 자들에게 체념을, 힘 있는 자들에게 자기만족을 부추긴다고 생각했다. 하느임의 계획이 무엇이든 우리의 유한한 고민거리에 관심을 두시기에는 할일이 너무 많으시다. 한 번의 생에서 사건과 우연은 우리가 바라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결정하는 듯하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자신이 느끼기에 옳은 편에 서서 혼돈으로부터 의미를 이끌어내고 매 순간 품위와 용기를 발휘하여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2006년 봄이 되자 내가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에 출마한다는 발상은 더는 가능성의 영역 너머에 있다고 느끼지 않았다. 매일같이 우리 상원의원실에 언론의 취재 요청이 밀려들었다. 우리가 받는 편지는 다른 상원의원의 두 배에 달했다. 11월 중간선거에 나가는 모든 주의 정당과 후보는 내가 자기네 행사를 주요하게 언급해주길 바랐다. 출마 계획을 기계적으로 부인해봐야 추측만 무성해질 뿐이었다. 어느 날 오후 피트 라우스가 내 사무실에 들어와 문을 닫았다.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요," "2008년 계획이 달라졌어요?" "이목을 피해 일리노이에 초점을 맞춘다는 원래 계획은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의원님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 기미가 없어요. 고려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선택지를 열어두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의 개요를 작성하고 싶은데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천장을 응시했다. 내 대답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알고 있었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일리가 있네요." "좋아요"'문서 장인'은 몇몇 보좌관이 피트를 부르는 말이다. 그의 손을 거치면 조잡한 보고서가 예술의 경지에 도달했으며 모든 문서가 효율적이면서도 묘한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며칠 뒤에 그는 남은 기간에 대한 로드맵 개정판을 우리 팀 간부들에게 참고용으로 배포했다. 로드맵에는 중간선서에서 더 많은 민주당 후보들을 돕기 위한 지원 유세 확대, 유력 당직자 및 후원자들과의 면담, 가두연설 수정이 필요하다고 나와 있었다.
그 뒤로도 나는 몇달간 이 계획에 따라 나 자신과 나의 생각을 새로운 청중 앞에 선보이고 경합주와 경합 선거구에서 민주당을 지원하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들을 방문했다. 웨스트버지니아 제퍼슨에서 네브래스카 모리슨 엑슨 만찬까지, 모든 모금 행사를 다니며 청중을 동원하고 사기를 북돋웠다. 하지만 대토령에 출마할거냐고 누가 물으면 여전히 꽁무니를 뺐다. 나는 사람들을 속이고 있었던 걸까? 자신을 속이고 있었던 걸까?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다. 나는 시험하고, 타진하고, 전국을 돌며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전국 단위 캠페인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일인지 가늠하려 했던 것 같다.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지극히 전략적인 행보를 오랫동안 느리고 조용하게 밟으며 정도를 가야했다. 그러려면 확신과 자신감뿐 아니라 자금을 확보하고 2년 내내 50개의 주를 돌며 프라이머리 코커스를 치르기에 충분한 헌신과 선의를 사람들에게서 얻어야 한다.
이미 조 바이든, 크리스 도드, 에번 바이, 물론 힐러리 클린턴까지 여러 동료 민주당 상원의원이 출마를 위해 터를 닦았다. 몇몇은 출마 경험이 있었으며, 모두가 수년간 준비했고 노련한 보좌진, 후원자, 지역 공직자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좋아했다. 나를 잘 대해 주었고, 여러 사안들에 대한 견해가 대체로 비슷했으며, 선거운동을 효과적으로 치를 수 있을 뿐 아니라 백악관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역량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