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란 무엇일까. 늘상 여행을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도 쉽지않은 질문이었다.
되돌려 생각해보면, 오히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준비과정에서의 설렘이 여행의 "피크" 와도 같은 순간이었달까
이렇게 완벽히, 틈없이 준비된 여행에서는 준비과정에서 이미 얻어버린 여행지에 대한 선입견들 때문에 기존의 일상을 내려놓고 여행지에서의 순간 순간을 즐길 여유는 없었던 것 같다.
이런 내 기억들과는 달리 김영하 작가는 여행지에서의 순간순가에 충실하고, 그 경험을 통해 자연스레 깨달음을 얻는 느낌이었다. 그 접근방식이 작가의 인문학적인 튼튼한 기반에 의해서 정말 다양하고, 색다른 느낌이어서 그 트랙을 쫓아가는 나도 지루함 없이 신선하게 책을 금새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에피소드들은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며 내 과거의 여행경험에 비추어 뒤늦게나마 공감하게 된 일들도 있었다. 예컨대 요즘 일종의 트렌드가 된 '호캉스'족 관련하여 작가가 던진 해석은 내게 익숙한 기억들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방문자인 내가 어떠한 행위를 하든 매일매일 똑같은 새로움을 던져주는 공간에 대한 안도감 혹은 만족감이었다. 이러한 작가의 해석들을 내 경험에 비추어 곱씹어보면서 나는 깊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매일매일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정도의 차이는 다르지만 누구나 일상을 벗어난 여행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지난주에 여행을 다녀온 나도 또 이제는 다음지는 어디가 좋을까를 생각해 본다. 이번여행은 또 어떤 의미가 될까. 이번 여행은 책에서 느낀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조금 다른 시각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