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 우발적으로 학교 선생님을 살해하고 시신을 체육관 벽 속에 묻어버렸다는 비밀을 간직하고 살고 있는 토마, 막심, 파니 그런데 학교가 개교 50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공사를 하면서 체육관을 허물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체육관을 부수면 그 안의 시신이 드러나고 그럼 자신들의 범죄가 발각될게 뻔해 어떻게 해야 하나 패닉에 빠니 상태인데,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했던 그 사건에 대해 누가 알고 있는 듯 '복수'라는 단어 표시가 된 신문기사가 그들에게 전해진다. 당시 토마가 학교 선생님 알렉시를 죽인 건, 자신이 짝사랑했던 빙카가 알렉시에게 강간을 당해 임신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사건이 있던 날 방카도 흔적없이 사라져버린다. 알렉시 선생님 살인사건의 전말은 사건 초반부에 바로 밝히기 때문에 이 소설의 미스테리는 범인을 찾는게 아니다. 사라진 방카는 어디로 갔는가 그 사건에 대해 알고 있고 이제서야 그들에게 복수를 하려는 사람은 누구인가가 추리의 핵심이다. 나는 처음에 방카가 살아서 복수를 하는구나 뭐 이 쉬운걸 미스테리라고 생각했는데 내 자신을 너무 과신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기욤 뮈소는 그렇게 단순한 사람이 아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추리가 빗나갔다 수준이 아니라 어떻게 얘기가 되지 싶게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인물들이 떠오르면서 사건의 본질은 전혀 다른쪽으로 흐른다. 사실 작가의 결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조용히 묻힌다는게 말이 안된다. 상상초월 흥미진진하다가 막판에 어이상실. 이 소설은 전래동화처럼 선악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살인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세계적인 작가로, 의사로, 정치인으로 여전히 잘먹고 잘살게 되었다는 결말이 허무하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선한사람, 악한사람으로 이분법할 수 없는 세상이라 세상을 잘 반영한 것 같으면서도 씁쓸한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