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가 실망스럽고 망설여지는 것이라 할지라도 여행은 항상 기대와 설렘을 동반한다. 더구나 특정시대의 그림이나 종교건축, 각국의 도서관 등 특정목적이나 주제를 가지고 떠나는 여행은 기대 이상의 대상을 접했을 땐 경이감을 넘어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미옥의 <뮤지엄*여행>은 뮤지엄이라는 역사와 문화, 이야기가 전시된 특이한 공간을 여행의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간접적이나마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열한 국가 스물다섯 곳의 서른여덟 개 뮤지엄에 대한 기행을 쓴 것이다. 그러나 일반 여행서와는 달리 저자는 뮤지엄이 함축하고 있고 표현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공간의 배치, 건축형태나 건축요소를 통해서 어떻게 전달하는지를 건축, 즉 공간디자인과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신선함과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꽤나 고무적이다.
저자가 관람했던 뮤지엄은 때로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오래된 미래로, 수천년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정지된 흐름속의 무중력의 무한 공간으로, 과거로의 시간 여행과 신비로운 관능을 가진 추억이 도래하는 장소로, 때로는 섬세한 디테일로 완성된 공간의 품격이 우연이 아닌 세심히 준비된 대상으로 나타난다. 또한 놀라운 만남이 주는 낯설지만 무한 공감할 수 있는 곳이자 건축의 이정표로, 역사의 현장에 한정된 단순한 뮤지엄이 아닌 경계가 무한히 전개되는 혹은 시대정신과 상처를 아우르는 치유의 공간으로 새롭게 다가온다.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 프랑크 게리의 루이비통파운데이션, 일본의 데시마아트뮤즈엄, 로즈센터 등은 역사와 과거, 문화와 예술을 담고 있는 공간을 넘어 훌륭한 건축조형물이자 공간디자인으로서 또 다른 볼거리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역사의 상흔을 치유하고 기억할 수 있는 장소를 독창적 공간형태의 뮤지엄으로 만든 베를린 유대인박물관, 9.11메모리얼&뮤지엄, 사북탄광문화관광촌, 일본의 이누지마세이렌쇼아트뮤지엄의 소개는 인상적이다. 대상도 역사, 문화, 예술 외에도 자동차(BMW뮤지엄), 아동(오사카뷰립대형 아동관빅뱅, 현대어린이책 미술관), 과학기술(시카고 과학산업미술관) 등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다양한 뮤지엄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 책은 저자의 말처럼 여행과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분들에게는 정보로서, 뮤지엄이 고루한 장소라 여기고 울렁증이 있는 분들에게는 뮤지엄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충분히 충족시킬 책이며 세상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괜찮은 길라잡이가 될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