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학문과 지혜, 인간 지성의 위대함을 쌓아 놓은 공간이다. 특히 탐독가나 애독가에게는 신성하게까지 여겨지는 장소일 수 도 있다. 이런 도서관을, 우리 주변도 아닌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도서관을 접할 수 있도록 소개했다는 점에서 유종필의 <세계도서관 기행>은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은 한국을 포함한 16개국 50개 도서관을 탐방하고 도서관에 담겨있는 역사와 철학을 담으려고 노력한 역작이다.
인류문명 발생지의 하나인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도서관의 시원인 점만으로도 기대를 불러일으키며, 환상적이고 고혹적이며 경이로운 장소라는 저자의 설명이 생에 한번은 관람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고대 모든 성인과 현자를 눈앞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암흑의 중세를 구원한 이탈리아의 안젤리카수도원 도서관, 세계의 경이로운 장소 여덟 곳 중 하나인 오스트리아 베네딕트 수도회의 아드몬트도서관 겸 박물관, 라틴 문학의 거장인 보르헤스가 도서관장으로 일했던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카스트로가 혁면동지들을 설득해 시들어가는 혁명의지를 재점화한 장소로 사용됐던 쿠바의 호세마르티 국립도서관, '지식의 등대'로서 역할을 강조하는, 그래서 등대를 도서관의 심볼로 사용하는 브라질의 쿠리치바 지식의 등대. 경직적일 것이라 생각되는 북한에서, 지식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강조하는 인민대학습당 등 신선하게 다가오는 다양한 도서관을 접할 수 있다는 매력과 설레임를 가져오기 충분한 전개이다.
일찍이 문화적 토대를 형성한 유럽 도서관들, 그 가운데서도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덴마크의 왕립도서관, 문화 강국의 면모를 보여주는 프랑스의 미테랑국립도서관. 세계적인 문호, 예술인을 배출하고 정치인이 애용했던 러시아의 도서관들, 특히 세계 유수의 과학자를 배출한 러시아가 기념하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도서관, 서로의 자존심을 지키며 발전적 경쟁을 해온 상테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이 두 도시를 대표하는 러시아 국립도서관과 러시아 국가도서관, 상테페테르부르크대학도서관과 모스크바대학 도서관 등 유수의 도서관을 지닌 러시아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회도서관, 시설이나 편의, 기능 측면에서 모범이 되는 미국 대도시의 공공도서관들, 정상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중국의 대학 도서관들은 도서관이 국가 발전에서도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며 도서관이 책을 소장,열람하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는 점을 새삼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도서관은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넘어 상상과 공상의 자유가 있는 공간이다. 도서관에는 셀 수 없는 길이 있으며 행복의 길이 있다. 이 책은 간헐적이나마 세계에 펼쳐져 있는 이러한 길을 알려준 점에서 고무적이라 할 것이다. 다만 장서와 역사 뿐만 아니라 도서관의 역할, 기능을 각국의 유수 도서관들은 어떻게 접목하고 있는 가를 설명하는 부분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