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좋아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가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을 낯설게 공감하며 인생을 좀 더 깊게 알수 있어서다. 최근 가장 '핫'한 한국 작가 중 한 명인 김금희 작가의 신작 소설이므로 보자마자 선택했다. 여러 개의 짧은 소설이 실린 단편집이라 부담 없이 선택 했지만 내용이 가볍진 않아 천천히 읽어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소설은 '문상' 이었다. 이 소설은 문상의 여정에서 사회통념과는 다른 방식으로 위로 하고 위로받는 이야기다. 연극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송'은 희극배우의 부친상 소식을 듣고 문상을 간다. 하지만 상주인 희극배우는 장례식장에서 형들과 충돌하며 화가 나 있었고 상처 받은 것 같았고, 상처 주고 싶은 것 같았다. 어수선한 틈을 타 '송'은 인사를 하고 서울로 돌아가려 했지만 희극배우가 따라나왔다. 얼떨결에 희극배우와 대구 곳곳을 누비며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얘기, '송'과 사겼던 '양주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맺혀 있던 오래된 기억과 상처를 풀어낸다.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에게 호감이 없는 상황에서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면서도 묘하게 설득이 됐다. 우리는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그저 함께 있어주는 한 사람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다른 소설들도 우리 주변에 소외된 누군가, 실패한 누군가, 외로운 누군가에 대한 짧은 이야기다. 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있어도 외면하고 싶어지는 비주류들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을 읽으며 정신적으로 조금 피로해 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받은 그들 곁에 한 사람이 있어 따뜻하고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